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걷고 있었다.
무엇이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지 모른 채.
희뿌연 안개를 뚫고 뻗어나온 손길이 따뜻해보여서 잡았다가 그대로 수렁으로 빠졌다.
언제나, 모든 것이 다 끝난 후에야 알게 된다. 나를 온전히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해가 반쪽자리였다는 것을. 그 날도 그런 날이었다. 내가 가진 두려움과 불안을 이해하는 줄 알았다가 크게 화를 입은 날.
너의 사소한 말 한마디는 나를 단숨에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너는 모르겠지.
내가 너의 한 마디에 다리 위에 서게 되었다는 거.
눈물이 숨통을 조여와도, 꾸역꾸역 그 위에 서서 마지막을 기다렸다는 걸.
모두가 나를 위해 밟지 않던 지뢰를 네가 기어이 밟았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너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나를 위해 애썼는지를 깨닫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치는 공간에서 숨이 버거워질 때 내 손을 잡아주던 이들과 무력감에 주저앉아 눈물도 흘리지 못하는 나의 곁을 지켜주던 이들의 다정한 마음들을 깨닫는다. 어둠 속으로 침잠하는 나를 끌어내고, 나의 한숨에 귀 기울이며 나의 눈물을 닦아주던 이들의 간절한 사랑 또한 깨닫는다.
나의 우울이 아주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아도,
빛을 잊지 않고 소망하게 되는 것은 그런 이들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내가 지금을 살게 하는 것도, 이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