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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물질의 방 Feb 19. 2022

욕심과 양심, 삶은 그레이 색ㄲ이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나를 얻으면 둘을 바라게 되고,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보다는 남이 쥐고 있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인간의 진화적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유전자보다 우월한 위치를 점해야만 유전자가 전승될 수 있기 때문에 남의 것을 빼앗고 더 차지하려 한다. 인간의 욕심이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요소 중 가장 지배적인 요소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인문학 서적에 적힌 성인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이 욕심을 억누르는 의도적 행위를 찬양하고 있다. 욕심을 억누른다는 것은 인간 본성을 거스른다는 것인데, 왜 성인들은 우리에게 태어난 대로 살아가지 말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성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소익보다 대의를 우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지, 인간이 모두 그렇게 행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를 대승불교에서는 민둥산에 아무리 나무를 베어내도 다시 싹이 올라오듯이, 인간 본성 깊숙이에는 양심의 씨앗이 존재한다고 가르친다. 욕심을 덜어내고, 양심을 기르는 것이 수행이라 여기며, 모든 인간이 양심의 씨앗에서 꽃을 피어 내면 그곳이 극락이라 표현하고 있다.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천국도 표현만 다를 뿐 같은 곳이라 본다.




모든 철학과 종교는 인간의 욕심으로 형성된 현상을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성령", "자아", "아트만", "참나"를 계발하여 인간 본성의 선한 씨앗을 피워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불교에서는 연꽃을 정토화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연못 속 진흙탕 속에 뿌리를 내리고 수면 위로 화려한 꽃을 피워내기 때문이다. 연꽃이 의미하는 바가 신과 철학이 우리 인간에게 요구하는 바이다.

자, 그렇다면 욕심은 "악"이고, 양심은 "선"이니까 욕심은 버리고 양심은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렇게 칼로 무를 베듯 잘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밤이 있기 때문에 낮이 있고,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있듯이, 욕심이 있기 때문에 양심이 있을 수 있다.

동양철학의 근간에는 음양의 원리가 자리 잡고 있다. 욕심은 불과 같고, 양심은 물과 같다. 불은 한번 타오르기 시작하면 탈 것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다 태워버리고 종국에는 불 스스로도 사라진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길을 따라 흐르며 만물의 소생을 돕는다. 욕심은 가만히 둬도 활활 타오르지만, 양심은 길을 내주고 위치를 적당히 잡아주면 자연스럽게 흘러서 내려온다. 불과 물 모두 생태계를 구성하는데 필수요소이고,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생물은 생존하기 어렵다.

우리 안에 자리 잡은 욕심과 양심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열기구와 같다. 열기구에 뜨거운 불만 계속해서 뿜어대면, 끊임없이 높이 오르게 되어 결국 추락하고 말 것이다. 적당한 높이에서 불을 조절하며 비행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서서히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며 오르는 모습이다. 욕심도 가만히 두면 계속해서 오르려 하기 마련이나, 이를 조절한다면 즐거운 비행을 할 수 있다. 만약에 "욕심"이라는 불이 없는 열기구라 생각해보자 그건 그냥 땅에 내려앉아 있는 거대한 풍선을 달고 있는 피크닉 바구니에 불과할 것이다.




대승불교에서 언급되는 현자 중 유마 거사(아사미 유마 아니다)라는 사람이 있다. 이 분은 싯다르타의 제자로 출가한 승려가 아니라 재가불자였다. 큰 부자였고, 그의 부를 통해 선행을 베풀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전기를 오래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그는 마쓰시타 중공업과 파나소닉의 창업주인데, 그의 경영철학을 수돗물 경영론이라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회사가 만든 제품을 고객들이 수돗물처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 여겼다.

유마거사와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예처럼 욕심과 양심은 조화를 통해 다수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욕심은 불과 같이 가만히 두면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양심은 물과 같아서 길을 내주고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 그래서 양심을 계발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

욕심은 "악", 양심은 "선"이라는 흑백논리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벅차다.
회색 정도로 살아가는 것이 좋다. "그레이 색ㄲ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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