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호랑이 사냥 4

by Rooney Kim


‘저벅. 저벅. 저벅.’


천검은 왼쪽에 큰 칼을 차고 어깨에는 활과 화살통을 매고 거침없이 호랑이 굴로 걸어 들어갔다.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을 마치 실천이라도 하듯 걸음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말봉아, 그런데 천검 형님은 왜 다시 호랑이 굴로 들어가신 거야? 도진이 형님도 내가 구해왔는데..”


“모, 몰러, 하유, 나도 걱정되어 죽것네.”


천검과 함께 들어간 장걸은 생닭을 들고 들어가면서도 무서움에 온몸이 떨려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두목 천검의 명이고 그와 함께 들어간지라 감히 싫은 내색도 할 수 없었다.


‘여기쯤일 텐데.’


천검이 등불을 비추며 호랑이 굴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르르르르. 그르르.’


그러자 동굴의 한쪽 구석에서 마침내 어미 호랑이의 울음이 들려왔다.


‘끼이잉. 끼이이이잉.’


아직 어린 호랑이의 고통에 어린 신음 소리도 들리는 것으로 보아 어미가 새끼 둘을 등 뒤에 두고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저기 있군.’


“장걸아, 닭을 이리 줘봐라.”


“네? 네, 넷.”


천검은 닭을 받자마자 어미가 있는 곳으로 불을 비추며 다가갔다.


‘크르르르르, 크아 아아아.’


천검이 다가갈수록 어미 호랑이의 울음은 더 거칠고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소리에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달아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배를 곯았어. 아주 오랫동안. 무엇보다 지금 저 어미는 나와 싸울 생각이 없어. 아니, 힘이 없어.’


천검은 보따리에서 생닭을 한 마리 꺼내들더니 어미 얼굴 앞으로 툭하고 던졌다.


“먹거라. 때가 아닌데 너희 가족을 괴롭혀서 미안하다.”


천검이 어미 호랑이를 향해 말을 걸자 장걸과 약재상 출신 동평이 그를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어미 호랑이의 울음이 다시 낮아지며 닭 쪽으로 다가가 이를 물고 다시 새끼들 쪽으로 다가가 눈은 정면을 향해 천검을 보면서 얌전히 닭을 먹는 것이었다.


“혀.. 형님, 저 놈, 저 놈이 바로 닭을 받아먹네요. 그, 그런데, 닭을 먹고 기운을 차려서 우리를 공격하면 어.. 어떡합니까요?”


하지만 천검은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닭을 한 마리 더 꺼내서 어미 호랑이 앞으로 던져주었다. 그리고 슬쩍 어미 호랑이의 왼쪽 다리를 살펴보았다.


‘역시.. 이 녀석.’


“이것도 먹거라. 그리고 네 새끼의 엉덩이에 있는 화살을 빼내고 치료해줄 터이니 넌 밥을 먹거라. 알겠느냐.”


‘그르르. 그으으으으.’


신기한 일이었다. 어미 호랑이는 마치 천검과 이야기라도 하듯 아까와는 다른 울음으로 답했다. 그리고 정신없이 다시 닭을 먹기 시작했다. 천검은 그런 어미 호랑이의 행동과 표정을 살핀 뒤 다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어미 호랑이는 닭을 먹다 말고 허리와 엉덩이를 옆으로 피하더니 새끼들이 있는 쪽으로 길을 터 주었다. 어미 뒤에는 엉덩이에 화살이 꽂힌 어린 호랑이가 고통에 끙끙대며 울고 있었다.


“동평아, 약재를 가지고 이리로 오너라.”


“네.. 네?!”


“어서!”


하지만 동평은 어미 호랑이의 눈치를 살피며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고 있었다.


“장동평! 어서!”


동평의 두려움을 눈치챘는지 어미 호랑이는 조금 더 몸을 틀어 길을 열어주었다.


“동평아, 어미가 닭을 다 먹으면 언제 마음이 변할지 모른다. 얼른 오너라.”


결국 동평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오직 천검만 바라보며 총총거리며 달려갔다. 가는 동안에도 어미 호랑이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장걸아, 너도 여기로 오너라. 자, 동평이랑 같이 이 새끼의 앞다리와 몸통을 잡거라. 난 화살을 뽑자마자 찧어 놓은 약재를 발라 줄 것이다. 그럼, 넌 천으로 이 녀석의 다리와 엉덩이를 감싸 주어라.”


“네.. 넷!”


“자, 뽑는다. 하나, 둘, 셋”


‘쑤욱-‘


‘끄앙, 크아아아아아앙’


순간, 어린 호랑이의 울음이 동굴에 크게 울려 퍼졌다. 이 소리는 다섯 길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하들은 물론, 굴 밖의 사람들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됐다.’


어미 호랑이는 새끼의 큰 울음에 닭을 먹다 말고 벌떡 일어나 상황을 살폈지만 무슨 일인지, 마치, 사람들이 자신의 새끼를 치료해주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다시 자세를 낮춰 앉은 채 먹던 닭을 씹으며 천검과 일행의 행동을 살폈다.


‘끄이이이잉, 끄아아아앙’


아직 어린 호랑이는 고통에 신음하다 못해 옆으로 털썩 누워버렸다. 배도 고픈데 통증까지 있으니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호랑이가 마치 자신을 치료해주는 것을 아는 듯 아무런 반항도 없이 옆으로 눕자 약재를 바르기는 더 수월했다.


“동평아, 이제 여기를 천으로 덧대고 허벅지와 배를 둘러싸서 천으로 감아 주어라, 최소한 나흘 이상은 감고 있어야 할 게다.”


“넵, 형님.”


그리고 천검은 보따리에서 마지막 닭 한 마리를 더 꺼냈다. 어린 호랑이들이었지만 이젠 생식을 할 수 있는 몸집이었다. 천검은 닭을 잡고 반으로 뚝하고 가르더니 어린 호랑이 둘에게 던져주었다. 치료를 받던 호랑이 옆에 붙어 두려움이 가득한 눈을 하고 있던 다른 호랑이가 반을 물고 동굴 구석으로 갔고 치료를 받던 호랑이도 코로 냄새를 맡으며 누워서 닭을 먹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다 됐습니다요, 형님.”


치료가 끝나자 천검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태를 살폈다. 제아무리 감이 좋고 능력이 뛰어난 천검이라 할지라도 배가 찬 호랑이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짐승들 역시 저마다 성격이 다르고 천성이 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경험하며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가자.”


천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한 채 일어나 돌아서더니 어미 호랑이의 눈을 응시한 채 뒷걸음을 치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르르, 그르르르릉’


“어서 내 몸에 바짝 붙어 따라오너라. 등을 굽히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말고 호랑이만 응시한 채 서서히 멀어져야 한다.”


천검 역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 호랑이에게 진 빚은 언젠가는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영물에게 자비를 베풀면 그 또한 큰 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에 그 믿음 하나로 들어온 호랑이 굴이었다.


‘투둑.’


“아이코”


어미 호랑이의 눈치를 살피며 뒷걸음질 치던 동평이 돌부리에 걸려 나자빠졌다. 동평이 넘어지자마자 어미 호랑이가 벌떡하고 일어나더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순식간에 천검 일행 앞으로 달려왔다.


‘꿀꺽’


장걸과 동평은 이제 죽었다는 듯이 찍소리도 못한 채 두 눈을 꼭 감고 얼어버렸다. 그런데 이 둘과는 달리 놀랍게도 천검은 갑자기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듯 어미 호랑이에게 말을 거는게 아닌가.


“너구나, 맞지? 내 긴가민가했는데 월화, 네가 맞구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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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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