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믿고 백신을 안 맞았을까
백신을 이렇게 오래도록 안 맞을 생각은 없었다.
작년에 내 연령대의 백신 접종 차례가 오기 전에 나는 이미 임신을 한 상태였다.
주변 사람들이 "임산부는 백신 안 맞나?"라고 물어볼 때 "출산하고 맞으려고요"라고 하면서 나 스스로 임산부는 접종 예외대상으로 두었다.
특히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여러 제한을 두었기에(2인 이상 식사금지, 카페 이용 금지 등) 나 역시 사회활동을 위해서는 당연히 출산 후게 맞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 12월 오미크론으로 떠들썩하던 것이 언제냐는 듯 2022년으로 넘어오자 코로나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심이 팍 사그라들었다.
'이미 코로나 맞을 사람들은 다 맞았는데 누가 여기서 백신을 더 맞냐', '어차피 백신 맞아도 걸리는 코로나인데 코로나 맞은 사람들만 손해다 안 맞은 사람들이 진정한 위너다'와 같은 반응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백신을 지금까지 맞지 않은 사람이 진정한 위너다"
나 역시 아기를 낳고 백신을 맞을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사회적 변화에 '백신, 꼭 지금 맞아야 할까?'란 생각이 점점 커져갔다.
'출산 후 백신 맞아야지'라고 가졌던 생각은 '모유수유 기간이 끝나고 나면'으로 바뀌었고, 모유수유 기간이 이미 오래 전에 끝났음에도 나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
임신기간 동안에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고, 출산 후 육아를 하면서 여러군데를 돌아다녔지만 여전히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나를 보며 자만에 빠졌다.
부모님이 "너도 이제 백신 맞아야하지 않겠니?"라고 물어보시면, "네, 맞을게요. 나중에요"라며 차일피일 백신 접종 시기를 미뤘다.
인터넷에 누가 '이제라도 백신 맞을까요?'라고 글을 올리면 열에 아홉은 지금까지 안 맞고 버텼는데 뭐하러 맞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여론들을 보며 나 역시 백신은 위험하고, 아직 위험성이 밝혀지지 않은 대상이니 꼭 지금, 당장 맞을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커져갔다.
'지금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걸리지 않지 않을까?' 라는 약간의 허황된 생각.
그리고 나는, 보기좋게 코로나에 걸렸다.
문제는 아기도 함께 걸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