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무제한

그 투명한 굴레에 대하여

by Rooney Kim



우리는 자유를 꿈꾼다. 태어난 순간부터 자유롭지 못함에 대한 불편함과 제한의 두려움으로 응애 하며 세상 밖으로 울음을 토했고 세상에 대한 인지는커녕, 쉬운 단어 하나 제대로 발음하지 못할 때에도 좋고 싫은 것에 대한 옹고집은 확실하지 않았나.


하지만 가정 내에서의 규율과 규칙은 사회 속의 질서에 비하면 거의 무제한의 자유에 가깝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욕심, 욕망, 거미줄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 대한 다양한 기준들이 양심과 법이라는 강력한 테두리를 가진 얼개로 구성된 세상은 우리로 하여금 언제나 대자연의 자유로 탈출하고픈 욕망을 품도록 억압하기 때문에.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거라고 본다. 물론, 사람마다 기준과 경계가 다르기에 편차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표준 편차 내로 들어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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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유와 무제한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자유롭다는 것, 무제한의 권리를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식사비 지원의 딜레마


요즘엔 많은 회사들이 회사 복지 중 하나로 식비를 지원해준다.

한 달에 쓸 수 있는 비용을 제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예 직원들의 양심에 맡겨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나 또한 회사 식대 지원 관련 경험이 있다. 초기에는 회사에서 식사비 무제한으로 카드를 지급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1만 원 내외의 식사를 했다. 기껏해야 1인당 월 20만 원 전후로 비용이 발생했다. 보통 만원 또는 가끔 8~9천 원 그리고 아주 가끔 1만 2~3천 원의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소수 인원이 월 30만 원을 훌쩍 넘게 쓰는 일이 발생하자. 이후, 무제한 식비를 1인당 월 30만 원으로 정해버렸다. 그러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월 30만 원을 쓰기 위해 식사는 물론, 커피, 빵 구매 등으로 30만 원을 꽉꽉 채워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즉, 무제한일 때 1인당 월평균 식비는 20만 원 초반이었는데, 월 30만 원 제한으로 변경하자 모든 사람들이 월 30만 원을 사용한 것이다.


자유는 경계가 없다기보다는 투명한 경계를 정해준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제한이 없다면 방종이 되는 것이고 그럼 '자유'를 보장받을 '질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게 무슨 자유냐!'라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지구상에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다양한 규모의 집단과 더 다양한 욕망들이 얽히고설킨 얼개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의 자유란 없다.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는 클래식한 말도 다들 알지않나. 그렇다면 여기서 의미하는 자유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세대를 거치며 계속해서 자유를 꿈꾸는데 도대체 진짜 자유는 어떤 형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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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역할, 사실 마음가짐에 달렸어


난, 사회 속에서의 자유는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식비를 지나 연차를 예를 들어 좀 더 설명을 해보자. 연간 15일의 휴가를 받은 사람은 당연히 1년 내로 15일의 휴가를 다 쓸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반면, 의외로 무제한의 휴가를 가진 사람은 오히려 15일의 휴가를 다 쓰지 못하거나 혹은 연말에나 돼서야 '그래도 무제한인데 적어도 15일은 써야지'라며 겨우 채우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마음가짐 즉, '마음의 여유'에 있다. '나 또는 가족이 병원을 가야 하는 등의 급한 사정이 있을 때 언제라도 계산 없이 쓸 수 있는 무제한의 휴가가 있다는 것'과 ‘가족 병문안을 가거나 내가 아플 때 우선, 유제한의 15일 휴가를 먼저 다 쓰고 가야 한다는 부담’의 보이지 않는 차이는 꽤나 크다.


즉, 무제한 자유의 장점은 '사용할 권한'을 나에게 주었다는 점에서 이미 마음이 부유해지는 데 있다. 마음의 여유, 부유함이 거의 8할이다. 긴급한 일이 생겨도 무제한의 휴가를 써서 해결할 수 있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부담이 덜어지니 업무에도 더 집중하게 되고, 회사에 대한 고마움이 생기며 이는 곧 애사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1년간 사용하는 휴가는 15일 전후인데 말이다.


이 모든 게 나의 마음에 여유를 주면서 생긴 마음 가짐이다.


즉, 무제한의 자유라는 비빌 언덕 덕분에 '언제라도 쉴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이 줄어 오히려 덜 쓰게 되고 꼭 필요할 때만 쓰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과 기준을 가진 사람들의 행태다.


물론, 어디에나 이를 악용하는 소수는 존재한다. 무제한이라서 무제한으로 썼다며 주객전도의 모습을 보이는 소수는 어디에나 있고, 그래서 무제한의 법카, 무제한의 연차 혜택이 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 소수 때문에 다수의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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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규칙과 제한이 사라진 게 아니다. 투명한 규칙과 제한 덕분에 시야가 넓어져 마음이 여유로워지는데 그 효과가 있다. 다만, 모든 구성원이 자유의 투명한 규칙과 제한에 대해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따라오는가에 해당 집단의 '자유 최적화 기간과 연장 여부'가 달려있다. 따라서, 여유로운 마음의 힘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자유'가 얼마나 강력한 질서를 제공할 수 있는지도 잘 알 것이다.


'규칙 없음'에 훨씬 복잡한 숨은 룰이 있듯, '자유로움'에도 지켜야 할 투명한 경계가 있다. 그 경계가 투명하여 저 멀리 산과 바다를 보며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할 줄 안다면 당신은 이미 자유를 손에 쥐고 마음껏 누리고 있는 중이다.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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