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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n번째 직장

상사를 못 견뎌 세 번 이직했습니다

나는 왜 기자를 그만뒀나

by 데자와

2011년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내년이면 꽉 채운 10년이 된다.


그동안 직장을 세 번 옮겼고(더 세분화하면 다섯 번) 이직하는 사이의 텀을 제외하고 쉰 적은 없다.


나는 쫄보라 회사를 그만두고 새 직장을 구한다는 건 꿈도 못 꾼다.


취재기자로 3년, 사기업에 2년, 그리고 현재 직장에 4년 넘게 일하고 있으니


10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해온 나에게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


한 직장에서 10년 동안 일했으면 직급도 꽤나 높고 일도 편해졌을 텐데,


직업도 바꾸고 회사도 여러 차례 바꿨기에 여전히 대리나부랭이다.

직장을 갈아탈 때마다 연봉상승, 직급 상승을 이뤄낸 이들과는 사뭇 다른 길이다.


직장을 바꾼 주된 이유는 '상사' 와 '보람 없음' 때문이었다.


<기자 시절>

편집장이 다른 여기자들과 대놓고 차별을 해서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노골적인 무시에다가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큰 소리로 망신주는 게 일상이었다.


회의시간에 내가 기사 발제를 하면 "이거 너만 아는 내용 아니야? 이런 걸 누가 관심가져?" 면박을 줘놓곤, 시간이 꽤 흐른 후에 타사 잡지가 해당 내용으로 기사를 게재하면 "역시 OOO잡지 봐라. 이런 거에서 앞서 가잖냐. 너는 이런 것도 못 쓰고" 라며 다시 혼을 냈다.


정치인이 항상 커버스토리를 장식하는 시사잡지인지라 저연차 기자인 내게는 늘 그때그때의 사회이슈나 모회사가 운영하는 종편방송의 신규 프로그램을 취재하라는 할당이 떨어졌다.


같은 그룹사라 취재 협조를 잘 해줄 것 같지만 연예인들은 화보가 있는 촬영이 아니고서야 왠만해선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해당 기획사의 매니저에게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심정으로 문자와 전화로 애걸복걸하며 매달렸고 가까스로 지면을 마감해냈다. 연예기자로 취직한 것도 아닌데.


직업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가장 큰 계기는 같은 부서의 여자 선배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보고 나서다. 그 선배는 한 대기업을 저격한 경제 기사로 인해 언론중재위원회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회사는 개인의 일로 치부하고 그 선배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 기자를 천년만년 할 것처럼 보였던 선배는 기자를 그만두고 대기업의 홍보담당자로 직업을 바꿨다.


또 다른 이유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많은 선배 기자들이 "기자야 어디에서 일하던 기자이고, 내가 쓰는 기사로 보여주면 되는 거야"라고 했지만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는 기사를 쓰는 것은 힘들었다.

내가 속한 잡지사는 당시 네이버와 제휴도 되지 않아서 인터넷에 노출이 전혀 되지 않았다. 회사 홈페이지에 겨우 업로드 되는 수준인데 누가 이 회사 홈페이지를 알고 찾아오겠는가.


(지금은 모회사인 XX일보 홈페이지에 잡지 기사가 게재가 되고 네이버와 제휴도 해서 포털에 기사 노출도 된다)


매달 편집장에게 욕 들어가며 주말도 다 포기하며 취재한 결과물이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고 사장된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좌절로 다가왔다.


그나마 경제쪽을 다루면 다른 경제지로 이직이라도 쉬울텐데 내가 취재하는 건 항상 그 당시에 회자되는 사회 이슈, 종편을 홍보하는 연예인 기사, 휴먼 스토리 등이다 보니 경력 공채에서도 매번 떨어졌다.


그렇게 20대의 나는 떠밀리듯 기자를 그만뒀다.


캡처.JPG 인터넷에 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나의 기사. 포털에 노출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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