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둘째한테 왜 그렇게 막 대해요.

대체 누가 둘째는 사랑이라 한 거야

by 데자와
둘째한테 왜 그렇게 막 대해요?



딴 사람한테 하는 얘기가 아니다.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계획을 가지지 않고 태어난 둘째이기 때문일까.


난 둘째에게 감사한 마음이 없나 보다. (이렇게 둘째 덕분에 육아휴직을 쓰고 있으면서도)



둘째라면 육아가 쉬울 줄 알았는데, 어째 첫쩨보다 육아가 더 힘들다.


잘 안 먹던 첫째에 비해, 둘째는 먹성도 좋고 통통하다. 그리고 부모님 말씀으론 애가 더 순하다고 한다. (물론 첫째도 순하다는 소리는 많이 듣고 자랐다)


그런데 이런 둘째의 장점이 나를 힘들게 한다.


일단, 너무 무거워서 손목이 나갈 거 같다.


조리원 동기 아기들보다 훨씬 나가는 몸무게. 무거운 주제에 또 어찌나 안아달라고 찡찡대는지 내 손목과 무릎은 매번 나갈 거 같다.


첫 애 때는 유모차 없이 아기띠만 하고서도 이리저리 슝슝 돌아다녔는데(그렇다, 운전을 못하는 나는 무조건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한다) 둘째는 유모차 없이 돌아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아기띠나 힙시트를 할라치면 이 둘째의 묵직한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너무 무거워서 걷다가 쉰 적도 여러 번.


대체 넌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말도 못하는 애한테 성 낸 적도 여러 번이다.


아니 요즘은 거의 매일 같이 둘째에게 화를 내고 있다.


10개월을 기점으로 아이는 내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거실에서 부엌으로 잠깐 이동했을 뿐인데도 막 엉엉 울면서 기어와서는 내 다리를 붙든다.


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못 견디는지 내가 화장실만 가도 둘째는 정말 벅차게 엉금엉금 기어와서는 질질 짠다.


그래서 아기와 같이 집에 있는 동안에도 집안일은 꿈도 못 꾼다. 설거지를 할라치면 다리에 매달려서 엉엉 울고, 빨래 좀 개려고 다용도실에 가면 그 새를 또 못 참고 엉금엉금 기어 온다.


'왜, 너는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거야. 첫째는 안 이랬다고'


이런 아이가 귀찮다고 생각한 적도 여러 번이다.


남편에게 둘째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해보지만 "첫 애도 그랬어, 자기가 기억을 못하는 거야"라며 둘째가 특별히 못난 게 없다고 두둔한다.


항상 붙어있으려는 아이가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원래 타고난 성정인지 아니면 내가 둘째 육아를 하면서 아이에게 화를 많이 내서 아이의 정서 부분 어딘가 망가진 것인지 걱정도 되면서 화도 난다.


둘째 귀한 줄 모르고, 막 대하는 엄마.


이 시기 아이의 예쁨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 둘째 육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둘째의 시간은 빠르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