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중에 죄송한데..."
언뜻 보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말을 쓰는 사람 치고 죄송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파트 동대표를 하면서 내 인생 처음으로 50대 아주머니들 틈바구니 속에서 부대끼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특이하지. 동대표 아줌마 몇몇은 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
문장은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이지만, 본심은 <너의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으니 내 말 좀 하겠다, 나는 너의 말을 잘라먹고 들어가겠다>이다.
동대표 아주머니 몇몇이 저 마법의 문장을 꺼낼 때마다 나는 속으로 '하이고, 또 자기 할말만 하려고 저러네'라는 생각부터 든다.
죄송한 마음은 하나도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보다 먼저 하기 위해서, 상대방 말은 경청할 여유도 없고 들어주고 싶지도 않아서 저 문장을 꺼내쓰는 사람들에게 맞받아치려면 "아니요, 제 말 아직 안 끝났습니다. 제 말 다 끝나고 하세요"라고 해야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장유유서의 나라 아닌가.
결국 저 마법의 문장은 나이 많은 사람이 나이 적은 사람에게, 혹은 직급이 높은 사람이 직급 낮은 사람에게 예의를 차리는 척하면서 본인 할말만 하려는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주변에 "말씀 중에 죄송한데"를 자주쓰거나 연발하는 사람이 있으면 꼭 유심히 지켜보시라. 그는 상대방의 말에는 경청할 생각이 없다는 걸, 오직 내 할말만 하고 남이 내 말을 들어주기만을 바라는 이기주의자라는 걸.
+ 유사어로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이 있다. 이 말을 쓰는 사람도 경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