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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물질의 방 Sep 20. 2022

사과

그런 게 하나 있었어

우리는 그게 뭔지 몰랐지

아니 알 필요도 없었지


어느 날 내 친구가 

그걸 한입 베어 먹었어

그건 빨간색이라고 하더라


다음 날 내 친구가

그걸 한입 베어 먹었어

그게 맛있다고 하더라


다음 날 내 친구가 

그걸 한입 베어 먹었어

그것에서 나는 향기가 좋다고 하더라


다음 날 내 친구가

그걸 한입 베어 먹었어

그것의 껍질이 매끄럽다고 하더라


다음 날 내 친구가 

그걸 한입 베어 먹었어

그건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


다음 날 내 친구가 

그걸 한입 베어 먹었어

그건 귀한 것이라고 하더라


다음 날 내 친구는

그걸 '사과'라고 부르더라


다음 날 내 친구는

우리 마을을 떠났어

이 마을은 '좋지 않다'라고 하면서

자기는 '좋은' 마을에 가서

'사과'를 실컷 먹을 거라고 하면서


다음 날 나는 

내 친구가 '사과'라고 부르던 것을

그 자리에 그냥 두었어

그렇게 '사과'는 다시 그런 게 되었어


그런 게 하나 있었어

우리는 그게 뭔지 몰랐지

아니 알 필요도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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