기자, 홍보 경력을 가지고 이직을 하려고 하다보면 경력증빙을 내야만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이걸 스캔본으로 제출하라고 하는 것이 아닌, 링크로 제출하라고 한다.
(물론 둘 다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기자로 일하던 때, 내가 속한 매체는 다음, 네이버 등 포털에 등록이 안 된 잡지사였다.
그래서 기자로 일하는 내내 내 기사는 잡지 지면 외에는 인터넷상에서 볼 수가 없었다.
기사에 대한 반응, 사회적 반향으로 일의 성취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기자의 특성상 이는 굉장한 마이너스였고, 나는 기타 여러가지 이유 등을 이유로 기자를 그만뒀다.
그런데 일을 그만둔 후 해당 언론사가 포털에 언론사 등록이 되면서 과거 기사들을 일부 재등록하여 노출시키기 시작했는데, 세상에!!!
내 바이라인은 싹 다 빼 버리고 기사 본문만 등록을 한 것이다.
기자에게 있어서 생명과도 같은 바이라인(이름과 이메일 주소)을 빼버리다니.
이건 뭐 유령기자가 쓴 기사인가? 나는 당시에 언론사에 강하게 항의하여 바이라인 없이 노출되고 있는 기사들에 내 이름 석자를 꾸역꾸역 노출시켰다.
기자한테 자기 자식과도 같은 기사를 바이라인은 싹 빼 버리고 콘텐츠만 활용해먹는 경영진(아마 편집국이 아닌 다른 부서에서 이렇게 했으리라 생각한다)에게 정말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그 일이 또 발생했습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밝혔지만 나는 홍보 경력직으로 공공기관에 채용되고 나서 1년만에 토사구팽 당한 케이스다.
내가 채용될 때 있었던 원장이 감옥에 구속되고 새로운 원장이 오자, 보란듯이 사업부서로 내쫓겼다.
물론, 공공기관에서 일하다가 순환배치되는 건 면접 때도 고지받았던 일이지만 다른 전문경력을 가지고(가령 '재무'라거나) 입사한 직원들이 나와는 달리 순환배치 되지 않고, 관련 부서에서만 몇년 내리 일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상실감은 엄청났다.
최근에 눈에 띄는 홍보경력직 채용을 보게되었고, 나는 오랜만에 입사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어랏, 그런데 제출서류에 과거 업무실적을 증빙할 수 있는 기사 링크나 보도자료 링크를 내라고 하네?
'기사 링크는 몇 년전에 치열하게 요구해서 바이라인을 살려놨으니, 회사 홈페이지 보도자료 게시판에 들어가서 링크를 가져와야지!'
하지만 나는 또다시 큰 벽에 마주치게 된다.
내가 근무했던 년도의 보도자료 게시판에 내 이름은 하나도 없고, 심지어 증빙이 될 수 있는 보도자료 첨부파일마저 빠져있네???
지금 담당자 이름은 버젓이 노출되고 보도자료 첨부파일도 모두 붙어있는데, 대체 왜??!!
회사의 IDC 및 정보보안팀 등에 문의를 하자 "당시 그렇게 게재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개인의 경력증빙을 이유로 수정해줄 수는 없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당시 홍보팀장이 보도자료 게시판에다가 보도자료 본문 첨부도 안 하고, 공공누리 마크에 노출되는 연락처는 홍보팀 담당자가 아닌 사업부서 담당자로 기재해놨다고 칩시다.
근데 그 일처리를 제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저는 당시에 경력직 입사하자마자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었던 주임 나부랭이 밖에 안 되었는데 제가 뭘 할 수 있었겠습니까. (※내가 재직하고 있는 회사는 입사지원 때 언론/홍보 경력 5년 이상을 자격조건으로 요구해놓고 '주임'밖에 안 달아준 회사이다)
그런데 일 처리 방식은 참으로 실망스럽네요.
제가 뭐 정보공개청구라도 했습니까? 정보공개청구 답변서마냥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이라고 보내온 회사의 이메일은 무슨 법적 근거를 남기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앞으로 나는 어느 기관에서건 홍보경력 증빙으로 보도자료 링크를 내라고 하면, 절대 낼 수 없을 예정이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덧붙임.
내가 당한 일은 아니지만 지금 재직중인 회사 바로 직전에 다녔던 회사는 직원이 퇴사하면 공식블로그에 올라왔던 직원 인터뷰를 다 삭제한다.(직원 인터뷰를 하는 것은,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 및 사업을 홍보하기 위함이다)
정말 한 명도 남김 없이, 퇴사한 직원이 발생할 때마다 옛날 포스팅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삭제하는 것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직원들 얼굴 나오는 유튜브도 운영하던데, 나중에 유튜브에 나왔던 직원이 퇴사하면 영상 다 내리려나? 아니면 해당 직원은 모자이크 처리하려나? 궁금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