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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물질의 방 Aug 28. 2022

주인공으로서의 삶, 긍정적 자기 암시의 힘

'안이비설신의' 여섯 도둑으로부터 내 삶을 지키는 방법

MZ세대의 끝자락에 걸려 있는 내가 어릴 때 유행하던 노래 중에 김원준의 SHOW라는 노래가 있었다.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인데 그 가사가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쇼! 끝은 없는 거야, 지금 순간만 있는 거야! 난 주인공인 거야!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쇼! 룰은 없는 거야, 내가 만들어가는 거야! 난 할 수 있을 거야!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토록 철학적이고, 깊은 수준의 통찰을 담고 있는 가사는 없었다.      


나는 누구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내 주변을 둘러싼 문제들은 왜 자꾸 생겨나는 거지? 내 삶은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질문은 우리가 나이를 한 살씩 먹고, 사춘기를 지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여러 문제들에 부딪히게 되었을 때, 한 번씩 떠올렸던 질문일 것이다. 또한 철학의 오래된 질문 또는 화두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그 답을 명쾌히 내리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 시작인 ‘나’부터 정의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내가 내 삶 속에서 어떻게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보려고 한다.     


삼국유사를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일연스님은 세상에서 제일 고약한 도적을 우리 몸속에 있는 여섯 도둑이라 칭했다. 첫 번째 도둑은 보이는 대로 다 가지려는 눈 眼 이고, 두 번째 도둑은 듣기 좋은 말만 들으려는 귀 耳, 세 번째 도둑은 좋은 냄새만 맡으려는 코 鼻, 네 번째 도둑은 온갖 거짓말만 하려 하고 맛있는 것만 먹으려는 혀 舌, 다섯 번째 도둑은 훔치거나 못된 짓만 골라서 하려 하는 몸 身, 마지막 여섯 번째는 사람을 쫓아내거나 싫어하거나 하며, 혼자 떠들고 화를 내며 소란을 피우는 생각 儗 이라고 한다. 한자음을 따서 ‘안이비설신의’라고 하며, 이를 불교철학에서는 여섯 도둑, 육적이라 표현한다.     


평생 동안 도둑이 지어낸 거짓말을 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그 모습에 빠져 희로애락을 반복하게 된다. 도둑에게 홀려 금고 안의 돈을 모두 내어주고, 집까지 내어준다. 그렇게 도둑은 내 집을 차지하고, 집을 빼앗긴 나는 더 이상 집의 주인이 아니게 된다.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하는 행동이 나의 본질이라고 착각하면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될 수 없다.     


채근담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보고 들리는 것은 다 바깥 도적이요, 정욕과 의식은 안 도적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본심만 제자리에 깨어 있다면 이것들은 다 나의 심복이다.’ 여섯 도둑의 작용을 자각하고, 공하다는 것을 인식하라는 불교철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인공이 되어 본심을 찾아 여섯 도적들을 심복으로 만들 것을 가르치고 있다. 도둑의 행동을 파악하고, 그에게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면 여섯 도적들을 내게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불교의 수행법 중 위빠사나 명상이라는 방법이 있다. 이는 “알아차림” 명상이라고도 불리는데 내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차리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어떤 이가 내게 욕을 하면 그 욕이 담고 있는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욕을 받아들인 내 마음작용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음속 도둑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고, 그들의 행위에 진정한 주인공인 내 본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위빠사나 명상이 아니라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내 마음작용에 집중한다면, 도둑이 좌지우지하는 나를 지켜낼 수 있다.     


마음 도둑질을 막아낸 뒤, 비로소 나는 주인공 자리를 되찾아 나만의 쇼를 시작할 수 있다. 이때에는 긍정적 사고와 자기 암시법을 통해 내가 나를 속이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켈리 최의 well-thinking과 네빌 고다드의 끌어당김이라는 키워드는 긍정적 사고와 자기 암시법이 우리 삶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자기 암시’라는 책에서 저자인 에밀 쿠에는 다음과 같은 자기 암시문을 제시한다. “나는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그는 상상은 의지보다 힘이 세고, 무의식은 의식보다 강하다고 설명한다.      


생각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아니다. 서두에 언급한 여섯 도둑들을 불러들이는 것은 내 행동이 아니라, 내 생각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 강남역 2번 출구 앞에서 여자 친구를 기다리며 눈을 맞는 기분과 강원도 철원 어느 군부대 연병장에서 제설작업을 하기 위해 모여서 당직사관을 기다리며 눈을 맞는 기분은 전혀 다를 것이다.  


같은 눈인데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내 마음작용일 뿐이다. 자기 암시도 이와 같이 활용할 수 있다. 여섯 도둑이 내 마음속에서 마음대로 부정적 자기 암시를 일으켜, 내 행동을 통제하는 것과 같이, 무의식 속에서 긍정적 자기 암시를 각인시킨다면, 행동은 자연스럽게 뒤따라 올 것이다.    

  

네빌 고다드가 그의 저서, “세상은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에서 성경을 나름의 근거로 해석하며, 기도는 어떤 절대자로서의 신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신에게 이야기하는 자기 예언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도의 모습은 절대자에게 원하는 바를 소원하는 형식이다. 결국 그 성취는 절대자인 신에게 달려 있게 된다. 네빌은 진정한 의미의 기도는 자기 예언문으로 원하는 성취를 이룬 후의 내 모습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시각화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에밀 쿠에가 이야기한 자기 암시의 원리와 같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그리고 자기 계발서에서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본문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마음 작용이 몸의 작용을 통제하기 때문에 긍정적 자기 암시로 마음 작용을 통제할 수 있다면, 마음은 몸을 통제하고 현상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비로소 마음속의 도둑을 몰아내고, 소중한 삶 속에서 주인공으로서 나만의 쇼를 펼쳐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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