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남편의 직장어린이집에 당첨이 되었고, 아이의 등하원은 아직 복직을 하지 않은 나의 몫이 되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아닌지 맘이 안 좋기도 했지만, 맘카페 등에서 "18개월이 되면 18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라는 글을 보았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조리원 동기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킬 예정이라 나또한 자연스레 그 흐름을 타기로 했다.
2월 중에 남편은 어린이집 설명회를 다녀온 후 '준비물 목록'을 건네줬다.
기저귀 한 팩, 물티슈, 낮잠이불, 칫솔 6개, 치약, 이유식 턱받이 등이 적혀 있었다.
인터넷에서 본 많은 엄마들은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어린이집 이름스티커' 등을 구매해서 아이의 용품에 예쁘게 이름 석자를 붙여주는 것 같았지만, 미안하다 딸아. 엄마는 그냥 매직으로 쓸게.
아이를 첫 등원시키기 전날밤은 은근 긴장이 되었다. 마치 복직을 앞둔 회사원마냥 오전 9시까지, 목적지를 향해, 반드시 가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긴장시켰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쳐서 1년 넘게 탱자탱자 잘 거 다 자고 일어나고 싶은 일어났던 내가 드디어 1년 3개월만에 오전 9시에 맞춰서 움직이는 아침생활을 하다니!!!
등원시간이 반드시 아침 9시여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아침간식 때문이다. 남편의 직장 어린이집은 아침간식을 오전 9시에 제공한다. 간식을 먹지 않을 아이는 9시 40분까지 등원시켜달라고 안내되어 있기 때문에 이왕 보내는 거 내 새끼 뭐라도 하나 더 얻어먹을 수 있는 9시까지 등원시키는 것이 이 엄마의 목표다.
3월 2일부터 3월 15일까지 진행된 어린이집 적응기간은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을 차츰차츰 늘려나가는 스케줄로 되어 있었다. 초반 며칠간은 1~2시간 자유놀이 시간을 가지다가 하원하고, 중간즈음부터는 점심 식사를 하기 전까지만 있다가, 막판 며칠은 점심도 먹고 낮잠까지 자고 오는 적응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어린이집 등원 첫날.
1년 이상 아침 출근이란 걸 해본 적 없는 몸뚱이가 갑자기 아침에 정신 바짝차려서 내 몸 꾸미는 것도 모자라 아기까지 단장시켜서 나가려니 정말 힘들었다.
인스타 육아툰에는 "어린이집 첫날에 너무 후줄근하게 하고 가지 마세요"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평소에 쓰지도 않는 렌즈를 끼고, 아이는 집에서 입던 내복이 아닌 가장 예쁜 옷으로 입혔다.
어린이집 첫날에야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도 1시간으로 짧고 나도 군기가 바짝 들어서 피곤한 줄 몰랐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고 사흘, 나흘차에 접어들자 "어린이집, 너무 빡세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어린이집 보내면 누가 편해진다고 했나. 1년여 넘게 게을렀던 엄마가 매일 아이 등원을 시키려니 바쁘다 바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