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억만장자의 죽음 18화

일망타진이 코 앞이야

by Rooney Kim


“부동산 양반, 방금 최종 잔금 5억 입금했으니 이제 계약서에 얼른 싸인하시죠. 서류는 이제 담당 공무원들이 알아서 할 거고 우리는 이 계약서가 제일 중요하니까. 낄낄.”

정진과 동수는 이미 100억이라도 번듯 들떠 신나 있는 재철과 은수를 보며 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어.

“그런데 50채 집주인이 둘이라더니 어떻게 부동산이 그중 한 분이신가?”

한참을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던 재철이 뜬금없이 물었어. 원래 계약은 당사자 전원과 직접 마주하고 하는 게 당연한 건데 한 명만 나왔으니 물어볼 법도 했지.

“어차피 명의는 저로 되어있어서 괜찮아요. 다른 집주인은 투자자 개념이라 저랑 따로 계약이 되어있어서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토지, 건축물대장에 다 나올 거예요.”

그러자 재철은 동수가 주었던 건축물대장을 뚫어져라 면면히 살펴보기 시작했어.

“어라, 주인아저씨 서씨네. 가만 보자. 최근에 세입자 중에 서 씨가 있었는데. 낄낄.”

재철과 은수는 마치 자기들만 알고 있다는 듯이 정진의 이름을 보며 웃어대며 자기들끼리 얘기하기 시작했어. 정진은 피가 거꾸로 치솟는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 구 나하는 걸 뼈저리게 느꼈지.

“아 그래, 그 기집애가 끝까지 전화하고 문자 보내서 지 돈 달라고. 아니, 난 다 줬어. 보일러 이상하다고 해서 수리해줘. 수도도 고쳐줘. 다 해줬는데 그래. 그게 돈이 얼마냐고. 나참, 세입자 잘못들이면 주인만 골치라니까.”

한창을 얘기하던 재철이 따가운 눈빛을 느꼈는지 갑자기 정진을 쳐다보았어. 벌겋게 상기된 얼굴이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

“아니, 집주인, 아니 매도인 아저씨는 왜 그러슈? 나한테 뭐 불만이라도? 이미 팔았는데 설마 아까워서 그런 건 아니죠? 낄낄.”

그러자 혹시라도 분위기가 험악해질까 봐 동수가 끼어들었어.

“자,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중계 수수료 입금하시고 마무리짓죠. 계약서랑 변경된 건축물대장은 제가 다음 주 안으로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중계료가 얼마죠?”

“딱, 요율대로 받을게요. 35억에 0.7% 해서 24,500,000원 되겠습니다.”

그때였어.

‘까톡’

딱 좋은 타이밍에 정도령이 부동산 기밀 속보를 두 머저리들에게 보낸 거야.

‘[대외비] 청류동, 민간 공식 확정 내주 초, 공식 보도 예정. 청류동 일대 700여 가구 및 100여 개 상가 지대 상승 최대 500% 예상. 이에 부동산 투기, 부정거래 감독 강화’

이 내용을 읽은 재철과 은수는 역시나 미칠 듯이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어. 그리고 정진과 동수는 모른척하며 그저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더 이상의 의심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한 문자였어.

“아~따, 오십만 원은 뭐하러 붙여요. 구질구질하게.”

“아니, 그래도 전 요율대로.. 중간에서 계약도 깨고 하느라 제가 얼마나..”

“삼천만 원 드릴게요. 수고하셨으니까. 밥이라도 맛난 거 사드세요. 낄낄. 그럼 이만. 서류는 담주에 바로 보내주시고.”

재철과 은수는 곧 그들이 타고 온 BMW 5 시리즈를 타고 쏜살같이 사라졌어. 마침내 긴장이 풀린 정진과 동수는 얼빠진 표정이 되어 소파에 널브러지듯 앉아있었지.

“정진아, 잘 참았어. 이제 거의 다 왔어.”

“그래. 이 잡것들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그냥..”

‘지이이이잉’

“어, 수수료 들어왔네. 진짜 삼천만 원을 보냈어..!”


“정선아.. 정말이야? 전세금을 모두 사기 맞았다고..?”

정선이로부터 그동안 있었던 일과 사정을 들은 엄마는 순식간에 얼굴이 굳었어. 하지만 그도 잠깐, 곧바로 정선이의 상태를 물었지. 사회초년생인 딸 혼자 감내했을 그 상황이 예상되니 마음이 너무 아팠던 거야.

“그래서 그랬구나. 우리 딸.. 엄마가 미안하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안쓰러운 얼굴로 정진을 쳐다보자 정선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듯했지만, 아직 할 말도 남아있었고 솔직히 더 이상 이 일로 흘릴 눈물과 낭비할 시간도 없었어.

“이젠 괜찮아. 그리고 엄마도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우리 집에 빚도 아직 있고.. 이건 내가 해결할게. 돈도 벌고 있고 또,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이 있거든. 조금 웃긴 게 거기에 변호사 부부도 있어. 암튼, 그분들과 함께 증거 수집하고 소송 준비 중이야.”

“총피해액이 15억이 넘어?”

“응.. 그 정도 될 거야. 그중에 내 돈이 1억 5천이고.”

엄마는 정선이를 꼭 안아주었어. 사실, 엄마의 속은 더 타들어가고 있었지만, 더 이상 정선이를 혼자 고민하게 둘 순 없었어.


“형, 결국 누나가 엄마한테 말했나 봐.”

정환이는 꿈속에서 정민을 만나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어. 그런데 정민이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이제 며칠 안으로 모든 일이 해결될 예정이라 큰 걱정은 없었어.

“괜찮아. 대신 엄마나 누나가 너무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잘 확인하면서 적절히 대응해줘. 그리고 이제 내 남은 재산들을 완전히 정리할 때가 다가오는 것 같아.”

“어떻게 할까? 형, 너무 큰돈이라 난 옮기는 것도 무서워..”

“짜식, 지금 얼마나 됐냐? 좀 올랐어?”

“아.. 형 말대로 지난주에 50% 정도 현금화했어. 돈은 아직 다 계정에 있어. 코인이랑 현금이랑 다 합하면 이제 3천억이 넘어.. 철민 아저씨 계좌로 보냈던 50억을 빼도 그 정도야.”

“알겠어. 다행이네. 그 돈의 행방은 내가 다음 주에 정해줄 테니 딱 그대로만 해. 참, 네 몫도 있어. 너 기대보다 딱 10배 더 줄게. 하하하.”

“형.. 난 돈 많이 바라지 않아. 그냥 이렇게 꿈에서라도 형이랑 평생 볼 수 있으면 좋겠어..”

예상치 못한 정환이의 고백에 정민은 갑자기 가슴 한쪽이 쓰려오는 걸 느꼈어. 자신이 죽었다는 것 그리고 가족들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는 현실이 다시 와닿은 거야.


‘젠장.. 내가 죽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이제 앞으로 평생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 줄 텐데.. 그래, 뭐, 돈이라도 남기고 가니까. 이제 우리 가족은 삼대, 사대 편안하게 잘 살겠지. 그럴 거야..’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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