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호랑이 사냥 2

by Rooney Kim


도진은 수하들을 부르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았다. 수하들은 이미 대여섯 길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 어설프게 그들을 불렀다간 호랑이가 도망갈게 뻔했다.


‘그래, 아직 새끼니까. 내가.. 옳지, 빠져나온 다리에 화살을 쏘면 산채로 잡을 수 있겠다. 새끼 울음소리를 들으면 어미도 금방 나오겠지..? 으흐흐.”


도진은 조용히 다리 한쪽의 무릎을 꿇고 활을 꺼냈다.


‘끼이이-‘


‘좋아, 그대로 있어. 내가 안 아프게 쏴..’


‘두다다다다다닥- 휙-‘


도진이 정신을 집중하며 새끼 호랑이에게 활시위를 당겨 막 쏠 참이었다.


‘응.. 뭐.. 어, 어?! 으아악!’


‘우직, 빠지직’


어디선가 귀신처럼 나타난 어미 호랑이가 도진의 측면으로 바람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는 도진의 오른쪽 정강이를 물어 넘어뜨린 것이다.


“으아.. 으아악!”


도진의 비명 소리를 들은 병팔과 수하들은 얼른 그가 있는 쪽을 찾아 뛰어왔다.


“허.. 헉, 형님! 호.. 호랑이가, 어미 호랑이가..”


“야, 얼른 쏴, 이 자식이 내 다리를 물었어. 으윽.”


도진의 앞으로 집채만 한 어미 호랑이가 당장이라도 그를 집어 삼킬 기세로 그를 무섭게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도진은 왼쪽 정강이 춤에서 단검을 꺼내 어미 호랑이를 위협했지만 어미 호랑이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크아앙, 크앙, 크앙’


어미 호랑이의 등장으로 수풀에 숨어있던 어린 호랑이들이 수풀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어미 호랑이는 새끼들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슬쩍 돌아보았다. 그중 한 새끼의 엉덩이에 꽂힌 화살을 본 어미 호랑이는 불같이 화가 난 얼굴로 다시 도진을 쏘아본 뒤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그의 오른발을 물어 그를 들어올리더니 쏜살같은 속도로 산 아래로 끌고 내려갔다.


“혀.. 형님, 형니임! 말봉아, 진둘아, 입구에서 형님을 구해라! 야, 들리냐!”


병팔은 소리를 질렀지만 그 소리가 둘에게 들릴 리 없었다.


“야, 너희 둘, 어서 산 아래로 내려가서 천검 형님을 찾아라, 그리고 천검 형님에게 수하 오십 정도는 데리고 이 호랑이 굴로 오시라고 전해라, 알겠냐?”


“네, 넵!”


긴급 상황이었다. 전국적인 규모로 유명한 착호단인 범사파의 부두목 도진이 어미 호랑이에게 물려갔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호랑이 굴 입구에서 매복하며 어미 호랑이를 기다리던 진둘과 말봉도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까, 깜짝이야, 뭐야, 뭐가 지나갔지?”


“야.. 야야, 혀.. 형님, 도.. 도진이 형님이..”


“도진이 형님이 물려갔어..! 방금 저 굴 안으로..!”


호랑이 굴 주변에서 매복하던 진둘과 말봉은 물론 다른 수하들까지 도진이 끔찍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호랑이 굴로 끌려들어 가는 걸 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새끼들, 야! 얼른 들어가서 형님 안 구하고 뭐해?”


산 비탈길을 날듯이 뛰어 내려온 병팔이 호랑이굴 입구에서 얼어붙은 듯 서 있는 이들을 보며 꾸짖었다.


“벼, 병팔아, 너도 봤지?”


“멍청한 새끼, 야, 너네 빨리 나랑 같이 굴에 안 들어가면 내 손에 죽는다.”


병팔은 매우 흥분하며 당장이라도 호랑이 굴에 들어가려 했다.


“이 미친놈아, 이건 우리도 못 구해. 이미 늦었어.”


진둘이 화가 잔뜩 난 병팔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하지만 병팔은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야이 겁쟁이 새끼야, 지금 안 들어가면 도진 형님이 죽어, 그럼 너도 나도 다 죽는 거야. 알아들어?”


“너 이 새끼, 뚫린 입이라고 막말하네, 그래, 나도 형님 구하고 싶어, 그런데 천검이 형님 말 기억 안 나냐? 호랑이 굴은 빠져나올 때 빼곤 들어가지도 말라고 한 거. 야, 니가 도진이 형님을 잘 따르는 건 알지만..”


‘퍽-‘


병팔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진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진둘 역시 괴물 같은 맷집과 괴력의 소유자라 얼굴을 맞자마자 바로 달려들어 병팔을 쓰러트려 눕히곤 왼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야, 이 새끼야, 너 도진 형님이 널 아끼고, 또 내가 조용히 있으니까 만만해 보이나 본데. 너 같은 새끼는 왼손으로도 숨통을 끊어 놓을 수 있어.”


‘끄으, 끄으읍-‘


진둘은 고향 마을의 천하장사 출신이었는데 평소에는 유순한 성격으로 쉽사리 흥분하지 않아 그를 만만하게 보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병팔 역시 그를 은근히 깔보았는데 오히려 위급한 상황에 된통 당해버렸다.


“박병팔, 내가 지금 도진 형님을 구하기 싫어서 이러냐, 다 죽어, 지금 막무가내로 들어가면 다 죽는다고.”


“으윽. 으으윽. 후하, 헉헉헉..”


진둘에게 제압 당해 숨을 제대로 못 쉬던 병팔은 풀려나자마자 급한 숨을 몰아쉬었다.


“야, 얼른 내려가서 천검 형님이랑..”


“헉헉, 내가 불렀어.. 헉헉.”


진둘은 다시 병팔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방금 전은 미안했다, 인마. 지금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해.”


병팔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나 혼자 간다. 아무도 오지 마. 최대한 시간을 끌러가는 거니까 그리 알아, 곧 천검 형님이 오시면.. 그땐 해결되겠지.”


병팔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내곤 두자쯤 되는 단검을 들고 어두운 호랑이 굴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진둘은 차마 그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


“자, 그럼 우리는 다시 매복 대형으로 숨어서 여기서 천검 형님을 기다린다. 만약 병팔이 성공하면 어미 호랑이가 또 튀어나올 수 있으니 활을 가진 자들은 모두 즉각적으로 어미를 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알겠지?”


진둘과 말봉은 각자 수하들을 데리고 호랑이 굴 입구의 양 옆에서 숨소리조차 죽이고 상황에 집중하고 있었다. 병팔이 들어간 지 시간이 꽤나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끄아아아아, 헉헉, 야, 야이 이 요물 같은 놈, 내가 너한테 죽을 것 같냐? 나 도진이야, 김도진, 전국의 호랑이는 내가 다..”


‘콰드득-‘


어미 호랑이는 도진이 더 이상 저항하거나 시끄럽게 소리 내지 못하게 오른 다리를 꺾어 부숴버렸고 도진은 엄청난 고통에 그만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혀.. 형님..!”


병팔은 다리가 부러져 쓰러진 채 기절해있는 도진을 향해 달려갔다. 도진의 한참 뒤로 어미 호랑이가 둘을 노려보며 앉아있었지만 더 이상 둘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내가 저 놈을..”


‘휙-‘


병팔은 단검을 꺼내 들고 어미 호랑이를 노려보며 울분을 토해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어미 호랑이는 낮고 작은 소리로 그르렁 거릴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미 옆의 두 작은 새끼 호랑이들이 울어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는데, 특히, 엉덩이에 화살이 꽂힌 새끼는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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