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억만장자의 죽음 19화

마무리 준비 작전 시작

by Rooney Kim



“정도령님, 방금 계약서 원본은 우편으로 보냈고 건축물대장 등은 작업한 링크로 보냈는데요. 그런데 며칠 안으로 들키지 않을까요?”


“수고하셨습니다. 네, 아마 이튿날 재철에게서 연락이 올 거예요. 죽여버리겠다고.”

“네?!”

“하하, 농담이고요. 암튼 욕설이 담긴 연락이 와서 고소한다고 난리 칠 텐데요. 우리가 미리 준비하면 됩니다.”

정민이 아빠인 정진, 철민 그리고 동수는 처음으로 정도령의 집에 모여 마지막 작전을 짜고 있었어. 모두 다 전세 사기꾼에게 부동산 사기로 그동안 사기 친 돈을 모두 빼앗은 뒤에 어떻게 대미를 장식할지 몹시 궁금했던 거야.

“정민이 아버님, 따님에게 꼭 오늘 연락하고 만나세요. 아마, 전세 맞은 사람들끼리 소송을 준비 중일 겁니다. 아, 이건 제가 무당이라서 아는 게 아니라 정민님한테 들었습니다. 하하. 아무튼, 그분들한테 다음 주 화요일에 동수님의 부동산 사무실로 나오라고 전해주세요. 점심 전에 와서 2층에서 대기해주세요. 그리고 철민님이 문자를 보내면 모두 1층 부동산 사무실로 우르르 들어와서 현장을 덮칠 겁니다.”

정도령의 얘기를 듣는 동안 모두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어. 이제 굳이 정도령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또, 어떻게 정의구현이 이루어질지 눈치챘던 거야.


“캬, 은수야. 드디어 왔다. 청류동 45개 집주인 박재철. 낄낄낄. 야, 너도 5개나 있어. 이제 몇 주만 지나면 여기가 100억이 되는 거야. 지금 시세가 얼만 줄 아냐? 우리가 35억에 샀잖아? 며칠 만에 여기 50억 됐어. 거봐, 내 말 맞지? 부자가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 되는 거야. 양심? 조금 어겨도 돼. 세상에 얼마나 나쁜 인간들이 많은데 나 정도는 새발의 피, 아니 새 발톱의 때도 안돼. 낄낄낄낄낄.”

은수 역시 입이 귀에 걸릴 듯 찢어져라 웃고 있었어. 그리고 동수가 보내준 건축물대장 링크를 열어보았지. 역시나 명의는 박재철과 이은수로 모두 변경되어있었어. 둘은 곧, 술을 마시러 나갔어. 오늘 같은 날은 비싼 걸 먹어야 된다며 남산의 하얏트 호텔로 가서는 스위트 룸을 잡고 고급 위스키들을 주문하기 시작했지.

“은수야, 너 아는 여자 애들 없냐? 오늘 같은 날은 위스키 파티를 해야지. 내가 쏘니까 좀 노는 애들 다 불러봐. 오래간만에 미친 듯이 마셔보자. 낄낄낄.”


“서정민, 정민님! 이제 결정을 할 때가 되었어요.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해야 할 일은 다 했나요?”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집안 거실에 앉아있던 정민은 아주 오랜만에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어.

‘뭐야, 벌써 왔어? 아직 며칠 남았는데..’

“수아 씨?”

“네, 정민 씨, 이제 결정해야 해요. 조금 더 있다가는 영혼이 오염될지도 몰라요. 그동안 수백 번을 환생하며 영혼을 단련시켰는데 이번 생의 미련 때문에 영혼에게 악영향을 끼치면 너무 아깝잖아요?”

정민의 머릿속은 다시 복잡해지기 시작했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어. 이제 조금만 지나면 사기꾼도 잡고 돈도 돌려받아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3천억 재산을 모두 가족들에게 전달해주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더 있었으면 했던 거야.

“이제 거의 다 했어요. 다 했는데..”

“시기상으로는 이번 주말이 지구 밖을 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인데요. 그거 놓치면 굉장히 까다로워지거든요. 그래도 정민 씨의 영혼은 비교적 맑은 쪽에 속해서 환생을 하든 다른 별의 에너지로 가든 선택권이 많아질 거예요. 호호.”

“별의 에너지요?!”

“네, 저도 아직 간접 체험밖에 안 해봐서 잘은 모르지만, 많은 위인들은 오히려 환생보다는 별의 에너지가 되는 쪽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굉장히 새로운 경험인가 봐요. 듣자 하니 자신의 에너지가 별의 내핵이 되기도 하고 땅이 되기도 하고 에너지를 수 백 가닥으로 떼내어 여러 다른 동, 식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신기하죠? 이해가 안 가죠?”

사실, 정민은 수아 씨가 하는 말의 반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웠어. 영혼까지는 이해했지만 에너지라니, 그것도 별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했어.

“네, 그런데.. 아무튼 저는 이제 제가 할 일이 거의 마무리되어가는데요. 한.. 일주일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음..”

“제발요..”

수아는 눈을 내리깔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어. 수아 또한 메신저일 뿐 수아가 신이거나 또는 그와 유사한 결정권을 가진 존재는 아니었으니까 당연했지.

“방금 허락받았어요!”

“네?”

“저희 쪽 집정관님이랑 방금 얘기했는데, 그러라고 하시네요. 정민 씨 영혼이 꽤 괜찮은가 봐요.”

“.. 네, 암튼, 그럼 저 다음 주에 가도 되는 거죠?”

“그럼요. 다음 주에 봬요.”


“은수야, 계약서 왔던데 한 번 확인해봐. 난 다른 부동산들 업자들한테 청류동 소식 아는지 물어봐야겠다~ 낄낄.”

며칠을 거나하게 술에 취해 보냈던 재철과 은수는 그제야 본 서류를 확인하기 시작했어. 물론, 정도령의 말대로 조작된 서류였지.

“보자아, 어, 다 맞는데 45개 필지는 니꺼고, 나머지 5개는 내 거. 와, 나도 드디어 5채 집을 가진 다주택자인가. 낄낄낄”

“토지 대장 잘 확인하고. 그게 제일 중요해.”

“물론이지. 이미 그때 링크에서 다 확인했지.”

재철은 기름기와 욕심이 가득 찬 두 눈과 광대를 번뜩이며 온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한 껏 드러내며 웃었고 은수도 그에 뒤처질세라 입을 귀에 걸만큼 활짝 웃어제 끼고 있었어.


“정선아..”

“아빠..? 잘 지내지?”

“응, 나야 뭐 똑같지.”

“정민이 장례 후에 갑자기 사라지셔서 다시 아빠 집으로 돌아가셨나 했어. 잘 지낸다니 다행이야.”

“우리 딸 너무 고생했어..”

아빠는 정선이에게 꼭 전해야 하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동안 정선이가 혼자 겪었을 충격과 두려움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말을 못 하고 있었어.

“왜 그래.. 나 아주 잘 지내는데. 응..?”

“정선아, 아빠도 다 알아.. 너 그동안 고생한 거.. 그래도 잘 버틴 거 너무 대견하다. 그 큰돈을 그렇게 당했는데.. 대견해 우리 딸..”

아빠의 말을 들은 정선은 영문을 모른 채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어. 전세 사기는 엄마에게도 최근에 겨우 꺼낸 비밀인데 아빠가 알고 있다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지.


“어.. 어떻게 알았어?”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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