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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May 10. 2022

나는 엄마에게 좀 더 친절했어야 했다

주변 사람한테는 잘 하면서 엄마에게만 못된 딸 

나는 엄마에게 좀 더 친절했어야 했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다. 남들에게 하는 것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엄마에게 친절했다면 꽤 많은 것들이 달라져있었을 거라는 걸. 


회사에서 윗사람들의 재미없는 얘기는 '네네' 거리면서 웃음 섞어가며 경청하면서 엄마가 하는 말은 귓등으로 듣는 나. 


남의 고민거리는 내 일처럼 걱정해주고 살피면서 엄마의 고민은 엄마 혼자 해결하라며 내버려둔 나. 


엄마한테 전화가 오면 받기 전부터 짜증부터 내고("아, 또 왜 전화 건 거야"라면서) 엄마와의 대화가 다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뚝 끊던 나.  


엄마에게만 막 대하고, 엄마에게만 친절하지 않았던 지난 날은 결국 내 마음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잘못된 투자를 하려고 할 때 좀 더 진심으로 말릴 걸. 엄마가 결정을 하고 있지 못할 때 우리집 근처로 오라고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할 걸. 


엄마가 이해할 수 있게, 엄마가 납득할 수 있게, 적어도 남들에게 하는 것만큼 친절했다면 현재의 엄마가 괴로울 일도, 그런 엄마를 보면서 내가 마음 아파할 일도 없었을텐데.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하대하고 무시했던 대상은 엄마였다. 


막해도 되는 존재, 막 대하고 나서도 죄책감 없었던 사람, 엄마. 


그래서 엄마에게 너무 미안하다. 내가 좀 더 다정한 딸이었다면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 중 많은 것들이 바뀌어져 있었을 거다. 그리고 이렇게 후회하지 않아도 되었을 거고. 


남편은 말한다. 

당신하고 어머니하고 똑같아. 지나간 일 후회하는 거.

지나고나서 후회하지 마, 어머니한테 잘 해. 우리엄마도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엄청 후회하셨어 


남편 말이 백번 맞다. 


엄마의 잘못된 투자는 돌이킬 수 없고, 나도 과거의 나로 돌아가서 엄마에게 좀 더 친절하게 말할 수 없다. 


나는 엄마한테 왜 이렇게 무심했을까. 왜 엄마의 고민에 같이 공감해주지 않았을까. 


지난 날의 나는 엄마 혼자서 모든 걸 하라고 내버려두었다. 그냥 방치한 거다. 같이 고민만이라도 해주고 엄마에게 내가 알고 있는 걸 자세하게 설명했다면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텐데. 엄마가 잘못된 투자로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경우의 수를 과거의 내가 없애버렸다. 


나는 과연 내 딸에게 어떤 엄마가 될까. 

딸한테 미움받지 않을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제부터라도 엄마를 사랑해야 한다는 거다. 엄마의 약한 점, 못난 점, 내가 싫어하는 부분까지도. 보기 싫다고, 듣기 싫다고 엄마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막 대했던 사람, 엄마. 


앞으로는 후회하지 않는 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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