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리스리 Jul 14. 2022

[나만 불편해?] 영화 상영 전 광고 보지 않을 권리

영화 시작시간보다 항상 10분 늦게 가는 이유 


"영화 8시 15분 시작이니까, 8시 25분까지만 입장하면 돼"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탑건:매버릭>을 보기 위해서였다. 


8시 15분 영화를 예매했지만, 8시 15분까지 맞춰가지 않았다. 


정작 영화는 '8시 25분'에 시작할 것을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보다 일찍 영화관에 도착하게 되었고 본 영화 시작 전 필수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수편의 광고를 보며 스멀스멀 화가 났다. 


내가 왜 이걸 돈 주고 봐야 하지????




보통 영화를 보러갈 때 나는 항상 영화 시작 시간보다 10분 여유를 두고 가는 편이다. 


누군가와 같이 영화를 보러갈 때도 "아직 시간 많아. 어차피 10분 뒤 시작이라 지금 가도 안 늦어"라고 하며 영화상영관에 미리 가 있는 행동을 지양한다. 


영화관에 일찍 가봤자 정각에 영화를 틀어주는 상영관은 없기 때문이다. 


'10분'이 국룰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상영관에서는 티켓에 인쇄된 영화 시작시간보다 항상 '10분' 뒤에 영화를 상영한다. 


정확히는 10분 언저리쯤 될텐데(실제 시계를 보니 정확히 10분 뒤 시작은 아니고 한 9분 정도 지나면 마지막 광고가 끝나고 상영관이 어두워진다) 영화 시작 전에 10분 가량 광고를 보고 나면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그리고 화가 난다. 


내가 왜 비싼 돈 주고 광고까지 시청해줘야 하는 거지???


집에서 TV를 볼 때도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게 일반적인 시청자의 태도이다. 


심지어 유튜브를 볼 때도 광고가 나오면 5초를 기다렸다가 '광고 건너뛰기'를 누르는 판국인데 극장에서 비싼 티켓값 내고 광고를 보고 있을려면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오히려 광고를 봐주는 관객들한테 돈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로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일제히 티켓 가격을 올렸다. 


코로나 기간 동안 누적된 영업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극장들이 이렇게 가격을 한껏 올리고 나니 더더욱 영화 시작 전 광고를 '강제'로 보는 것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진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닌지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서 국내 멀티플렉스 3사(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광고 상영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영화 상영전 광고 '9분33초'…광고 보지 않을 권리 침해' (<컨슈머치>, 5월 12일자 기사) / http://cucs.or.kr/?p=10261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보도자료)) 


 영화관별 광고 재생 시간 (출처: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보도자료) 


조사 결과 실제 영화 시작시간은 평균 9분 33초 지연되었으며 그 사이 관객이 보는 광고 수는 20여 개였다. (이러니 광고를 다 보고 나면 정신이 어질어질했지) 


무료로 제공되는 유튜브도 하물며 광고를 시작 전 최대 2개까지만 붙이는 형국인데(긴 광고는 하나, 짧은 건 2개), 1만5천원씩이나 돈 내고 보러 간 극장에서 20개 광고를 강제시청해야 하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해외에서 잠시 살았던 기억을 들춰봐도 외국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이렇게 한국처럼 강제로 관객에게 광고를 시청하게끔 한 기억은 없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만 이럴까? 한국 관객이 호구라서? 정부가 영화관계자들을 위한 영화 산업 장려만 신경 쓰고 정작 국민인 관객 권리에는 관심이 없어서? 


멀티플렉스 극장들에게 말한다. 


"강제로 광고 보게 할 거면 티켓값을 할인하라" 


정부도 손놓은 '영화관 광고 보지 않을 권리'를 찾기 위해 나는 앞으로도 내 예매내역에 찍힌 영화 시작시간보다 10분 후에 상영관에 입장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엄마에게 좀 더 친절했어야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