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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Mar 06. 2021

로스트 인 스페이스: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약점과 단점까지 이유 없이 받아주는 게 가족 아니겠어?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스포를 담고 있지만 작품을 감상하시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픔이 없는 사람이 없듯 약점이 없는 사람도 없다.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봐도 자신은 장점만 가지고 있을 뿐 단 하나의 사소한 혹은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약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자신은 그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합리적이며, 따라서 소시오패스에 가까울 정도로 병적으로 ‘문제없음’을 인지하는 본인 스스로가 거대한 약점일 것이다.


누구나 세상 속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회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죽자살자 달려들어 약점을 쥐어짜고 후벼 파 결국 그 약점으로 인해 사회 속에서 낙오하거나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은 야생이고, 아마존의 정글이며 사바나의 들판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인의 약점을 노리고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으로 상처를 찢어 먹이로 삼는 건 자신이 살아남거나, 존재감을 느끼거나, 쾌락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세상은 이토록 험악하고 약아빠졌으며 동시에 자기 합리와 자기 위선의 이중적인 행위로 가득 차 있다. 중요한 건 대부분 그런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도 그것이 나쁜 행위인 것도 모르고’ 그저 본능에 이끌려 사냥을 다니는 포식자처럼 군다는 것이다.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 개인의 순수함과 진정성은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결국 ‘비인간적인 인간군상’들을 따라가거나 적어도 ‘순수함을 감춘 채’ 살아간다.


타인에게는 결코, 약점이나 단점을 들켜선 안되니까.


로스트  스페이스: 가족의 ‘발견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어 보이는 가족이다. 군인 출신으로 신체 능력이 뛰어난 아빠인 존, 천체 물리학 박사로 천재급의 두뇌를 가진 엄마 모린, 어린 나이에 의사로 활약할 정도로 뛰어난 머리와 상황판단력을 갖춘 맏언니 주디, 엉뚱하고 자유분방해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항상 전환시켜주는 톡톡 튀는 둘째 페니 그리고 순수함과 따뜻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정의로운 막내 윌까지.


로스트 인 스페이스의 가족은 이렇듯 그 누구 하나 단점이나 약점 없이 모두 다양한 제 색을 가진 완벽한 가족처럼 보인다. 그저 제삼자의 입장에서 겉으로 보기엔 말이다.


갈등


tvn의 명작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기타노 다케시'가 한 말이 있어 ‘아무도 안 볼 때
쓰레기통에 쳐 박아버리고 싶은 게 가족’이라고


이 한마디에는 가족 간 함께 지내며 보낸 수많은 시간, 경험, 갈등, 화해 그리고 이의 반복된 삶의 일상이 응어리져있다. 과연 이 말대로 정말 가족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넣어버리고 싶을까? 충동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치자.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행위를 한 순간, 아니 어쩌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조차 죄책감이 들어 얼른 다른 생각을 하고 싶어 질 것이다. 그리고 당장 쓰레기통에서 다시 가족을 꺼내 사과할 것이다. ‘내가 잘못했다’고.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디에도 풀 수 없는 감정, 그냥 가족이니까 참고, 인내할 수밖에 없는 그 미련한 인내가 내 마음과 삶을 갉아먹는데 우리 집안엔 그런 마음조차 풀 곳이 없다는 것이 자신을 극한으로 몰고 간 것이다.


단점과 약점



완벽해 보이는 로빈슨 가족에게도 서로를 향한 약점과 단점이 있다. 약점과 단점이라는 단어 자체가 상대적인 비교에서 발생하다 보니 사실, 어떤 기준을 두고 이를 정할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다. 게다가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사회 구성 조직 내에서는 더 이상 피할 장소도 사람도 없다.


즉,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이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나 혼자 있다면 ‘약점’은 있을 수 없다. 이를 두고 나를 비난하고 놀리며 공격할 대상이 없으니까. 단점도 마찬가지다. 장점이라고 할만한 뛰어난 무언가, 누군가가 없으니 단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발전이나 성장도 없다. 비교는 보통 ‘상처’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실,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단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태어난 이상,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상 ‘비교와 발전’을 피하고 살 순 없다.


그렇기에, 가족 내에서의 보살핌과 이해와 받아들임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처음 맞이하는, 가장 작은 조직이다.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기 전부터 ‘비교를 통한 장단점의 발견과 약점을 처음 인지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부터 ‘단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받아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사회 속에서 점점 더 삐뚤어져나갈 것이다.


가족은 '이해'라는 단계 없이 무조건 자신의 ‘단점과 약점’을 받아들이고 이를 치유하고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유일한 곳이다. 단, 여기서 가족은 이제 ‘혈연’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사정


존(아빠)에게 군인으로서의 파병 생활은 삶 그 자체였다. 하지만 파병 생활이 가족의 생계를 위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명한 천체 물리학 박사인 그의 아내 역시 사회생활을 하며 가족의 삶에 경제적인 안정을 더하고 있는 걸로 보아 그의 파병 생활은 자신의 욕심 혹은 나약함을 숨기기 위한 개인적인 선택에 불과했다.



