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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물질의 방 May 09. 2022

공부잘해서 큰사람이 되고자 하는 아들에게 해주는 이야기

# 열심히 공부하여 큰 사람이 되고자 하는 10살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어버이날이라고 아들이 편지를 써줬는데, 감동적이면서도 ENTP의 본능으로 문장을 분석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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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와 어머니를 먹여살리기 위해 힘들어도 열심히 일을 하는 아버지"라는데,

사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열심히는 아니고 적당히 잘 하려고 하는데...왜 힘들어도 열심히 일을 한다고 본건지 모르겠다 ㅎㅎ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여 큰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하는데,

열심히 공부 = 큰사람 이라는 등식은 반드시 성립하는 것이 아닌데, 나는 한번도 열심히 공부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 없는데 10살 아이가 왜 저런 생각을 했을지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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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세상을 알아가는 도구이고,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배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즐거운 것이라고 이야기해 줬었다.

게임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은 그 시간 동안만 지속되는 쾌락을 준다면, 배움을 통해 세상의 원리를 알아가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장난감이 된다는 이야기도 해줬던가? (안 해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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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고전 '대학'에서는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물리, 화학, 국어, 영어 등의 과목을 '소학'이라 칭하고, 이 과목들을 탐구해 '격물치지'를 달성할 것을 설하고 있다. 현상계의 원리를 파악하는 수단으로 위 과목들을 배울 것을 강조한다.

'격물치지' 다음에는 '성의정심'이다. 올바른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배운 학문을 바탕으로 현상계의 원리를 파악했으면 그 원리를 올바른 마음을 지니고, 올바른 곳에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가 배운 학문은 도리어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부를 잘해서(격물치지) 큰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배운 것을 올바른 곳에 사용해야(성의정심) 큰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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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아들이 어떤 의미로 '큰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큰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크다', '작다'라는 상대적인 것으로 욕심에 기반한 가치이기 때문에 그 기준이 모호하고, 인간의 욕심이 한량없듯이 그 기준은 영원히 채울 수 없을 것이다.

그저 배움을 그 자체로 즐기고, 올바른 마음을 내어, 먼저 스스로가 행복하고, 물질이든 정신이든 내게 남는 것이 있다면, 다른 이와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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