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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n번째 직장

공공기관에는 왜 혁신이 없는 거야?

A. 혁신할 시간과 환경을 안 주기 때문이죠.

by 데자와

사기업을 다닐 때 직원들이 하던 얘기가 있었습니다.


공공기관은 와서 아이디어만 쏙 빼 가려고 한다.


사기업, 즉 민간에서 애써 스터디하며 일궈놓은 결과물들을 정부 정책이라며 카피해간다는 것이죠.


그런데 공공기관에 와 보니 왜 카피를 해 갈 수밖에 없는지 알겠더군요.


전문가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부처'의 일을 대신합니다. 즉 정부의 '위탁사'인 겁니다.


공공기관 직원은 해당 공무원의 위탁 직원인 거고요.


공무원들은 늘 공공기관에게 말합니다.


여러분들이 전문가니까, 내일 당장 중장기 방안을 제출하세요



공부할 시간은 안 주고 일단 문서부터 내놓으라는 겁니다.


사기업은 다릅니다. 창업지원센터를 하나 짓는다고 칠 때, 그들은 해당 직원을 해외출장부터 보냅니다.

가서 해외 스타트업 환경을 보고 오라며 참고할(베낄) 환경과 시간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공공부문은 정반대입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모두 경력사원인 것도 아니고,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일단 계획안부터 제출하라고 합니다.


기간도 '당장 다음 주 월요일' 이런 식이고, 작성해서 보내라는 '붙임파일'을 열어보면 몇 십 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 빈 칸으로 비워져 있습니다.


이걸 공무원들로부터 받은 공공기관 직원들 발등에는 불이 떨어집니다.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친한 업계 관계자에게 연락을 하거나 협회 쪽에 요청을 합니다.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제일 아이디어를 잘 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민간에 있는 사람들 눈에 공공기관 직원은 '아이디어만 쏙 빼먹는 사람들'이 되는 겁니다.




(번외)

그렇다고 공공기관이 외부에서 온 경력직원의 '전문성'을 높게 사는 것도 아니다.


튀는 사람을 싫어하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경력직원의 전문성을 시시한 것처럼 여기거나 무시한다.

"공공기관을 잘 모른다"며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에 함께 동조하게끔 만든다.



그러니, 제발, 공공기관에 이직할 생각이 있는 분들은 실장급 아니 최소 과장 이상의 직급으로 이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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