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긴 휴일을 보내고 오면 삶의 패턴과 바이오리듬이란 게 얼마나 쉽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체감하곤 합니다. 그래서 며칠이라도 쉬고 난 뒤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정신이 멍해지기도 하고, 이 일이 정말 내가 하던 일인가 싶을 때도 있지요. 때론 속해있는 모든 조직에서 벗어나 끝없는 자유를 갈구하는가 하면 또 어쩔 땐 안전하고 평화롭게 조직에 머무르고 싶을 때도 있죠. 하지만, 어느 조직, 집단이 그렇듯이 모이면 부패하게 마련이고, 부패한 조직을 전복하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속해있는 조직, 즉,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크게는 국가까지, 우리가 속한 모든 집단과 조직 내에 있을 때 나에게 영향을 주는 것과 나의 자세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정말 모시기 어려운 분을 모셨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영원한 우리의 캡틴, 키팅 형님이십니다.
안녕하시오? 키팅입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죽은 시인의 사회'를 영미문학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저는 소설 속에서 탄생하지 않았어요. 할리우드의 유명한 PD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톰 슐만'이라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바로 나를 탄생시키고 세상에 알린 사람이랍니다. 즉, 그분이야말로 제 자신이 투영된 저의 '아버지'인 셈이죠. 짧게, 톰슐만이 제가 주인공인 '죽은 시인의 사회'를 쓰게 된 일화를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톰 슐만은 공상과학, 액션, 모험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였어요. 많은 작품을 쓴 그지만 딱히 히트작이라는 것이 없어 고민이던 그에게 어느 날, 그의 아내가 그에게 이런 얘기를 하죠.
"당신은 액션이나 모험 영화를 쓸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당시, 사립 남자고등학교의 시를 쓰는 학생들과, 그들의 카리스마적인 선생님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던 그는, 사실, 그게 별로 성공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의 아내는 달랐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그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이고, 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끊임없이 그를 설득했지요. 그렇게 '죽은 시인의 사회'가 세상 밖으로 나왔고, 저도 탄생했고, 영화는 초대형 흥행과 동시에 톰 슐만은 할리우드 최고의 작가가 되었죠.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나의 오래된 습관을 부정하라
아무튼, 죽은 시인의 사회는 그렇게 우리에게 왔습니다. 혹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오 캡틴 나의 캡틴?'
'카르페 디엠?'
아니면 '권위와 기성세대의 억압에 저항하는 학생들과 이를 깨우쳐준 선생님?'
사실, 모두 다 맞는 말입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저항의 이야기이고, 상징과 비유로 가득한 멋드러진 대사와 함께 기성세대와 사회에 도전하는 개혁적인 이야기이며, 모든 이들이, 특히,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낡고 썩은 세상에 물들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길 바라는 매우 계몽적인 이야기입니다.
저 (키팅 선생)를 처음 만난 학생들의 당혹감과 신선함 그리고 이를 통해 자극받은 학생들과 그 학생들이 즐기는 '비밀 시 낭독 미팅'은 특히, 학창 시절 누구나 꿈꿀 법한, 세상에서 벗어난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그려주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 낭독을 통해 각자가 꿈꾸는 이상향을 그리고 키워갑니다. 그렇다면 이를 현재, 여러분의 삶에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학교를 부정하고 회사에 대항하며 시스템에 항거 싸우라는 말은 아닙니다. 결국, 죽은 시인의 사회가 그러했듯이 저는 여러분들의 삶을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거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만스럽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요? 다 때려 부수고 조직에 한껏 저항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현실의 '키팅 선생'을 쫓아갈까요?
'아닙니다'
부디 그러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현실 속에 키팅 선생은 없습니다. 전 그냥 허구의 인물일 뿐이죠. 물론, 저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은 많이 있겠지만요. 오히려 이 영화를 볼 때 여러분의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 그리고 '따르고 싶은 그 마음', 그것이 바로 자신 안에 숨어있는 '키팅 선생'입니다. 여기저기서 영향을 받겠지만, 여러분의 삶을 움직이는 건 결국 자신이니까요. 그렇기에 그런 '열정'이 끓어오른다고 해서 당장 굴레나 조직을 떠나거나 부수지도 마세요. 제가 드리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파괴'가 아닌 '발견'입니다. 어떠한 숨 막히는 조직에 있어도 현명하게 살아나갈 방법에 대한 혜안 말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이 먼저다
'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말이죠. 여기서 '이 순간'이 이제 바로 여러분이 찾아야 할 숙제입니다. 이는 파괴적 발견이 아닌 '창조적 발견'에 가깝습니다. 취미 생활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게 무엇이 되었건 자신의 삶에 희망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면 그만입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다니며, 지금 소속되어있는 여러분의 학교를 다니며, 여러분의 몸과 마음을 간지럽히며 들끓게 하는 그 무언가는 천천히 시도해보세요.
저(키팅 선생)를 만난 학생들은 학교와 교내의 제도를 부정하지만 학교를 떠나지는 않았습니다. 단, 그 안에서 '시 낭독회'를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며 제(키팅 선생)가 일러준 떨림을 가라앉히지 않았을 뿐이죠. 따라서, 당신이 어디서 무엇이 될지 아무도 모르듯, 당신의 작은 취미나 활동이 후에 어떻게 커져서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견딜 수 없는 싸움을 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자신의 삶을 바꾸며 거기서 나온 에너지가 여러분이 속한 조직에 새로운 활기를 가져올 수 있길 바랍니다. 이는 다른 의미에서의 '거룩한 전투'이며, '온화한 투쟁'이 될 테지요. 아마 그 누구도 당신의 숨은 의도는 파악하지 못한 채 당신을 따라올 겁니다.
'오 캡틴, 나의 캡틴'
지금, 당신의 가슴속을 울리는 찌릿함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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