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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물질의 방 May 23. 2022

자연은 스스로 변하기에 영속성을 지닌다

# 자연은 스스로 변하기에 영속성을 지닌다.


자연은 스스로 모습을 바꾸며 영속적으로 존재한다. 정확히 말하면, 계속 변하기 때문에 그 속성은 항상 다르다. 봄의 꽃나무와 가을의 꽃나무가 다르듯이, 여름의 산과 겨울의 산의 모습이 다르듯이.


하지만 자연을 칭할 때에는 변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상태로 칭한다. 여름에 부르는 한라산과 겨울에 부르는 한라산이 다른 산이 아니듯이.


수시로 변하는 자연은 변하기 때문에 영속적일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인공물은 변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씩 변하고 있으나 인간은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영속적으로 인간이 원했던 특성이 변하지 않도록 만든다. 벽돌로 올린 집, 시멘트로 지은 빌딩, 욕심이 쌓아올린 자본주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만든 인간의 인공물은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다른 힘에 의해 파괴된다. 오랜 시간 부와 권력을 독점하던 여러 제국들이 그랬고, 하루 걸러 무너지고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이 그렇다.


고작 100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이 자기의 삶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본인이 경험할 수 있는 그 시간만을 칼로 탁 잘라내어 그 단면에 영속적인 인공물을 새긴다. 새긴 인공물에 다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만, 인공물은 스스로 변하지 못하기에 시간이 흐르면 다른 힘에 의해 파괴되기 마련이다.


파괴될 것을 알면 굳이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을 텐데, 놀랍게도 파괴될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삶을 살면서 '生'은 생생하게 느끼면서 '死'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집을 나와 길을 잃고 떠도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


내가 돌아갈 집은 분명히 정해져있는데, 집을 분명히 알고 있는 이는 내 것일 수 없는 것, 언젠가 파괴될 것에 관심 갖지 않는다. 스스로의 모습을 변화시켜 영속성을 갖는 자연의 일부로 삶을 살다가 집으로 돌아가서 잠을 청하면 그만이다.


어릴 때, 산에 올라가는 것을 싫어했다. '어차피 내려올 건데 왜 올라가?'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산을 오르면, 오르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없다. 나는 그냥 거기에 있는 것이다. 자연의 일부로. 변화의 일부로. 그렇게 나는 영속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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