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호랑이 사냥 1

by Rooney Kim


산세가 험한 서쪽 기슭으로 십 수명의 사내가 활과 참을 들고 바람 같은 속도로 뛰어내려 가고 있었다.


“저기다, 저기. 바위 위쪽으로 뛰어 올라갔어!”


‘휭- 휘휘휭-‘


‘탁- 와지직-‘


순식간에 여러 발의 화살이 바위 위쪽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범은 어찌나 날랜지 이미 수풀 사이로 사라진 뒤였다.


‘헉헉. 놓쳤나?’


“병팔아, 넌 바로 범 뒤를 쫓아가. 말봉이는 애들 셋을 데리고 산 위로 올라가 범굴 입구까지 가 있고, 난 진둘이랑 나머지를 끌고 아래에서 위를 친다. 알겠냐?”


“네, 도진 형님.”


말이 끝나자마자 십수 명의 사내들은 각자 위치를 향해 다시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범을 찾고 모는 그 흔한 꽹과리 패도 없었다. 보통 착호 때는 호랑이 하나에 일백의 사내가 붙는 게 당연했지만 범사파는 달랐다.


범사파는 주로 산적 출신이거나 동네에서 힘을 깨나 쓴 지방의 장사 출신이 대부분으로 나라에서 정한 전국 규모의 착호갑사 조직 시, 임금님이 직접 직함을 하사하고, 충청, 강원 그리고 경상도 일부까지 착호를 허락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패거리였다.


‘크르르르르. 크와아아아아앙’


“혀.. 형님, 그런데 이 녀석, 몸집이랑 목소리를 보니 아직 어린 호랑이 인뎁쇼.”


진둘이가 도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도진 역시, 얼핏 본 것과 달리 작아 이 녀석은 아직은 성체가 되려면 한창은 멀어 보였다.


“그래도 범은 범이다. 아직 이 정도면 범굴이나 인근에 어미도 있을 게야. 아마 아직은 야생에서 독립은 못할 테니 이 녀석을 풀어주고 쫓아가 뒤에 범 어미까지 잡아버리자.”


“혀, 형님, 죄송한 말씀이오나 병팔 형님과 말봉이까지 다 합세해도 스무 명도 안됩니다. 어미까지 나타나면 사실 장정 오십 정도는 있어야..”


“너 이 자식, 우리가 누구냐.”


“버, 범사파 아닙니까.”


“천검 형님은 일부러 호랑이 굴에 물려갔다가 어미와 새끼들까지 모조리 해치운 거 기억나지 않냐? 저리 귀엽고 약해 보여도 성체가 되어 마을에 나타나면 우리에겐 재앙이야. 눈앞의 것에 현혹되어 마음을 흔들리면 안 된다고 몇 번을 일렀냐.”


“네.. 네, 맞습니다. 형님. 그런데 지금 이 인원으로는.. 두목도 없고..”


“이씨, 너, 나 못 믿냐?”


도진은 두목인 천검을 존경하고 따랐지만 부하들이 오직 천검만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일 땐 알 수 없는 자존심이 불쑥 튀어나왔다.


“혀, 형님도 당연히 믿지요. 그런데, 지금 만약 둘 이상의 범이 나타나면, 이 숫자로는..”


“가자, 앞장서라. 지금 병팔이와 말봉이도 범굴 근처까지 갔을게다.”


‘휙- 슈웅- 탁’


말을 끝낸 도진은 일부러 호랑이의 앞쪽으로 활을 쏘아 녀석을 놀라 달아나게 만들었다.


‘가보자, 오늘은 천검 형님 없이 내가 공을 세워야지. 나도 형님 없이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


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 중턱을 훌쩍 지나 굴 쪽으로 달려갔다. 도진 일행과 병팔 일행은 그 뒤를 바짝 쫓았고 말봉은 수하 셋과 함께 굴 위쪽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자, 다들 범 새끼가 굴로 들어가는 거 잘 봤지? 내 경험상 지금 저 굴 안에는 어미가 없어. 어미는 사냥하러 나갔고 새끼들만 있는 거지. 그래서 세상 구경하러 나와본 거야.”


하지만 워낙 겁이 없어 무표정한 병팔이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새끼들이 진짜 다 바짝 쫄아가지고. 야, 진둘이, 네가 저기 두 명 데리고 굴 안으로 앞장서라. 병팔이는 말봉이, 나머지 애들이랑 굴 입구에서 어미가 오는지 잘 살펴.”


“네, 형님.”


도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진둘에게 눈으로 무언의 압박을 주었다. 진둘은 여전히 찜찜한 듯 쭈뼛거리며 좀처럼 빠르게 굴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야! 너 빨리 안 들어가면 내가 너부터 잡는다. 하나, 둘 !!”


진둘은 도진의 등쌀에 화들짝 놀라며 어쩔 수 없이 수하 둘을 데리고 어두운 굴 속으로 들어갔다.


‘크르르르르. 크르르.’


어둠 속에서 범 새끼들의 공포에 어린 낮은 울음이 들려왔다. 아직 성체가 아니라 포효를 낼 수도 없는 크기로 짐작되었다.


‘크르르르르. 크아아.’


진둘이 수하 둘과 함께 가까이 다가갈수록 울음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엇..’


순간, 진둘 일행의 눈앞에 파란 눈동자 두 쌍이 빛나며 허공에 떠올랐다.


‘범이다. 두.. 둘이야. 하지만 아직 어리니까. 제압하자. 제압하면 돼.’


“진둘아, 어여 더 들어가.”


진둘이 마음을 가다듬는 동안 뒤에서 도진의 고함이 다시 굴 안에 울렸다.


‘에잇, 도진이 형님 진짜.. 어.. 어어!’


도진의 고함 때문이었을까. 잔뜩 겁에 질린 호랑이 새끼 두 마리가 밖으로 뛰쳐나오며 진둘과 일행을 넘어뜨렸다.


“으아악, 아앗!”


순간, 굴 안팎의 모든 일행은 긴장했고 얼른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콰직-‘


“으악! 사람 살려!”


진둘 일행 중 하나가 놀라 넘어진 틈을 타 밖으로 나가려던 호랑이 새끼 하나가 그의 발목을 물어버린 것이다. 말이 새끼지 이미 몸집은 석자는 되어 보였다.


“어디야, 야, 공격해. 잡아, 새끼들도 다 잡아!”


진둘도 칼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굴 속이 어두워 한 치 앞이 겨우 보일 정도라 제대로 된 공격은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새끼 호랑이 둘은 굴 밖으로 달려 나갔다.


“도.. 도진 형님, 저기, 저기 나옵니다!”


호랑이의 모습에 기겁을 한 말봉이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이에 병팔이 활시위를 당겨 겨누자 도진이 멈칫하더니 이를 말렸다.


“잠깐, 내버려 둬. 쟤들을 보내야 어미도 여길 빨리 찾아올 거야. 새끼 하나의 허벅지에만 한 발을 쏴. 그럼 우린 숨었다가 셋을 잡는 거야. 알겠지?”


“네, 형님.”


병팔은 새끼들이 산 위로 달아나는 것을 지켜보다 뒤쪽의 더 작은 새끼를 향해 활을 쏘았다.


‘핑- 탁-‘


새끼 호랑이는 끼잉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주저앉았지만 엉덩이 쪽이라 그런지 엉금엉금 기어 기어코 산 위를 향해 계속 전진했다.


“됐다. 잘했어. 야, 진둘아, 이제 다 나와. 매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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