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억만장자의 죽음 20화

사기당한 전세 자금이 모두 입금되었습니다

by Rooney Kim


아빠는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설명했어. 물론, 아빠 역시 정민이가 얼마나 큰돈을 어디에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정민이 덕분에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지.

“아니.. 꿈? 꿈을 통해서 정민이가 시키는 대로.. 그리고 무당?! 아빠, 그거 믿어도 되는 거야? 혹시..”

“정선아, 나도 처음엔 굉장히 당황했고 반신반의했어. 그런데 정환이부터 해서 우리 모두의 꿈에 정민이가 나왔더라고. 그리고 정도령은 오히려 한 푼도 받지 않고 도와주는 거야. 무엇보다. 이제 그 사기꾼의 돈을 아니 전재산을 우리가 다 받아냈다는 게 중요해. 정선아.. 너 전세 사기당한 1억 5천.. 다 돌려받을 수 있어. 그리고..”

그 말을 듣던 정선은 갑자기 왈칵 터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 자신이 몇 년은 더 일해야 모을까 말까 한 돈, 수년을 일하고 대출까지 받았던 돈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참고 억눌렀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졌던 거야.

“그래. 울어. 펑펑 울어. 울음도 감정이라 분출해야지. 우리 딸, 걱정 마 딸 돈, 사기당한 사람들 돈 까지 다 받아냈어.”

정선은 한 동안 울었어. 전세사기를 당하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에서는 도무지 눈물조차 나지 않았었거든. 그런데 자신이 생각도 못하는 방식이었지만 그 일이 해결되고 나니 그동안 꾹 참았던 억울함과 분노가 눈물로 해소되는 중이었지.

“아빠.. 끄윽 끅.. 아빠, 지금 어디야? 보고 싶잖아..”

“그래, 곧 엄마 집으로 갈게.”

그날 저녁 정선은 ‘레드 로즈 빌라 전세사기’ 소송 조합의 조합장인 변호사 부부에게 연락했어. 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전세 사기범을 ‘기획 부동산’으로 꾀어내 그 돈을 받아냈다고 하니 어떻게 그런 방법으로 할 수 있느냐며 놀랐다가도 돈을 전액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부부가 모두 큰 소리로 전화기가 터져라 소리를 외쳐댔어. 기뻐서 날 뛰어 전화를 했었다는 사실도 잊었다는 듯이 말이야.

“감사합니다. 정선 씨, 이 모든 게 정선 씨를 덕분이네요. 사실, 저희가 이 조합을 만들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거든요. 이게 법적 분쟁으로 넘어가도 형사 고발이 안되다 보니 개인은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저희도 변호사 부부지만, 아직도 법적인 한계와 제약이 너무 많아요. 와, 그런데 위법자를 위법으로 다스린다니..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안될지 저희도 법률적으로 준비해두겠습니다.”

사실, 정민과 정도령이 기획한 방식도 여러 건의 위법 행위로 이뤄진 거라 사기꾼 놈들이 같이 죽자고 덤비면 답이 없었거든.


“재철아, 이거 그런데 건축물대장 사이트에 접속해서 본거랑 부동산에서 보내준 사이트 내용이랑 왜 다르냐? 철민이 누구지? 너 가명 쓰냐? 아님, 아직 업데이트가 안된 건가?”

느지막한 오후, 잠에서 먼저 깬 은수가 세수도 안 한 얼굴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어.

“야야, 그거 원래 좀 걸려, 공증하고 실제로 우리 정보 들어가는데도 걸리고.. 어? 그러고보니 좀 이상하다.”

“그래, 재철아, 니말대로라면 부동산에서 보내준 링크는 뭐냐? 이틀 만에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것도 이상한 거잖아?”

순간, 촉이 왔는지 반쯤 잠이 든 채로 대꾸하던 재철이 두 눈을 번쩍 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던 거야.

“야, 부동산에 연락해봐. 이거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겠어.”

곧 은수가 전화를 했고 동수가 전화를 받았어. 하지만 동수는 적절히 대꾸를 할 수 없었어. 당연한 거지. 철민이 50채를 매수한 뒤로 그 집들은 쭉 철민의 집이었거든.

“이거 우리가 매수할 때는 서정진이더니 왜 지금은 또 철민이라는 사람으로 되어있죠? 서류가 잘못된 거야 뭐야, 네?”

