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변곡점 04화

익숙함은 언제나 내게 묻지

익숙함, 깨달음 그리고 집착함의 불공평한 상관관계

by Rooney Kim

군에 입대해서 훈련을 받으며 처음 느꼈어.


항상 그 자리에 있어서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

너무나도 평범해서 몰랐던 집 안에 흐르던 일상의 공기,

좁고 어둡던 지극히 평범한 내 방이 아낌없이 내어주던 안락함.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시고, 형이 나보다 학교에서 조금 늦게 들어오던, 그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평일의 저녁.


익숙한 게 제일 그립구나
익숙한 것이 제일 강력하구나
너무 익숙해서 몰랐던 것에 제일 집착하게 되는구나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제대를 할 즈음엔 2년 넘게 머물던 내무반을 떠나는 것도 아쉬워 사진으로 남기고. 제대 후 11년째 되던 해, 나 홀로 부대를 방문하며, 이제는 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그곳을 둘러보며 깨달았지.


세상은 내 의중에는 관심도 없는데,

마음은 조금이라도 머물만하면
그게 어디든지 항상 닻을 내리고 정박하려하는구나
익숙해져 조금이라도 정착할라치면 세상은 또, 나를 가만두지 않고
새로운 장면으로 던져 넣는구나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여러 직장을 옮기고 결혼도 하며 가족과 살던 둥지를 떠날 때의 어색함. 처음 내 집이 생겼을 때의 희열과 그 안에 복잡하게 뒤섞인 설명하기 힘든 삶의 응어리진 감정의 해소는 그와 동시에 나를 또 다른 익숙함의 장으로 밀어 넣었어.


누군가는 지금 다니는 직장이, 자신의 사업장이, 현재 자신을 살아가게 해주는 직업이 주는 익숙함에 젖어 자신의 옆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서 평안함을 느끼며 그 삶이 영원할 듯 안주하고 싶겠지만, 당신이 익숙함을 느낄 즈음에 그 평안함은 언제나 당신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음을 부디 인지하기를.


그런 세월이 십 년, 이십 년, 수 십 년 켜켜이 쌓여 생의 익숙함이 나와 작별하길
바라는 시점이 오면,
꼭 쥐고 있던 한 손 쉬이 내어주고
또 새로운 익숙함을 찾아 나서는
혼자만의 여행에 기꺼이 뛰어들 용기 한 뭉치 정도는 다른 손에 꼭 쥐고 있기를


그렇기에, 지금 당장 가족과 친구와 주변 사람들이 선사하는 평범한 삶 속에는 느끼는 익숙함에 감사하되, 그 익숙함에 집착하지는 말기를, 익숙함은 잃고 나면 더 강력해지기에 하루빨리 그 감정에 대비하기를.



우리는 언제든지 익숙한 것을 떠나 새로운 것으로 정착해야 하는 바쁜 영혼들이니, 지금 평화로운 오후 햇살이 들이치는 집 안의 고요함과 세상사 시끄러움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육신과 나름 세상 속에서 먹고살게 해 준 지금의 환경에 익숙해져 살고 있는 당신의 감정에 집착 한 조각 정도는 떼어놓기를.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daily-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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