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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룸펜 Jan 28. 2023

결혼 활동 지원 정책은 왜 없을까?

젊은 베타메일의 슬픔

1.  내가 새 정부에 기대한 것은 다름 아닌 ‘결혼청’의 신설이었다. 여가부의 폐지니, 이민청의 설치니, 이런 것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현재 결혼하고 싶은 미혼남녀들을 구원해 주는 정책적 지원을 바란 거다. 현재의 결혼출산 장려 정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결혼에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결혼하라고 설득하거나 계몽하는 것에 허튼 돈을 때려 박고 있는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작 결혼할 의지가 충만한 사람들마저 놓치고 있는 거다.


2.  혼인율은 처참하다. 요즘 직장이건 어디 건 20대 30대는 미혼인 게 디폴트 값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고 싶어서 “혼활”하는 미혼남녀는 분명히 제법 된다. 하지만 데이팅앱 이용비, 결혼정보회사 이용비는 크게 부담이 된다. 한두 번 만에 결혼할 인연을 만나서 물 흐르듯 흘러가는 기적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의 성혼율을 검색해 보면 그 기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3.  그러니, “결혼하고 싶은 미혼남녀”는 매달 일종의 이용료를 내고 있는 거다. 통신비나 보험료를 매달 내는 것처럼. 나만 해도 한창 열심히 할 때는 매달 20만 원, 30만 원 씩 데이팅앱에 과금했으며, 결정사도 계속해서 이용했다. 심지어는 결정사를 두세 개씩 가입해서 이용하는 결혼이 급한 사람들도 더러 만날 수 있었다. 이상적이라고 하는 결혼의 기준이 상당히 올라가 버렸는데, 결혼하기 위한 활동의 허들도 높아져 있는 거다. 불확실한 만남을 얻기 위해서만 매달 수십만 원을 지출하는 것이니까. 혹시 이런 비용과 감정의 낭비 없이 지인 소개팅으로 한두 번 만에 인연을 만났는가? 당신은 운이 상당히 좋았다. 아니면 나는 별다른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는데 데이팅앱에서 끝없이 좋은 인연과 매칭되는가? 그것은 상대방이 당신을 만나기 위해 많은 돈을 썼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돈을 내기 때문에 굴러가는 시장이다. 나는 운이 좋거나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이 아닌, 대부분의 평범남녀 기준에서 말하고자 한다.


4.  어쨌거나 결혼 의지가 충만한 이런 사람들도 이 결혼시장바닥에서 1년, 2년, 3년을 고생하고 짝을 못 만나는 거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돈은 돈대로 쓰고, 감정은 감정대로 쓰고, 닳고 닳은 몸과 마음만 남아서 많은 이가 어쩔 수 없이 비혼주의 대열로 합류하게 된다. 정작 결혼하고 싶은 사람들도 결혼하지 못 하게 되는 형국인 셈이다. 물론 이것은 비용 때문만이 아니라, 부동산부터 성별갈등까지 사회문화적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지만, 그것은 지금 수습할 수도 없는 수준으로 보인다. 일단은 ‘혼활 비용과 기회의 제공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 보는 거다.


5.  나는 ‘결혼 활동을 지원해 주는 것’도 이제 복지의 영역이나, 정책적 과제로 취급되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다. 물론 지금도 지자체 차원에서 미혼남녀 만남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런 지리멸렬한 수준으로는 안 된다는 거다. 그것을 한 번이라도 정책 수혜자 입장에서 이용하고 느껴보길 바란다. 미혼남녀들이 짝을 찾는 것을 이제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도와줘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6.  ‘공공 결제앱’이 있고 ‘공공 배달앱’도 있는데, ‘공공 데이팅앱’은 왜 없을까? ‘데이팅 시장’이야말로 완벽한 레몬 마켓이다. 당사자로서 결혼 장려 정책은 사각지대가 아니라 절멸지대 수준으로 느껴진다. ‘결혼청’을 설립하고, 산하 기관으로는 ‘한국결혼정보공사’를 만들면 좋겠다. 민간 결혼정보업체가 반발한다면, 그들을 정부에서 인수해서 공기업으로 만들어주면 어떨까? 초대 결혼청장도 잘 나가는 결혼정보업체의 사장이 하면 되지 않을까? 시장 상황을 하나도 모르는 이들이 해봤자, 변죽 울리는 사람들 정책 자문위원으로 앉혀 놓고, 요즘 결혼이 이런 겁니다 저런 겁니다, 허허허 MZ세대 이해하기는 참 어렵군요, 하하호호 여유롭게 이런 소리하고 회의수당 받고 업무추진비 쓰다가 끝나겠지.


7.  한국판 뉴딜이 어쩌고,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저쩌고, 뭐 다 좋은데, 사실 우리에게는 결혼 뉴딜과 출산 뉴딜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인구절벽 벼랑 끝에 서 있다. 코로나로 막혔던 해외 여행길이 복구되어 오랜만에 해외를 다녀왔는데, 가장 먼저 놀란 것은 복작대는 군중과 가득한 어린이들을 봤던 거다. 이게 보통의 “지속가능한 사회”의 모습이겠지. 우리나라는 너무 늙었다는 것을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어린이 보호구역에 보호할 어린이가 없으니까. 게다가 비혼을 장려하는 사회 문화와 결혼할 의지도 꺾어버리는 현 상황을 여러모로 보건대,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자살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지연할 방법을 나는 이렇게 고민해 본 거다.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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