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어플을 전부 탈퇴했다.
젊은 베타메일의 슬픔
내가 데이팅앱을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시국이 되면서부터였다.(데이팅앱 말고는 이성을 만날 방도가 전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늘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다 작년 언젠가, 데이팅앱에서 만난 여자와 진지하게 연애를 시작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잠수 이별을 당했다. 사랑이 샘솟던 당시 우리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에게 닥친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 했다.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계정의 휴면을 해제하고 데이팅앱에 접속했다. 우리 사이를 약속하며 앞날을 다짐하며 함께 휴면했던 그녀의 계정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 나보다 잘난 남자랑 매칭되어서 떠났구나.'
그랬구나. 몰래 하고 있었구나. 퇴근길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이곳에서 모종의 진정성을 기대하기란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데이팅앱에서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 있는 단 한 사람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연애할 사람 찾는다"라며 앵무새처럼 떠들어 대는데, 이는 실제로는 아무 의미도, 그 어떤 호소력도 갖지 못 하는 표현이다.
그 뒤로는 오래토록 접속하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에 어떤 결심으로, 결정사보다 더 많은 돈을 썼을 만큼 애용했던 데이팅앱 3개를 전부 탈퇴했다. 오랜만에 접속하여 내가 한 짓들을 살펴보니 가관이었다. 그간 써둔 여러 형태의 자기소개 프로필이라든지, 각종 신분 증명에 대한 인증 뱃지라든지, 만나고 싶은 이상형에 대한 설명이라든지, 구애를 위한 노력의 흔적이 가득했는데, 이를 차게 식은 눈과 마음으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나저나, 나는 언젠가 결혼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핸드폰 번호부터 바꿀 것이다. 그간 결정사와 데이팅앱을 통해 만난 수많은 이성(한두 번 커피 마시고 밥 먹고 헤어졌거나, 혹은 커피를 마시기도 전에 차단(당)했거나, 또는 진지하게 데이트를 했거나, 희박한 확률로 사귀게 됐거나, 그랬던)의 연락처와 대화 흔적들 때문이다.
왜 갑자기 다 탈퇴했을까? 이번에는 왜 '휴면 처리'라는 기능의 사용마저 그만 뒀을까? 글쎄, 어떤 비장한 각오가 있어서 탈퇴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목표 의식과 도전 정신으로 불타오른 것도 아니다. 단순히, 이젠 이 모든 것에 질렸기 때문이다. 늘 비교하고 불안해야 하는 휘발성 만남들에 지쳤기 때문이다. 미혼남녀들의 기괴한 사교의 장에서 이탈한다. 승산 없는 싸움터를 영원히 떠난다.
경험이 다 도움이 된다지만, 실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시간은 부질없이 흘렀다. 나는 반복되었고 소진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딘가 더 고장 나버렸다.
2023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