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팔은 당장이라도 호랑이를 잡아 죽이리라 마음먹고 들어왔지만 자신 역시 십여 년의 착호 시절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나를 경계하고 있지 않잖아..?’
‘그르르.. 그르르르르르..’
“누.. 누구냐, 벼.. 병팔이냐?”
병팔은 도진의 목소리를 듣고 얼른 그에게 다시 다가갔다.
“형님, 형님, 괜찮으십니까?”
“어, 으으, 내 오른 다리가.. 저, 저 호랑이 놈은 어떻게 되었냐, 죽였냐..?”
“아닙니다, 형님. 우선, 형님을 먼저 피신시켜야겠습니다. 제가 부축해드리겠습니다.”
“호랑이, 호랑이는 잡아야지..!”
“형님, 이러다 우리 둘 다 죽습니다. 우선, 나가시지요.”
산 아래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산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전국 규모의 착호단 범사파의 두목 천검이 수하 오십을 데리고 수하들이 일러준 호랑이 굴 입구로 긴급하게 올라오던 중이었다.
“혀.. 형니임! 여기입니다.”
진둘이 천검이 오는 소리를 듣고 호랑이 굴 입구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위치를 알렸다. 곧 천검은 수하들을 호랑이굴 둘레로 세 겹의 진을 치게 하고 굴 입구 앞으로 왔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야. 왜 착호령도 없었는데 호랑이를 사냥해?”
천검은 굴 앞으로 도착하자마자 진둘과 말봉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그.. 그게..”
“혀.. 형님, 실은 도진이 형님이..”
진둘이 망설이는 동안 말봉이 눈치를 살피고는 그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실토해버렸다. 진둘은 여전히 모든 것을 말해버린 말봉에게 핀잔의 눈빛을 보냈지만 말봉은 천검 두목에게는 진실을 다 알려주는 게 항상 뒤끝이 좋았다는 걸 몸소 경험한 바 있었기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어린 호랑이들은 건들지 말라했거늘. 도진은 언제 끌려 들어갔고, 병팔이 들어간 지 얼마나 되었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일각이 조금 지났을 겁니다. 형님.”
“자, 그럼 진둘과 거기 둘, 나를 따라와. 같이 들어가 보자.”
천검이 굴 입구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입구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터벅, 터벅..’
‘으으윽, 아아악..’
“형님, 이제 다 나왔습니다. 조금만..”
“도진이냐? 병팔이야?”
천검은 호랑이 굴 입구로 병팔이 도진을 부축하고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달려가 둘을 반겼다.
“도진아, 이게 어찌 된 일이야."
“크흐흑, 혀.. 형님, 죄송합니다.”
천검은 오른쪽 다리가 완전히 부러진 도진을 보고 얼른 수하 넷을 불러 들 것을 만들어 산 아래로 보내게 했다. 도진이 떠나자마자 병팔은 그간의 상황과 호랑이 굴 안에서 겪은 기이한 일에 대해 얘기했다.
“어미가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그저 네가 도진을 끌고 나오는 것을 보기만 했다는 것이냐?”
“네, 형님.. 뭔가 이상했습니다. 어미는 저희보다 한 길 정도 떨어진 곳에 배를 깔고 다리를 모으고 앉아 숨을 헐떡이며 바라만 보았고 새끼 하나는..”
“새끼는 왜 그러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병팔은 천검과 주변의 눈치를 본 뒤 망설이다가 결국 말하고 말았다.
“새끼 하나의 엉덩이에 활이 꽂혀있는데.. 아까 어미를 유인하기 위해 제가..”
천검은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병팔아, 도진이 무슨 말을 하든 네 목숨이 당장 위험하지 않다면 새끼는 공격하지 말거라.”
“네.. 형님, 죄송합니다.”
천검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주변에 있던 물자 담당 수하를 불렀다.
“장걸아, 아까 싸온 생닭이랑 약재를 가져오거라.”
“네? 지금 말씀이십니까?”
“그래, 얼른.”
천검의 말에 진둘은 물론 다들 어리둥절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닭은 총 몇 마리냐?”
“세 마리입니다.”
“치료는?”
“제.. 제가 고을의 어인 밑에서 수년을 같이 다니며 배웠습니다요.”
천검은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나와 이 둘이 앞장서서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진둘과 병팔은 수하를 대여섯명 데리고 우리보다 다섯 길 이상 뒤에 떨어져서 따라온다. 만약, 비명 소리가 들리면 당장 달려오거라. 단,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대기한다, 알겠느냐?”
“네.”
“네.. 넷.”
별채의 사랑방에 자리 잡은 선준과 행장은 방바닥이 뜨뜻하게 데워지자 살 것만 같았다.
“아재 아재, 우리 오늘 여기서 자..”
“어허, 말도 안 되는 소리.”
선준은 행장이가 말을 마치기 전에 말을 가로챘다. 사실, 선준도 행장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 큰 처자가 홀로 사는 집에 총각인 자신이 하룻밤을 묵어간다는 건 은진을 위해서라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