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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Feb 27. 2023

뜻대로 안 되면 고성지르는 아기, 나한테 배웠나보다.

+443일



14개월에 들어서자 아기의 자기표현이 엄청 늘었다. 안 좋은 방향으로.


일단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에 반대하거나 도와주지 않으면 소리를 꽤액 지른다.


그 소리가 정말 귀를 뚫어버릴 정도인데, 아이는 정말 날카로운 고음의 괴성을 지른다.


밖에 나가고 싶은데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거나, 본인은 세면대 수도꼭지를 계속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놀고 싶은데 물값이 아까운 엄마가 이를 허락하지 않을 때, 그 외의 기타 모든 본인의 뜻에 엄마가 협조하지 않을 때 아이는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이거 듣는 것도 한 두번이지 계속해서 듣다보면 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내가 종년인가 시녀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왜 이렇게 애한테 혼나야 하는 거지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난다.


그럼 난 또 아기에게 역으로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화를 내는 게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엄청 쉬운지라 나도 아기에게 화를 버럭버럭 내는 엄마가 되었다.


특히 나와 아기 단둘이 밖에 있는데 아기가 소리를 지르면서 나를 힘들게 할 때 버티기가 힘들다.


어제는 유모차를 타지 않으려는 아기와 실랑이를 하다가 길가에서 아기에게 "앉으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아기를 유모차 안쪽으로 강하게 밀쳤다. (아마 지나가는 행인들 모두가 쳐다봤을 것이다)


순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장하영이나 나나 다를바 없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모차 벨트도 채우지 못하게 소리소리를 질러대는 아기가 너무 싫었고, 나는 너 즐거우라고 이렇게 키즈카페까지 끌고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유모차에 앉기 싫다고 버둥버둥대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아기가 미웠다.


아기가 나한테 바락바락 대드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 분명 아기는 나한테 배웠을텐데.


아기 앞에서 했던 부부싸움, 집에서 단둘이 있을 때 육아우울증이 심해 혼자 소리를 지르며 울었던 것들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그저 아기가 나한테 반항하며 내는 그 높은 괴성이 듣기가 괴롭다. 이제 고작 1살인 애가 뭐가 그렇게 고성을 지를 일이 있다고 나한테 그렇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지 너무 화가 난다.


아이에게 화 한 번 내지 않고 웃으며 키우는 엄마들도 많을텐데, 나는 애 양육하는 자세가 글러먹었다.


애를 낳아 키운다고 모두가 어른이 되거나 성장하는 건 아니라는 걸 나라는 인간을 통해 느끼고 있다.


                    

요즘 아주 밉상인 너. 1살이 무슨 자기주장이 이리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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