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통해 미래를 보는 금정의 예지몽은 지금껏 아홉이면 아홉 모두 정확하게 적중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들 역시 큰 화는 면하고 복을 찾아 누리기도 했던 차였다. 이에 소백, 차선, 전신, 도희는 어느새 옹기종기 금정 주변에 둘러앉아 금정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젯밤 꿈에..”
“응, 그래 말해보렴.”
“꿈에.. 붉은색의 엄청 커다란 입이 온 산과 들을 씹어 삼켰어..”
“…응? 커다란 입이? 산과 들을 먹었다고..?”
“응. 그런데 그 산이 꼭 우리 뒤에 있는 저 산과 같아. 마치 여기가 내가 꿈에서 본 곳이랑 비슷해.”
금정의 꿈얘기에 다들 삽시간에 꺼림칙한 표정이 되었다. 예지몽은 일어날 일을 예언한 것과 같기에 따로 꿈해몽이 필요하다거나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꿈에서 본 것과 들을 것에 대비해야 했던 것이다.
“또.. 또, 그래서?”
“그 큰 입이 산을 삼킬 때, 우리도 그 산에 있었어.”
“맙소사.. 이거, 혹시.. 거구귀 아냐..?”
“금정아, 그래서 혹시 꿈에서 우리는 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뭐.. 반격하거나 물리치거나..”
“못 물리쳤어. 우리 모두 산과 들과 함께 그 입 안으로 모두 들어갔고.. 아, 그런데..”
“어어..! 그, 그런데..??”
“그런데.. 멀리서 하얀 호랑이? 아, 그런데 호랑이보다는 몸집이 좀 작은데 다리는 더 굵고 음.. 하얀 털이 막 돌돌 말려있는? 그런 동물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다가 잠에서 깼어요.”
금정의 이야기를 들은 후 모두들 조금은 넋이 나간 얼굴을 하며 각자 이를 해석하느라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하, 참. 이제 뭔가 해보려고 하니까 또 이렇게 방해한단 말이자. 입이 큰 괴물? 딱 들어보니 거구귀 같은데 그 정도는 우리도 해볼 수 있어. 전신이 부적 몇 개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그렇지?”
“아, 형, 누나, 만약 금정이 꿈에 나온 게 거구귀라면 차라리 나아요. 거구귀가 엄청난 괴물인 건 맞지만 또 의인이나 비범한 사람을 만나면 청의동자로 변해 우리를 도와준다고 하거든요.”
“어, 전신 오빠, 저도 청의동자 이야기는 알아요. 비범한 사람을 만나면 딱 그 사람에게 붙어 평생 동안 그 사람을 보살피고 도와준다면서요?”
“맞아! 역시 너도 아는구나.”
전신과 도희가 꿈 풀이를 하다 말고 서로 맞장구치며 좋아하자 차선이 급정색을 하며 말했다.
“에휴, 이 애기들아, 우리가 거구귀 눈에 의인, 비범한 사람으로 보일 거라는 보장은 있니? 도둑들도 자신들의 행위를 옳다고 주장하는 게 이 세상인데.. 흠.”
“아무튼, 금정아, 꿈은 이게 다니?”
소백이 저들끼리 시끄럽게 꿈풀이를 하는 동안 금정에게 물었다. 그러자 금정은 똘똘한 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잘했어. 자, 이제 우리 그 꿈에 대비해 보자.”
하지만 전신, 도희, 차선이 여전히 꿈의 해석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야야! 얘들아, 다 됐고. 어차피 우리에게 다른 대안은 없잖아? 전신이는 부적 만들고 도희랑 금정이는 전신이 도와주고 나랑 차선이는 산에 다녀오자.”
소백과 차선은 무언가 어색한 듯 약간의 거리를 두고 대벽산자락을 따라 부적을 붙일 곳들을 찾고 있었다. 소백은 기공, 차선은 활을 주력으로 하여 주로 육체적으로 타격을 주는 술수에 능한 둘이었지만 영험하거나 음흉한 기운은 둘 다 잘 느끼고 알아차렸기에 전신에게 부적을 만들 시간을 벌어주자는 게 소백의 계획이었다.
“저기 소나무 군락에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어? 응, 그래 저기도 기록해 두자.”
“그리고 저기 멀리 관리 안 된 봉분들 보이지? 저기도 되게 많은 것 같아.”
“그래그래, 접수..”
둘은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려는 듯 열심히 일에 집중했다.
“저기, 저..”
소백이 주변을 둘러보다 말고 차선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응? 왜 그러우?”
“아니.. 어, 음.. 차선아.”
“응, 말해. 왜?”
“아까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어, 그러니까.. 음, 속이 시원.. 하냐?”
차선은 소백을 한 번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아~ 하, 하하하, 오라버니, 내가 아까 그렇게 말해서 뭐 서운한 거 있어? 아니, 근데. 음..”
“아아니, 그게 아니라, 그동안 내가..”
“뭐, 오라버니도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근데, 그동안 진짜 나도 많이 참았어..! 그리고 오빠한테는 몇 번이나 따로 말했잖수? 그래도 해결이 안 되니까 나도 극약 처방을 하려고..”
“그동안 내가 미안했다고. 미안해, 내가 철이 없었다.”
소백의 사과에 차선은 두 눈이 똥그래지더니 만면에 미소를 띠며 신기한 듯 소백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머, 이게 웬일이우?? 우리 오라버니 철들었네?”
“그러니까, 어, 음.. 다들 어디..”
“어디..? 뭐?”
“어디 갈 생각 말고.. 같이, 어, 같이 잘 살자고. 어흠흠..”
소백은 기어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는 뭔가 민망한지 헛기침을 하며 서둘러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하하, 하하하하하! 아니, 이 오라버니가 아주 요망한 줄만 알았지, 귀여운 구석이 있었네. 아하하하하”
소백은 차선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자 더 서둘러 산길을 따라 빠르게 걸어갔다.
“아, 오라버니, 같이 가! 꺄하하, 웃겨, 칫, 우리가 갈 데가 어디 있다고.. 안 가, 안 가, 아니 못가, 걱정 마시우.”
‘헉헉헉..’
“헥헥헥헥헥.. 아재, 아재 이제 다 왔당가요..? 헥헥”
선준과 은진 그리고 일행들은 대벽산 꼭대기에 올라 산너머 보이는 세 개의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어린 행장이가 제일 힘들어했다.
“저 세 봉우리 중 하나입니다. 저도 그동안 딱 두 번 뵈었지만 어디인지는 결코 파악할 수 없었지요.”
“가요. 빨리 가서 물어보자구요. 도대체 이 환난은 무엇 때문이고 우리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
“아재, 그래도 이제부터는 내리막이지요?”
“그래, 괜찮으냐? 갈 수 있겠어? 내리막 뒤에 다시 이만큼 올라가야 한단다.”
“그래도 지금 우리 눈아래에 보이는 봉우리니 여기보다는 높지 않겠지라? 히히.”
대벽산 꼭대기까지는 한 시진(時辰, 약 2시간)이 채 걸리지는 않았으니 내려가서 올라가는 데는 한 시진만 더 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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