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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물질의 방 Aug 22. 2022

세우라고, 세우면 다 된다고

나는 왜 작심삼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과 해결방법

작심삼일, 마음을 먹은 지 삼일이 지나면 그 강렬했던 다짐은 사라지고, 다시 삼일 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경험해봤을 것이다. 모든 일에 쉽게 싫증이 나며 한 가지를 꾸준하게 하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 나만 그런 건가?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잘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그럴까? 자책하지 말자. 인간은 다 그렇다.     


동물원에 조련사들은 동물들을 조련할 때, 어떤 행동을 시키고 그 행동을 지시대로 수행했을 때, 보상을 준다. 그 보상은 절대 늦어지면 안 되고, 즉시 보상이 이뤄져야 효과적이다. 포유류인 인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즉시 보상이 이뤄지는 일은 삼일이 아니고, 삼십일, 삽 백일 이상도 계속할 것이다. 그래서 게임회사들은 보다 빠른, 보다 자극적인 보상을 부여함으로써 우리가 게임에 몰두하도록 만든다.      


작심삼일이 반복되는 것은 그 일이 즉각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상이 없기 때문에 그 일에 흥미를 잃고, 보다 빠르고 확실한 보상을 주는 행위로 관심이 옮겨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중한 삶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임에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세우면 된다. 세우면 다 알아서 된다. 뭘 세워야 하냐고? 지금부터 이야기해보겠다.     


수학에는 산술급수와 기하급수의 개념이 있다. 산술급수는 1, 2, 3,... 8, 9, 10...처럼 순서대로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나는 숫자 배열을 의미하고, 기하급수는 1, 2, 4, 8, 16, 32,...처럼 일정한 변화율로 계속해서 그 간격이 커지는 숫자 배열을 의미한다.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산술급수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한 대 맞았으면 나도 한 대 때려야 되는 것이고, 내가 1시간 공부했으니까, 시험 점수가 10점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동물이 가진 가장 큰 오류이다. 앞서 언급한 동물원의 조련사가 즉각적인 보상을 부여하지 않거나, 그 보상이 어제보다 적은 경우에 동물은 점차 그 행위에 흥미를 잃게 된다.      


작심삼일의 무한궤도 속에서 쳇바퀴 도는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이라는 노력을 했을 때, 1이라는 만족감이 있어야 한다는 관념이 있는데, 현실세계에서는 1이라는 노력을 했을 때, 즉시 1이라는 만족을 주는 것들 중 삶에 유익한 것들은 없다.      


삶에 유익한 것들은 산술급수로 우리에게 나타나지 않고, 기하급수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하급수는 위 그래프와 같이 초기에는 1이라는 노력을 했을 때, 1이라는 만족을 줄 수 없다. 그러나 노력이 계속되었을 경우, 어느 임계점을 지나게 되고 그때부터는 산술급수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만족을 주게 된다.    

  

당신이 그 임계점을 지났다고 상상해보자, 1이라는 노력을 했을 때, 1 이상의 만족을 주는 행위를 당신은 과연 멈출 수 있을까? 멈추지 않고 계속할 것이다. 그렇다. 삶에 유익한 것들, 우리가 흔히 작심삼일로 그치는 것들은 임계점까지의 1 이하의 만족감으로 오랜 기간 노력을 지속해야 하지만, 1 이상의 만족감이 부여되는 순간부터는 따로 마음을 고쳐먹을 필요도 없이 계속하게 될 것이다. 이건 내가 장담할 수 있다.   

  

우리 삶에서 유익한 것들이 우리에게 주는 만족감은 기하급수 그래프를 그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세워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그래프에서 접선의 기울기이다. 곡선으로 그려진 그래프에는 무수한 직선을 그릴 수 있고, 이것을 접선의 기울기라고 표현한다. 접선의 기울기가 45도가 되는 시점까지 계속해서 세워야 한다. 딱 45도까지만 세우면 된다. 그 이후는 관성에 맡기면 자연스럽게 굴러갈 것이다. 하지만 45도까지 세우는 그 시간이 지루할 것이다.     


그래서 채근담에서는 “나무뿌리를 씹어 삼킬 수 있다면 능히 무슨 일이든 성취할 수 있다”라고 했다. 접선의 기울기가 45도 이하로 노력에 비해 내가 얻는 만족감이 극히 적을 때에는 하루하루가 나무뿌리를 씹는 것과 같을 정도로 맛도 없고 씹기도 힘든 시간의 연속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위를 계속해낼 수 있다면 큰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고, 얻고자 했던 보상 또한 함께 얻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금강경에서는 “행위를 하되,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행위를 하라”라고 가르치고 있음에, 이를 우리가 접선의 기울기를 세우는 데 있어서, 행위를 하되, 그 결과로 주어지는 만족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작심삼일이라는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임계점을 넘어서 큰 만족감과 효용이 내게 주어졌을 때, 이 결과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면 남과 나눌 수 있는 큰 마음까지 갖게 될 것이다.     


영화 레미제라블에는 장발장(24601)이 부서진 배의 닻 기둥을 세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은 내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냥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기둥을 세워서 끌고 가는 장발장의 모습처럼 우리가 기하급수 그래프에서 기울기를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장발장이 닻 기둥을 세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오랜 시간이 걸릴 뿐이지,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면 어느 순간 노력과 효용이 1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이후부터 당신이 느끼는 삶의 난이도는 상당히 낮아질 것이다.      


정리하자면,     

즉각적인 보상이 힘들기 때문에 우리가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보상이 없어서 만족감이 적은 그 구간을 뚫어내기 위해서는 기울기를 세워야 하는데, 참 지루한 과정일 것이다.

채근담과 금강경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나무뿌리를 씹는 마음 그리고 결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행위를 지속할 수 있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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