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그러는 건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사뭇 시대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 이유인즉슨 '사과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 엄마들' 때문이다.
둘보다는 하나를 키우는 시대이고,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귀한 건 능히 알겠으나, 아이들이 놀다가 실수를 저지른 상황에서 상대방 부모가 사과해도 받아줄 마음이 전혀 없는 엄마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한 번은 어린이집 적응기간이었다. 놀이터에서 야외활동을 하는 시간에 우리 아이가 속한 반과 다른 연령대 아이들 반이 함께 섞이게 되었다.
흙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아이가 순간적으로 모래를 옆에 있던 '언니' 머리에 흩날리게 되었다.
15개월 아이이기에 힘 조절은 물론이고 방향 조절도 쉽게 안 되니 흙을 실수로 날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아이의 머리에 모래가 흩날린 게 미안해서 부모에게도 그리고 그 아이에게도 사과했다.
"(상대방 어머니를 쳐다보며) 미안합니다. 친구야 미안해"
그런데 상대방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기분이 상했나보다 싶어서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미안해 친구야"라고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묵묵부답.
바로 옆에 있던 어린이집 교사가 민망했던지 "괜찮습니다. 어머니"라고 그 학부모 대신 대답하였다.
대체 뭘까?
15개월 아이가 자기 아이한테 일부러 흙을 날리기라도 생각했다는 건지 그 엄마는 끝끝내 사과를 받지 않았다.
요즘 엄마들은 사과를 하는 것 못지않게 사과를 받아주는 것도 '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본인 딸은 만 1세 때에 '절대' '네버' 다른 아이한테 흙모래를 날려본 적이 없어서, 지금 우리 아이한테 당한 일이 생전 처음 당해보는 경우없는 일이라서 기분이 나빠서 저러는 걸까.
1980년대생인 나와 동시대를 살아왔을 법한 상대방 학부모를 보며 사뭇 고개가 갸웃해진다. 자녀에게 털끝하나 손해보는 걸 절대 참지 못하겠다는 저 마음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건지.
또다른 사건은 동네 공원의 숲놀이터에서 벌어졌다.
아이가 흙장난을 하고 있는 바로 옆에 유아차가 세워져있었다. 부모는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고 덩그러니 유아차만 있는데 그 사이로 신발이 빼꼼 나와있었다.
흙장난을 한참 하던 아이가 유아차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유아차 사이로 나온 신발을 살짝 건드렸다. 나는 바로 아이에게 "OO아 만지면 안 돼"라고 말로 타일렀고, 아이는 내가 제지할 새도 없이 그 사이에 신발을 한 번 더 만졌다.
그러자 갑자기 유아차에 있던 아이가 부스스 일어났다. 적어도 4~5세는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아이가 유아차에서 일어나자마자 한 엄마가 순식간에 달려왔다.
나도 그 아이가 그렇게 갑자기 깰 줄 몰랐기에 "죄송합니다"라고 그 엄마에게 사과했다. 아이가 신발을 잡고 흔든 것도 아니었고 신발을 잠깐 만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곤히 자고 있는 애를 깨웠으니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엄마 왈 "아니 그걸 못 만지게 해야지 애를 깨우면 어쩌자는"이라며 성을 냈다.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했는데 상대방이 그 사과를 듣지도 않고 대노하면 사과한 입장에서도 화가 나는 법이다.
나도 마음에서 불이 일었다.
'아니 그렇게 지 애 자는 게 중요하면 유아차를 지키고 서 있던가. 유아차 한참을 팽개쳐놓고 있다가 애가 깨니까 달려와서는 역정이야'
신발을 잡고 흔든 것도 아니고 신발을 톡 건드렸을 뿐인데 그렇게 벌떡 일어날 정도면 이미 그 아이는 잠을 잘 대로 다 자서 깨어날 때쯤 되어 있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아이가 상대방 아이의 잠을 깨운 건 사실이니 나는 그 엄마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숲놀이터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아이를 놀리던 다른 학부모들도 있었는데 순식간에 공개적으로 몰상식한 사람 취급을 받은 게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내가 오늘 츄리닝을 입고 나와서 만만해보였나'.
순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요즘 엄마들. 그 엄마들 밑에서 자란 아이들과 우리 아이가 동시대를 보낼 걸 생각하면, 살짝 아찔해진다.
나쁜 말 한 마디만 하련다.
부모가 저래서 요즘 애들 인성이 빻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