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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Jun 27. 2022

조리원에 가면 '조동'을 꼭 만드세요! 꼭이요!

조리원 동기가 있어 좋은 점 

조리원 동기, 흔히 줄여서 '조동'이라고 부르는 모임. 


코로나 시대를 맞아 조리원 내에서 조동 모임을 만들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코로나 이전에는 조리원 내에서 여러 교육 프로그램도 열리고 식사도 모여서 하면서 산모들끼리 금방 친해졌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조리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내가 이용했던 조리원은 코로나 시기임에도 여러 면에서 자율을 허했기에(남편의 조리원 출퇴근이 가능하다거나 식당에서도 식사를 같이 할 수 있게 하는 등) 조리원 동기를 만들 수 있었다. 


출산하기 전에는 '조리원 동기가 뭐 그렇게 크게 필요하겠어'하는 생각을 가졌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다. 


<조리원 동기가 있어 좋은 점 #1.> 

비슷한 시기의 아기들을 같이 키우기에 공감하기가 쉽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1~2주 차이 밖에 안 나는 아기들을 동시간대에 키우는 사람들과 친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행운이었다. 


지인이나 인터넷에 물어보는 것보다 조동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은 여러 면에서 장점이 컸다.  


같은 해에 태어난 아기라도 개월 수가 몇 개월 차이나면 아기가 처해있는 상황과 발달단계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아무래도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록 몇 개월 차이지만 내 아기가 뒤집기를 하고 있을 때, 다른 엄마가 "조리원 퇴소 후 모유수유가 너무 어려워요"라고 한다면 이미 내 기억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려 공감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나 역시도 모유수유가 너무 어려워 힘들어하던 때에, 이제 막 친해지는 단계인 조리원 동기들에게 수시로 물어보는 것이 약간 껄끄럽고 어려워(왠지 징징대는 것만 같아) 아기를 이미 키워본 친구들한테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그런데 모두가 같이 하나같이 "너무 오래전이라 자세히 기억이 안 난다"라며 과거의 기억이 희미해져 있음을 고백해왔다. 


반면 조동은 비슷한 시기의 아기들을 키우는 것이기에 내가 고민하는 문제는 조동 중 다른 누군가가 똑같이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거나 혹은 며칠 전에 '극복'하여 답을 가지고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비슷한 행동과 패턴을 보이는 아기들을 동시간대에 키우고 있는 것이기에 조동 단톡방에서는 언제 어느 때이든 같은 고민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했다.


조리원 퇴소 후 단유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분유는 어떤 걸 갈아탈 것인지, 쪽쪽이는 어떤 브랜드가 괜찮은지 등 실시간으로 내가 닥친 상황을 공유하는 현장감 넘치는 대화가 조동 사이에서는 매일매일 이뤄진다. 


아기가 뒤집기를 시작하는 시기나 이유식을 먹이는 등 육아에 있어 큰 변화가 생기는 때가 되면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느라 더욱 분주하다. 


<조리원 동기가 있어 좋은 점 #2.>

공동 육아가 가능하다


'독박'육아는 과거의 대가족 형태가 아닌 이상 현 시대에 아기를 키우는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 나 혼자 아기와 단둘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아기를 본다는 것은 감정적인 면에서나 체력적인 면에서 천지차이다. 


내가 잠시 다른 일을 할 수 있게(가사이든 화장실을 가는 것이든) 누군가가 내 아이에게 시선을 고정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육아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나의 조리원 동기들은 아기들의 외출이 가능해진 시점부터 서로의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우리 조리원 이후로 한 번도 못 봤는데, 언제 한 번 봐요"에서 시작한 모임은 서로의 집 투어로 이어졌고, 이제는 '다음 주는 누구의 집에서, 무슨 요일에 모이나'가 주요 대화 주제가 될만큼 거의 매주 조리원 동기들과 한집에 모인다. 


조동들이 한 집에 모여 하는 일은 같이 수다를 떨며 집에서 하던 육아를 똑같이 하는 것(아기들을 밥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놀아주는 일)이 전부이지만, 집에서 혼자 애를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화장실을 갈 때 나 대신 아기를 봐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내가 밥을 먹을 수 있게 우리 아기를 안아주거나 달래줄 사람이 있다는 건 엄청난 도움이다. 


또한 집에서 아기와 나 단둘이 있으면서 아기를 상대로 하루종일 떠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말이 트이지 않은 아이에게는 하루 6시간 이상 성인들의 대화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조동들과 함께라면 아기에게 끊김없이 이어지는 어른들의 대화를 서너 시간 이상 들려주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모임에 모인 아기들을 한데 풀어놓으면 서로 교감하는 것이 보이기에 아기에게 좋은 외부 자극을 주는 측면에서도 조리원 동기들과의 모임은 매우 유익하다. 



조리원 동기, 만들 수 있으면 꼭 만드시라. 

힘든 육아 생활에 단비가 되어줄 고마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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