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현재, 전 세계는 여전히 인류 대 바이러스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의 큰 환난을 치르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한 삶의 행태가 달라짐은 물론, 방역과 치료 일선에서는 하루하루가 전쟁터와 흡사할 정도의 고역을 치러내고 있지요. 이런 고난의 행군이 수개 월째 지속 중이긴 하지만, 2차 세계대전과 같은 큰 전쟁 때만큼 힘들다고 하기는 쉽지는 않겠지요.
물론, 2차 세계대전이 결과적으로 독일군&일본군과 연합군의 전쟁으로 확전 되며 세계 전쟁이 되었고, 역사상 인류를 위협한 가장 큰 전쟁이자 가장 참혹한 전쟁, 그리고 인류 최초의 핵무기 사용으로 전쟁이 종결된 전쟁으로 여전히 기록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인류의 의지와 자유를 갈망하는 정신은 살아있었답니다. 오늘 모신 게스트는 참혹한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피어난 사춘기 소녀의 발랄하면서도 불굴의 인내가 돋보이는 일기를 쓰신 누님이십니다.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랭크 누님을 소개해드립니다.
그저, 꽃다운 소녀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드리면 될까요? 안네입니다.
꽃다운 나이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그래도 제 삶 역시 행복한 삶이었다고 추억하곤 해요. 전쟁이 끝나기 한 달 전에 언니와 함께 독일군에 잡히며 너무 안타깝게 눈을 감았지만, 전, 책장으로 가려진 비밀 은신처에서 나름 즐거운 삶을 보냈거든요. 아, 물론, 감시가 있는 날엔 숨소리 조차 낼 수 없이 숨어 사는 삶이긴 했죠. 전,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가 은행가 셔서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나치당의 히틀러가 정권을 잡으면서 유대인들을 소탕하기 시작했고 저희는 어쩔 수 없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피난을 갔죠. 하지만, 네덜란드도 나치의 점령하에 놓이면서 저희의 고난 시절이 시작되었답니다.
그런데 하필 그때의 전 사춘기 소녀였어요. 전쟁 중에도 호르몬은 어쩔 수 없는지 항상 향긋한 망상과 분홍빛 세상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리진 않았거든요. 전쟁은.. 어쨌든 언젠가는 끝나니까요. 그런데 수년을 숨어 지내니까, 친구가 없는 거예요. 전, 저와 교감하고, 제 생각을 전하고 함께 얘기를 나눌 친구가 필요했어요. 때마침 부모님께 선물 받은 일기장, 전, 그 일기장을 '키티'라고 이름 지었고, 우리는 곧 제일 친한 친구가 되었답니다.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
제가 일기장에 적었던 글 귀 중에 하나랍니다. 덕분에 전후에 저랑 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중에 제 일기를 발견하고 책을 내주셨어요. 아무튼, 제게 일기는 절친한 친구이자 유일한 취미였죠. 그런데 눈치채셨겠지만, 이 시절은 그 어떤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특히나, 전쟁 중인 나치의 만행과 사악한 행위가 기록된 제 일기는 당시에는 범죄 행위에 가까웠죠. 우습지 않나요? 그저 사춘기 소녀의 일기가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에요.
길티 플레저, 키티
그래서 키티(일기장)는 제게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였어요. 당시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들켜서는 안 되는 행위지만, 절 살아 숨 쉬게 하고, 숨 막히는 은둔 생활의 빛과 같은 행위'가 바로 '일기를 쓰는 것', 그것이 바로 저만의 살아가는 방법이었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 삶은 전쟁 중에도 생기가 넘쳤어요. 독일군 몰래 시내를 활보하고, 숨죽이고 밥을 먹고, 한밤에도 소등한 채 생활하는 삶이었지만, 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았어요. 뭐, 이건 그 당시 전쟁을 직접 겪고 일기를 쓴 저이기에 할 수 있는 얘기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요.
현대를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길티 플레저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저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음주가무를 즐기고, 또는 밤샘 오락을 하거나 장거리 드라이브를 떠나는 것들이 거기에 해당될까요? 제가 알기론 현대인의 길티 플레저는 '길티'보다는 '플레저'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런데 원래 남몰래 또는 남이 허락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 더 즐겁고 짜릿하듯이, 여전히 무언가 익사이팅한 쾌감이나 만족감을 주는 게 길티 플레저겠죠.
그래서 전 여러분이 자신만의 길티 플레저를 찾아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먹는 것도 좋고, 노는 것도 좋죠. 그게 당신의 고단한 삶을 달래줄 수만 있다면 말이죠. 단, 그것으로 인해 삶의 질이 나빠지지 않은 선은 꼭 지켜주셔야 해요. 웃기죠? 길티 플레저를 하라고 하면서, 나빠지지 말라니! 하하, 그래서 그런 길티 플레저를 단순히 즐기는 수준에서 나중에는 그 안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걸 발전시키다 보면 당신의 삶이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길티 플레저'는, 결론적으로, 단순한 취미나 여가와는 조금 달라요. 하지만 항상 나를 즐거운 긴장감으로 들뜨게 만들고, 더 나아가 에너지를 내서 무언가 시도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을 발전하게 하는 무언가 말이죠. 그걸 '남이 모르게' 한 뒤에 나중에 성공시키면 또 주변에서는 얼마나 놀라겠어요? 마치, 제가 죽은 후에 저의 일기장이 나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처럼 말이죠.
사춘기 소녀로서의 외로움, 저항 문학이 아닌 보통 소녀로서 보통의 나날을 꿈꾸는 소녀의 일기.
저의 길티 플레저는 이렇게, 전쟁 중에 자라난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전쟁의 지독한 참상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지피며 성장했죠. 자, 제 이야기를 이렇게 해드렸으니 이제 일상이 경쟁의 연속인 전장을 누비는 여러분의 삶 속에서 길티 플레저를 만들어보세요.
'생각만 해도 신나는 흥분과 긴장으로 가슴 설레는 것, 일, 무언가'
그걸 찾아내서 당신 삶 속 부족한 부분을 항상 채워주는 길티 '플레저'로 만들길 바라며, 전 이만 돌아갑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