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동기 중에 유일하게 둘째를 가진 A가 있었다.
A는 둘째를 돌 이전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모임에 잘 참석하지 못하는 A에게 가끔 안부인사를 건넬라치면 A는 거의 매번 "언니, OO이가 아파"라며 항상 둘째나 첫째가 아픈 소식을 전해왔다.
아직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던 나로서는 'A네는 항상 많이 아프네'라며 A를 위로해주는 수밖에 없었지만 왜 애들이 계속 그렇게 자주 아픈지 100프로 공감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올해부터 애를 어린이집에 보내고나서부터 나는 A의 말을 십분 이해하게 된다.
아이들은 아프다. 항상 아프다.
딸을 3월에 어린이집에 보내고부터 소아과와 함께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콧물감기가 시작된 이래로 처방받은 약이 떨어지면 소아과를 다시 방문하고, 또 약이 떨어지면 재방문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올해 감기는 어른들도 지독하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16개월인 딸은 오죽하겠는가.
한창 딸의 콧물감기가 극성이던 때 큰 병원에 가자 선생님은 직접 인터넷에서 귀 그림을 보여주시면서 중이염이 어떤 이유 때문에 생기는지 설명해주셨다. 코에서 귀로 이어지는 연결통로인 '이관'으로 콧물 속 세균이 귀로 흘러들어가는데 아이들은 이 이관의 길이가 성인보다 짧아 중이염에 쉽게 걸린다고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병원 선생님께선 "아이가 콧물감기가 시작된 지 꽤 되었는데 아직 중이염이 안 온 걸 보면, 중이염에 쉽게 걸리는 아기는 아닌 것 같네요. 중이염이 빨리 오는 애들은 정말 금방 나타나거든요"라고 하셨다.
하지만 3월 한 달이 지나고 4월이 되자 어느 날 딸에게도 중이염이 찾아왔다.
아이를 하원시키는데 아침 등원 때는 보이지 않았던 눈꼽이 보였다. 눈꼽이 특징인 아데노 바이러스가 요새 또 한창 유행인지라 덜컥 겁이 나서 병원에 갔다.
"중이염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진단을 듣자 깊은 한숨이 나왔다. 결국에 오고 말았구나 네가.
며칠 전부터 딸이 귀를 막 잡아당기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엄마가 못 알아보고 지나쳤구나.
바로 전날 방문했던 동네 소아과에서는 중이염이라는 말 한 마디도 못 들었는데, 왜 그 소아과는 진찰 때마다 귓속을 안 봐서 이렇게 중이염에 걸리게 만드나 원망도 생겼다.
약국에 갈 때마다 주는 작은 아이 약병(처방받은 약을 용량에 맞게 덜어서 투약하는 용도)은 집에 몇 개가 쌓였는지도 모르겠다.
3월에서 4월 사이, 이맘때쯤 엄마들의 단톡방은 아픈 아기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저희 애는 결막염에 걸렸어요"
"OO이는 며칠째 열이 안 잡히고 애가 계속 쳐져서 입원시켰는데 폐렴 초기라네요"
"ㅁㅁ이도 요즘 기침이랑 콧물이 계속 안 떨어져서 비타민 먹이고 있어요"
"오늘 난생처음 배숙 만들어 보는 중이에요. 기침감기에 좋다고 해서요. 아기가 있으니 별 걸 다 해 보네요"
어린이집 같은 반 아이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아픈 사연을 들으며 엄마들의 삶도 녹록치않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인 A의 아들은 결국 중이염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고나니 아이 상태가 좋아짐은 물론 기분까지 나아졌다고 한다. 동시에 A조차도 살 것 같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A는 "언니, 아이가 안 아프니 진짜 내 숨통이 트이는 거 같아"라며 밝게 웃었다.
아이가 건강해야 엄마도 행복하다.
3월 콧물감기로 시작한 중이염은 5월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엄마들의 단톡방이 '아픈 아이 걱정'에서 해방되는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