하필 동수는 이런 상황에 딱히 능글맞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엄청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 재철은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크게 고함을 질렀어. 자신의 불안한 촉이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를 압도하기 시작한 거야.

“거기, 부동산 양반, 내가 이 바닥에서 십 년도 넘게 일했는데, 지금 이거 쫌 이상하거든. 아하이 요것들이 뭔가 수작을 좀 부리나 본데. 내가 여기에 아는 형님들도 여럿이야. 지금 당장 부동산으로 달려갈 거니까. 딱 거기 그대로들 있어.”

동수는 바짝 얼어붙어서는 긴장하고 있었고 정진은 정도령이 말한 대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지. 그리고 2층에는 ‘레드 로즈 빌라’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들과 철민이 대기하고 있었어. 곧 화가 잔뜩 난 듯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부동산의 정적을 깼어. 동수는 긴장한 채로 정진이만 바라보고 있었고 정진은 태연하게 일어나서는 둘을 반겼어.

“어, 사장님들, 계약도 잘 끝났는데 도대체 무슨 일로..?”

그러자 재철이 당장이라도 한 대 치려는 듯이 정진에게 다가와서는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어.

“이거, 철민이가 누구요? 청류동 50채, 당신 집 아냐? 아니면, 철민인가 하는 놈이 당신 투자자야?”

하지만 정진은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슬쩍 뒤로 돌며 오히려 여유를 부렸어.

“아, 그거요. 네, 그 집들 사실 돈은 제가 냈는데 집은 그 친구 거죠.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분노와 황당함에 기가 막힌 재철이 정진에게 달려들었어. 차마 말릴 틈도 없었지.

“하. 이 새끼들. 야, 내가 이런 거 해봐서 아는데 내 돈 1원 하나라도 빼돌리면 너네들 다 죽을 줄 알아.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 수 있어 내가, 어? 빨리 건축물대장에 내 이름 넣어. 안 들어가면 다 죽은 목숨이야.”

재철은 살벌한 기세로 정진을 압박했어. 하지만 정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지.

“아, 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셨나 본데. 그 집들은 모두 제 친구 거고요. 그리고..”

‘와장창’

재철이만큼 흥분한 은수가 테이블에 있던 화병을 집어서는 벽에 던지고는 정진에게 달려들었어.

“이 미친 새..”

그때였어. 갑자기 부동산의 문이 열리더니 재철에게 전세 사기를 당한 변호사 부부를 선두로 정선이까지 총 16명의 피해자가 부동산 안으로 들이닥쳤어. 부동산 안의 살벌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역전되었지. 피해자 중에는 몽둥이까지 들고 온 사람도 있었거든. 아마도 오늘 자신들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재철을 두들겨 패서라도 한을 풀고 싶었던 거야.

“어.. 뭐야, 이.. 어 이 사람들.. 아놔. 하. 이것들이 이러면 내가 쫄.. 쫄 것 같냐.”

재철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헛소리를 하자 변호사 부부가 입을 열었어.

“우리도 일이 어떻게 된지는 모르겠고. 돈 내놔. 우리 모두의 전세금 다 내놔. 그럼 그냥 이 일도 그 일도 없는 걸로 넘어가 줄게요.”

하지만 닳고 닳은 재철이 이를 쉽게 넘어갈 리 없었어. 무려 33억이 넘는 자신의 돈이 투자 아니 사기를 당했으니 끝까지 가서라도 받아내고 싶었던 거야. 그리고 이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철민은 재철의 얼굴을 보며 불현듯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어.

‘어디선가 본 얼굴이야. 어디지.. 분명히 한 번은 본 얼굴인데.. 친구들이랑 있을 때 봤나?’

그때였어. 갑자기 몇몇 피해자들의 휴대폰 진동과 메시지 알림 소리가 긴장된 공간의 정적을 깨트렸어.

“어?! 내 돈, 내 전세금 7천만 원이 들어왔어요. 어, 그리고 5백만 원이 추가로 들어왔는데?”

“나도! 나도 8천만 원이 들어왔어요. 5.. 5백만 원도요!”

“어? 나도! 나도요!”

부동산 안은 순식간에 살벌한 싸움 현장에서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어. 정선이를 포함한 총 16명의 피해자의 통장에는 그들이 사기당한 각각의 전세금이 모두 입금되었던 거야. 그리고 피해자 모두에게 각각 5백만 원이 추가로 입금되었어.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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