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천검의 경고 1

by Rooney Kim


“그래에~ 본성이 어디 가겠냐. 어디 한 번 쳐봐라. 우리 오랜만에 거나하게 회포나 한 번 풀자.”


천검은 이 분위기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느긋하게 뒤로 물러나 몸을 빙빙 돌리더니 허리춤에 찬 단검 꾸러미를 풀어 근처 풀숲에 툭하고 던졌다.


“아직도 불만이냐? 어? 넌 그게 문제야, 내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천검은 가볍게 몸을 흔들며 말을 이어가다 갑자기 근중에게 왼 주먹을 날렸다.


‘휙-‘


하지만 근접 전에는 도가 튼 근중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왼손으로 천검의 왼팔을 잡아채고 오른손으로는 허리띠와 바지를 함께 움켜쥐고 자신의 앞으로 당기며 그 사이로 어깨를 넣어 가볍게 들어 올렸다.


“어.. 어엇..!”


“어이차~”


육 척이 넘는 키에 황소도 때려잡을 만한 크기의 손과 팔뚝을 가진 근중은 천검을 어깨에 지었다가 한 바퀴 돌더니 근처의 풀숲에 냅다 던져버렸다.


“으아앗!”


‘쿵-‘


“크하하하하~”


천검은 근중보다는 키가 작았지만 떡 벌어진 어깨와 다부진 하체 힘은 근중 못지않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여러 고을의 장사 출신이었던 근중을 힘으로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에잇-“


근중이 웃으며 방심한 사이 천검은 근중에게 쏜살같이 달려갔다. 이에 또 상체 타격을 예상한 근중이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투둑-‘


“어.. 어엇!”


천검은 오른 팔로 주먹을 날리는 척을 하다 말고 뒤로 자빠져 눕더니 왼발을 근중의 오른 다리 뒤로 집어넣어 무릎 뒤를 공격해 맥을 풀고는 오른발을 근중의 왼쪽 허벅지 뒤를 지나 사타구니 사이로 뺀 뒤에 오른쪽 허벅지 위로 감싸며 안쪽으로 꺾는 순간 근중이 억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나자빠졌다.


‘쿵-‘


“으아악.”


근중이 넘어지자 순식간에 다리를 빼낸 천검은 곧장 일어나서 근중의 얼굴을 향해 왼 주먹을 날렸다.


‘탁-‘


‘턱-‘


“어어, 엇!”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을 근중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날아온 천검의 왼 주먹을 오른손으로 가볍게 받아내더니 왼손으로 천검의 답호(저고리 위에 입는 남자 한복 상의)의 고름을 힘껏 움켜쥐고는 자신 쪽으로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퍼억-‘


“으아아아악-“


곧 근중의 머리와 천검의 얼굴이 부딪히며 매우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천검의 비명이 이어졌다.


“으아악, 크흑”


천검의 코와 입에서 선혈이 튀어나왔고 천검은 곧장 옆으로 두어 바퀴를 구르더니 아까 던져둔 단검 자루를 손에 쥐었다.


“왜? 맨몸으로는 안되니까 결국 무기를 쓰려고? 그럼 그렇지. 무기가 없으면 호랑이 하나 못 잡는 너희들에겐 항상 무기가 필요하겠지. 그래, 덤벼. 난 맨몸으로 창과 화살과도 다 싸워봤어.”


“에이씨, 진짜. 야, 내가 오늘 너한테 왜 온 줄 아냐?”


“왜긴, 또 시비 걸러 온 거잖아. 나도 때를 기다리고 있어. 너네 위에 썩어빠져 문드러진 수령님들께 안부나 전해라. 그리고 명이 그리 길지 않을 거란 것도 알려드리고.”


천검은 비아냥 거리는 근중을 한 번 쳐다보았다가 단검을 허리춤에 다시 차며 말했다.


“곧 대벽산과 계록산 일대를 샅샅이 뒤져 정리하라는 명이 떨어질 거야. 북쪽의 금병산 일대 마을에서 최근 호환이 열 건도 넘게 나면서 난리가 났었거든 그런데 그 호랑이들이 남쪽으로 거처를 옮겨내려 온 게 발견되었지. 그게 대벽산이고 계록산이야. 그렇지, 명분은 착호인데.. 알고 있지? 착호는 임금의 명이 없어도 먼저 움직여 선조치 할 수 있는 거.”


근중은 천검의 진지한 모습에 차츰 화를 풀고 귀담아듣고 있었다. 천검이 저렇게 일러주는 데는 필시 큰 이유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호랑이 잡는 걸 왜 나한테 알려주는데?”


“대벽 마을과 인근 고을의 서반 아전들은 물론이고 지역 수비하는 갑사들이 있어. 나라님 아래에 직속으로 속한 무관들이지. 갑사들은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조선 최고의 무사들 중 뽑힌 자들이야.”


“그래서?”


“그 자들이 지금 마을 관아에 모여서 요즘 작전과 훈련을 한다고,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근중은 천검이 자꾸 돌려 말하자 대뜸 버럭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니, 그러니까 그냥 한 번에 말하라고, 뭔데? 그래봤자 호랑이 잡는 거 아니냐고?”


“곧 수령의 명이 떨어질 거야. 명분은 착호지. 그래서 우리가 나설 거고, 그런데 속내는 너네들이라고 척결패, 너네들이 과거에 서반 아전들 몇몇과 편을 먹고 동반 아전과 크게 싸운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래서 당시 수령도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고 말이야. ”


“야! 그야, 당시 동반 아전들이 귀신에 씌었는지 농민들 고혈을 짜 먹고 동료인 서반 아전들까지 누명을 씌어서 죽여버려서 그런 거지. 너라면, 너라면 가만히 있겠냐?”


급기야 근중이 과거의 사건에 분노하며 열을 올리자 천검은 다시 분위기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알지. 알아, 그러니까 피하라고. 너나 나나 권력에 맞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이 지방에서 수령의 명은 임금의 명과 같아. 그걸 어기면 나는 무사할 것 같냐고? 그래서 이렇게 알려주러 온 거 아냐!”


천검의 설명을 모두 들은 근중은 뭔가 또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기분 나쁜 느낌이 아니었다. 근중은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에 머리로 천검의 얼굴을 찧어 박아 버린 건 정말 고의는 아니었지만 천검과는 항상 묘한 경쟁의식이 있어왔고 어린 시절에도 천검이 주로 먼저 시비를 걸어온 터라 이번에야 말로 혼쭐을 내줘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터였다.


“너, 이 새끼.. 그럼 일부러 나한테 맞은 거냐..?”


“내가 몰래 널 만나고 온걸 분명 누군가는 볼 텐데, 멀쩡히 돌아가면 나중에 내 목숨은 어찌 되겠냐.”


“후..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


“너나 나나, 범사파나 척결패 안에서나 힘이 있지, 밖에 나오면 다 소용없어. 일단 난 알려줬다. 난 내 일을 할 테니 넌 니가 잘 알아서 피해라.”


천검의 말에 근중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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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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