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에 가거나 시에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방에 갈 때면 몽골이(태명)보다 훨씬 통통하게 살찐 아기들이 눈에 띈다.
우리 애는 10개월인 지금까지도 이유식을 거의 안 먹는다. 9개월부터 시작된 '뱉어내기' 스킬은 그 이후로 모든 죽 형태의 이유식 거부로 이어졌고, 흰 쌀밥을 잠시 잘 먹는가 싶더니 요새는 그마저도 몇 입 먹고 뱉는다.
10개월 아기의 현재 몸무게는 8.4kg.
몽골이보다 몇 개월 더 늦게 태어난 아기들이 9kg를 훌쩍 넘기는 것을 볼 때마다 속이 타들어간다.
영유아건강검진을 했던 병원에서는 "괜찮아요. 원래 이맘때 애들 다 그래요. 비싼 거 먹이세요. 애들도 비싼 거는 잘 먹어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육아 상담을 하면 늘상 이렇게 말하는 의사라서 놀랍지도 않다.)
집앞에 있는 소아과에 다시 가니 의사선생님이 이전 진료기록을 보시고 "요새는 밥 잘 먹나요?"라며 먼저 물어봐 주신다.
아기가 본인이 좋아하는 치즈, 두부 외에는 거의 입을 벌린다고 하자 선생님은 "지금부터가 관건이에요. 돌 지나면 분유를 떼야 하는데 그 때까지도 밥을 안 먹으면 정말 큰일이죠"라고 하셨다.
돌 영상을 만들기 위해 남편과 함께 예전 사진과 영상들을 보았다.
우리 아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통통한 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100일 때까지만 해도 보기 좋은 통통한 얼굴이었는데 이제 몽골이는 그 어떤 또래 아기들보다 몸집이 작다.
놀이방이나 기타 장소에서 만난 엄마들은 하예를 안아보고는 "어머, 아기가 엄청 가볍네요"라며 깜짝 놀란다.
적게 나가는 몸무게 때문인지 몽골이는 놀이방에서 그 어떤 아기보다도 몸놀림이 잽싸다. 기어가는 것도 엄청 빨라서 슈슈슉, 슈슈슉 다닌다.
먹는 건 없는데 힘도 세다. 대체 그 힘이 다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작은 손으로 엄마를 앙칼지게 할퀼 때면 '작은 고추가 맵다'는 걸 실감한다.
아기가 잘 안 먹다보니 이유식도 잘 안 만들게 된다. 소고기 넣고 정성껏 만들어봤자 아기가 손으로
숟가락을 '탁' 쳐내서 바닥에 흩뿌려지니 화가 안 날래야 날 수가 없다.
이번 주말에는 몽골이를 데리고 교회에 갔다. 아기랑 같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방에는 몽골이 또래의 아기가 이미 와 있었는데 단번에 보기에도 몽골이보다 몸집이 컸다. 당연히 몽골이보다 더 일찍 태어난 아기일 거라 생각했지만 왠걸. 몽골이보다 1개월 뒤에 태어난 아기였다. 1개월 후에 태어난 아기임에도 몸무게는 벌써 9kg.
예배 도중에 아기의 밥 시간이 되었는지 그 어머니는 이유식 그릇을 꺼냈다.
그런데 그릇 크기가 정말, 정말, 정말 컸다.
반찬을 담아 보관해도 될 정도의 크기여서 속으로 내심 '저걸 다 먹는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 아기는 한 톨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나는 남의 아기들이 입을 쩍쩍 벌리면서 이유식을 거부하지 않고 먹는 모습이 그렇게 부럽다.
이유식을 갖다바칠 때면 숟가락을 손으로 탁탁 쳐내고,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부지런히 돌려가며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내 딸과 너무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