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얕아진 만큼 깊어지는

by 여름

약을 아무리 먹어도 잠이 오지 않던 날들.

집에 돌아가는 것조차 싫고,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은 순간들.

나에게 있어서 내일이 온다는 것만큼 끔찍한 일도 없었다.


그런 순간들이 끈질기게 찾아와 나를 휘둘렀다.


외로움이나 쓸쓸함 같은 것이 아니라,

이토록 허무하게 흩어지는 마음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아무런 무게가 없을 공기가 가슴을 짓눌렀다.

호흡이 점점 얕아지고, 옥죄는 것 하나 없이 나는 쪼그라들었다.


내 우울은 늪이었다.

애를 쓰면 쓸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졌다.

볼품없이 허우적대는 내가 싫었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쳤다.

어떻게든 내가 살아있음을, 내게도 삶을 지속할 이유가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으니까.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애를 쓰고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대로 사라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내게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는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나는 삶의 의지가 없었다.

내려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편했으니까.


둥실 떠오르는 풍선처럼 자꾸만 날아오르려는 마음을 다독이며 하루를 보냈다.

세상에는 이제 그런 내 마음을 붙드는 것이 없어서 언제 날아가는 것이 좋을까 고민했다.


그 순간에는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호흡이 얕아진다.

마음이 스산하다.


나는 그저 세상에서 깨끗하게 지워지고 싶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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