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을 기다리며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니

by Rooney Kim


지난주의 소설을 업로드하지 못했다. 적어도 매주 한 번은 빠지지 않고 글을 올리려고 다짐했던 터라 제아무리 바쁜 일정에도 이를 지켜왔는데 사람일이란 게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나 보다. 가령, 처가댁을 다녀온 뒤에도 빨래를 돌려놓고 간간히 글을 쓰거나 서너 개의 주말 일정이 생겨도 짬을 내서 글을 쓰거나 그럴 여유조차 없으면 주중 퇴근 후 집에 와서 쓰기도 했는데 그 마저도 못할 때도 있다는 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지런히 글을 써도 내 글을 보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이에 대한 고민은 이미 수년 전에도 토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심각한 고민은 아니다. 어차피 꾸준히 소설을 쓰고 에세이를 쓰는 이유의 구 할은 나의 에너지의 발산과 기쁨을 위함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생각은 또 이렇게 이어졌다. 만약 내 소설이 유명해지고 나의 글로 수많은 사람들이 위로받아 마침내 글로 성공한다면 마냥 기쁘기만 할까? 성공은 또 다른 목표를 생산한다. 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는 성공의 끝에는 허무함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을 통해 확인되었다.


실패가 이루지 못한 갈증으로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면 성공은 더 멀리 나아가야한다는 새로운 부담감 또는 더 나아갈 곳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이 곧 내 허무함으로 이어져 우리를 비관에 젖게 한다. 사실,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중압감보다 더 큰 고통은 어디로 어떻게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 조차 없는 막연함이다.


성공을 해도 실패를 해도 걱정과 고민은 쉬이 우리 곁을 비우지 않는다. 이런 생각에 닿자 초조하던 마음이 점차 잦아든다. 문득, 인터넷에서 떠도는 누군가의 사연이 떠올랐다. 어릴 때 고아가 된 한 남자의 사연이었다. 그 남자의 상황을 보자마자 난 그 사람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했으리라 짐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상황 속에서도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데 그분은 오죽하랴며 혼자 지레짐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나의 고리타분한 편견을 단박에 깨버렸다. 그는 고아라는 상황에 절망하지 않았고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부지런히 살아냈다. 결국 건강한 가정의 어느 여인과 결혼을 했고 평생 받아보지 못한 부모님과 가족의 사랑을 처가댁으로부터 받으며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말미에 그가 남긴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거친 강을 건널 때 가슴에 커다란 돌을 하나씩 들고 건너간다고 해요. 돌은 무겁지만 거친 강물 속에서 물살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무거운 돌이 꼭 필요하다고 하죠. 우리 삶도 그런 것 같아요. 현재 각자가 처한 상황과 걱정, 고민은 오히려 우리가 인생이라는 거대한 강을 건널 때 이런저런 물살에 휩쓸리지 않도록 삶의 중심을 잡도록 도와주는 추의 역할을 하기에 걱정과 고민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 삶을 오래도록 건강할 수 있도록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내가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현재 나의 걱정과 고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던 걱정과 고민은, 알고 보니, 험난한 세상 속을 헤쳐나가고 있는 나의 현실을 보여주는 ’창’이었던 것이다. 나의 걱정은 나의 현실이다. 무언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데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난 아직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운이 좋아 준비가 되기도 전에 이루었다면 무거운 바위도 없이 거센 강물에 뛰어든 것과 같기에 여기저기 휩쓸려 ‘나’라는 존재의 색은 물에 희석되어 사라지고 타인의 욕망으로 가득 찬 껍데기만 남아 나인 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말이 길어졌다. 이번 주말은 여느 때와 같이 빨래를 돌리며, 청소를 하며, 설거지를 마치며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특별한 무언가가 되어 나의 현실을 바꿔줄 수 도 있을 그런 거대한 잠재력이 있는, 아직은 별 것이 아닌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쓰는 것만으로도 욕망의 해소가 되기에 그날을 기다리며, 그날을 몇초 정도 더 앞당기기 위해, 혹여라도 발생할 행운에 대비하기 위해 그저 즐겁게 글을 쓸 것이다.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night-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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