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온 이야기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겠냐는 질문에 나는 한참을 고민해도 적당한 때가 떠오르지 않았다.
힘들었던 건 아닌데 행복하지도 않았던 것 같고 모든 게 그저 바람처럼 지나갔다.
기복이 없는 것인지 깊은 물 속에 잠겨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일도, 모레도 나는 내가 싫을 것 같다.
좋아할 이유보다 싫어할 이유가 더 많으니까.
살아야 할 이유는 찾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누군가의 입을 통해 아무리 들어도 받아들이기가 힘든데
죽어야 할 이유는 너무나 흔하고 단순하며 곳곳에 가볍게 널려있다.
이게 맞는 걸까.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걸까.
돌고 돌아 나는 결국 같은 결론을 낸다.
영원히 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없는 것 같다.
약을 챙겨 먹는 것 같은, 나 자신을 위한 아주 사소한 일조차 무의미하고 귀찮아졌으니까.
창 밖을 보고 있노라면 뛰어내리고 싶었다.
달리는 차들 속으로 걸어가고 싶었다.
길을 걷다가 자그마한 칼을 샀고
약을 먹지 않고 약통에 차곡차곡 모았다.
그 이유를 알 듯 말 듯,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문득 바라 본 하늘이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책상이
익숙하다 못해 한 몸 같던 내 모든 것들이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한가득 두 눈에 담고 나서야 생각에 잠긴다.
내 자리가 아니구나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야
그래서 이토록 사라지고 싶은가보다
그래서 자꾸 그만두고 싶어지나봐
이렇게까지 끌고 오느라 너무 많은 기력을 쏟았다.
나의 바람들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손톱만큼도 나를 사랑할 수 없는 나에게
이제는 이별을, 쉼을 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