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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물질의 방 Feb 21. 2022

바닷물과 같은 인간의 욕심

10살 아들은 아빠가 술 마시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 술 마시고 들어오면 편의점에 데려가서 원하는 것을 사달라고 하기 좋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편의점에 가면 아들은 '구글 기프트 카드'를 사달라고 하는데, 이것으로 로블록스의 화폐 로벅스를 현질한다. 언제부터인가 현질을 해달라고 하는 빈도가 잦아진 게 느껴져 바닷물 이야기를 해주었다. 


바닷물은 마시는 그 순간은 갈증이 해소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에는 갈증은 더해지고 종국에는 생명까지 잃게 만드는 것이라고. 자극적이고 큰 쾌감은 바닷물과 같아 당장에는 그 즐거움이 크나, 시간이 지나면 더 큰 쾌감을 추구하게 되고 그 갈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기특하게도 그 말 뜻을 이해하고, 현질의 빈도와 금액을 줄여보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아들과 이야기를 하며, 나 스스로도 돌아보게 되었다. 술 마시는 행위도 바닷물을 들이켜는 바와 다르지 않으니, 줄여보기로 했다. 신형 골프클럽을 구매하려는 아내에게도 바닷물 마시지 말고, 얻을 수 있는 효용이 가장 큰 제품으로 고르라고 조언해주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인간은 충분히 참을 수 있는 갈증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갈증을 느껴 바닷물과 같은 소유욕을 채운다. 대중매체는 가짜 갈증을 만들고, 기업은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유통시킨다. 그렇게 부가가치가 생산되며 시장은 계속 커지는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의 본질에는 바닷물과 같은 인간의 욕심이 있다.


아들에게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해주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욕심을 완전히 없애고 살아갈 수는 없지만, 인간의 욕심이 시장을 만들어내므로 나의 욕심은 제한하고, 타인의 욕심을 이용하면 나에게는 유익한 결과가 생겨날 것이라고 하며 로벅스에 현질 하는 금액만큼 로블록스 주식을 사놓는다면 경제적으로도 유익할 것이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은 대단히 인상적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10살 아들이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반복해서 이야기해주다 보면 이해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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