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소식에 같은 반 엄마들 모두가 놀랐고, 직장 어린이집이라 선생님들의 근무조건이 좋다고 여기고 있던 터라 그 충격은 더 컸다.
선생님이 1년을 다 채우지 않고 중도 퇴사하는 것에 안타까워했고 그동안 아이들이 선생님과 깊은 정이 들었는데 헤어져야 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대빵 선생님이라고 해도 엄마들 나이보다는 훨씬 어린 20대 선생님. 20대는 원래 이직이 잦고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는 나이이지만 요즘의 세상 분위기가 이래서일까. 선생님이 혹여나 교사로서의 고충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건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었던 아는 동생에게 "어린이집 선생님이 그만둔다"라고 말했더니 "언니네도?"라며 자기네 어린이집도 일요일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는 '선생님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월요일부터 못 나온다'고 들었다고 했다.
동생은 "어린이집 원장님이나 주임선생님이 헬이거나, 아니면 동료교사 문제 때문에 그만두기도 한다"며 "근데 보통 1년은 다 채우고 나가긴 하는데 중도퇴사면 집안에 무슨 일이 있거나 아님 진짜 힘들어서 나가거나 둘 중 하나일 거 같아"라고 말했다.
남편도 어린이집 설명회를 직접 주도했던 선생님이 그만둔다고 하니 다소 놀란 듯했다.
"원칙상으로 선물 금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퇴사하는데 뭐라도 선물하는 게 낫지 않을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개월을 같이 보낸 선생님. 어떻게 보면 내 아이의 인생 첫 선생님인데 그냥 빈손으로 이별인사를 하자니 못내 찝찝했다.
선물도 무엇을 할지 고민이 되었다. 다른 엄마들이나 선생님들 눈에 띄는 쇼핑백을 들고 가자니 왠지 신경이 쓰이고, 그렇다고 빵이나 먹는 걸 선물하자니 왠지 다른 선생님들이랑 나눠먹을 것 같고.
가장 무난한 스타벅스 카드는 뭔가 카드만 '띡'하고 건네는 느낌이라 내키지 않았다.
고민 끝에 편지를 썼다. 우리 아이의 첫 선생님이어서 고맙다고. 0세반 아이들 적응 가장 힘들 때에 고생해줘서 고맙다고. 덕분에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잘 수 있었다고. 편지와 함께 소액의 제과점 상품권을 넣었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어린이집 근처의 맛있는 빵집 빵도 같이 사들고 가고 싶었지만)
선생님의 마지막 출근날, 교사실로 가서 "OOO 선생님 계실까요?"하고 선생님을 찾았다.
이미 선생님의 퇴사 공지가 올라온 며칠 전, 선생님과 교실 앞에서 두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나눈 적 있지만 오늘은 정말 마지막 인사가 될 터였다.
내가 인사를 하러오기 전에 이미 아이 하원을 일찍 시킨 다른 엄마들과도 많은 인사를 나눴을 터. "내일부터 등원할 때 선생님이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선생님 앞으로 하시는 모든 일이 다 잘 되시고, 하고 싶은 일들 올해 다 이루시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선생님은 내게 "어머니가 저희 생각하셔서 일부러 더 편하게 대해주고 하셔서 감사했다"(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하룻동안 발바닥에 상처가 나고 이마가 어딘가에 부딪히는 일이 있었는데 내가 웃으면서 무던하게 넘어갔던 일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라며 "나중에 이 일을 어딘가에 가서 하더라도 어머니 같은 분 또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항상 엄마들의 기분을 살펴야 하는 직업이 되어버린 교사. 하원시에 오늘 우리 아이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할 때도 엄마들이 조금이라도 기분 상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예쁘게 얘기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이 직업이 고강도 노동임을 간접적으로 체감한 바 있다.
출근 마지막날까지도 모든 엄마들과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 선생님은 마지막까지도 내게 너무 예쁜 말을 남기셨다.
선생님이 내게 해주신 말이 인사치레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가 정말 선생님에게 그나마 대하기 편한 학부모였기를(학부모가 100퍼센트 다 편할 수는 없으니까). 그동안 선생님의 직장 스트레스에 +1을 추가하는 일이 많이 없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