지성, 미모, 모성애 등 모든 것을 갖춘 모린(엄마)이라고 단점이 없었을까. 그녀에게는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치명적인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부정행위’였다. 그녀의 아들이자 극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막내 윌이 ‘이주를 위한 위기대응 능력 테스트’에서 탈락했지만 이를 조작하여 합격시킨 후 가족 모두가 지구를 떠난 것이다. 이는 대단히 중대한 실수이자 모린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다.


주디(맏언니)는 백인 부모 하의 흑인 딸이다. 그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로빈슨 가족과 함께 우주로 떠난 이주단의 리더였던 그녀의 친부가 탄 주피터(우주선)가 실종되면서 사망 처리되어 로빈슨 가족에 입양되었던 것이다. 이는 그녀의 단점은 아니지만 극복해야 할 상황이었다.


페니는 시종일관 밝고 에너지가 넘친다. 특유의 낙관적인 기질로 자못 진지해질 가족의 분위기에 햇살 같은 기운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너무 훌륭한 박사 엄마와 뛰어난 머리를 가진 언니 사이에서 제아무리 밝은 성격도 주눅이 들 만하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 한 구석에는 이로 인한 이질감도 존재한다.


막내인 윌은 너무 순수하다. 순수함은 그 자체로 장점이지만 때론 단점이 되기도 하다. 세상은 착한 사람의 순수함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의, 연민, 동정, 따뜻한 마음은 오히려 사회의 생리와 부딪힐 때가 많다. 따라서 윌의 앞날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테다.


어려움은 극복하기 위해 존재하니까


로빈슨 가족의 구성원은 다행히도 모두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거나 용서를 구한다. 여기에 가족이라는 조직을 지탱하는 핵심이 녹아있다. 가족은 본래 용서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그전에 ‘진심 어린 사과’나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에 대한 필요충분조건이 상호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존은 어색했던 가족들과 친해지기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가족을 위하며 시간을 보내려 한다. 모린의 부정행위는 아들을 위해 스스로 내린 결정이긴 했지만, 그 이면에는 나쁜 의도를 숨기고 모린이 이런 결정을 내리도록 뒤에서 조종한 장본인이 있었다. 주디도 마찬가지다. 보통 입양된 아이가 맞이해야 하는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기존 가족의 상실 혹은 원천적 부재와, 새로운 가족이라는 낯선 상황을 피부에 맞대고 살아야 하는 현실을 사춘기 시절에 맞닥뜨렸다고 생각해보면 감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부모와 가족의 진심 어린 태도에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었다.



자칫, 어긋난 사춘기를 보낼 수 도 있는 페니는 특유의 감성과 촉으로 이를 극복한다. 시즌의 막바지에는 ‘로빈슨 가족’의 삶을 주제로 한 글도 쓰며 문인으로서의 능력도 보여준다. 윌은 순수함을 잃지 않고 불의에 맞서는 모습으로 성장한다. 두려움 앞에 얼어붙어 아무것도 못하며 ‘위기대응 능력’에 낙제점을 받던 과거의 윌은 이제 없다. 순수한 자가 용기를 가지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인한 아이로 성장 중이다.


가족의 탄생


그리고 로스트 인 스페이스에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혈육이나 입양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완전히 다른 종족인 로봇이 가족이 되기도 하고, 극 중 악역, 잠깐 머무는 사람의 형태로 로빈슨 가족과 함께하며 가족을 이룬다.



이들을 통해 가족의 구성원도 이토록 다양성이 얽히면서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가족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뢰는 상호 교류를 필요로 한다. 누군가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모든 걸 내어줄 수 있을 때, 가족은 탄생한다. 그 정도의 희생과 각오가 없다면 사회는 이렇게 촘촘하고 단단하게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다.


인류는 세대를 이어가고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은 비대칭일 수밖에 없겠지만 삶이라는 기나긴 시간 속에서 이를 평균으로 내면 얼추 비슷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그럼에도 부족해 보이는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사랑과 희생은 결국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가족의 사랑과 균형은 그렇게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끝없는 트위스트처럼 연결되며 사회 속 가장 작지만 단단한 조직이 된다.


혈육이든 아니든 관계없다. 내가 돌아보았을 때 조건 없이 나를 받아주는 누군가 있다면 그 사람이 당신의 가족이고 삶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기반이다. 그렇게 가족은 끊임없이 생긴다.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kissd5086/222226148047

https://screencrush.com/lost-in-space-season-2-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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