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도화선 - 차선의 위기 1

by Rooney Kim



“소백 오라버니, 아니, 이 오빠가 진짜 어디로 간 거야.. 오빠! 어디에 있어? 헉헉.”


차선은 소백과 함께 대벽산 자락을 넘어 그 뒤에 있는 세 봉우리까지 부적을 부칠 만함 곳을 찾던 중이었다. 이참에 대벽산과 계록산 일대는 물론, 근처의 작은 봉우리들의 잡령들까지 모두 잡아들일 생각이었다.


‘분명, 바로 내 눈앞에서 앞장서 가고 있었는데.. 잠깐 뒤를 돌아본 사이에 이렇게 빨리 사라진다고..?!’


“소백 오라버니! 야아아, 이소백!!”


차선은 목이 터져라 소백을 불러댔지만 돌아오는 건 작은 메아리와 이후 이어지는 풀벌레, 새소리뿐이었다.


‘잠깐, 풀벌레 소리가 이렇게 많이 들린다고?? 시퍼런 이 대낮에? 제아무리 산 길이지만?’


차선은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소백은 물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들리던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도 일순간에 그치며 사방은 고요로 가득 찼다.


‘바람.. 바람이 어디로 불지.’


차선은 육감적으로 지금 이 상황이 필시 일반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휘이이이이~’


그리고 그녀의 육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세찬 바람이 차선의 옷자락을 날렸고, 차선은 이를 놓칠세라 주변의 나뭇잎과 가지들이 흔들리는 방향을 확인했다.


‘젠장.. 나뭇잎들이 바람 반대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잖아.’


차선은 자신이 누군가가 쳐놓은 결계에 걸렸음을 인지하자마자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냅다 뛰기 시작했다. 항상 신무패와 함께 있었기에 혼자 결계에 걸려본 적이 없는 차선은 순간 전신이 해준 말을 떠올렸다.


‘누나, 만에 하나, 우리가 없을 때 혼자 결계에 걸리면 이걸 꼭 명심해.’


‘내가 아무리 막 나가지만 혼자 결계에 걸리고 싶진 않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 뭔데? ’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으로 뛰어.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누구도 믿지 말고 어떤 소리가 들려도 대답하지 마.'


‘타다닥, 타다다다닥.’


차선은 바람이 부는 방향의 반대 방향인 산 아래를 향해 미친 듯이 뛰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차선아, 차선아!!”


‘응..? 소백 오라버니?’


차선은 뛰어내려 가다 말고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뜀박질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돌아본 자리에 소백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스산한 바람만 점점 더 크게 휘몰아치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 소백 오라버니의 목소리였는데..’


그때 갑자기 전신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아무 소리도, 아무것도 보지 말고 따라가지도 말랬지..?!’


“차선아!”


차선이 다시 돌아서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하자마자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차선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돌아보지 않고 다시 아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분명 소백이 있을 것만 같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만난 소백은 소백이 아닐 것임이 자명했다.


‘스사삭, 스사사사삭’


굽이친 산 길을 따라 내려가던 차선은 자신 보다 조금 뒤편의 옆으로 무언가 쫓아오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이것이 필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분명, 결계 속에서 자신을 꾀어 잡아먹거나 저승으로 끌고 갈 요괴나 악령이 분명했다.


“차선아!!!”


‘으악, 안돼. 그만 불러, 그만 부르라구! 목소리가 너무 진짜 같아서 돌아볼 것 만 같잖아..!’


차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부르는 소백의 목소리는 물론, 자신을 쫓아오는 발소리에 오금이 저리고 머리털 하나하나의 쭈뼛거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스사사사사사삭, 스사사사사사삭.’


‘부우웅-‘


차선의 옆 뒤쪽으로 달려오는 무언가가 갑자기 속력을 높이더니 그녀의 앞쪽으로 풀쩍 뛰어 날아올랐다. 갑자기 뒤편에서 차선의 눈앞으로 날아오른 녀석에 깜짝 놀란 차선은 급하게 발걸음을 멈추다 바닥에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걸려 고꾸라지고 말았다.


‘우당탕- 툭탁. 투다다다.’


“으아악-“


차선은 앞으로 넘어지며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비탈길을 굴렀다. 무릎과 등이 나뭇가지와 바닥에 박혀 튀어나온 돌덩이에 찍힌 차선은 한참을 바닥에 엎드려 고통에 찬 신음을 뱉고 있었다.


“으아악.. 으.. 으으윽”


‘스르륵, 스르륵.’


‘스사삭, 스사사사삭.’


고통에 찬 차선의 앞으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에 수풀이 흔들렸고, 땅의 미세한 진동이 고스란히 차선에게 전달되었다.


‘뭐야.. 하나가, 하나가 아니었네..?’


—————


“차선아!!”


‘아니, 얘가 도대체 어디까지 내려간 거야. 불러도 대답도 않고, 산 길에서 그렇게 개인 행동하지 말라고 했건만. 또, 어딜 간 거야..?”


소백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해의 위치를 파악해 대략적인 시각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벌써, 미시(未時: 오후 1시~3시)가 지나가고 있잖아. 미시가 지나기 전에 내려가야 하는데..’


산 중의 낮 시간은 평지의 것보다 훨씬 짧았는데 이유인즉, 높은 산봉우리 때문에 해가 빨리 떨어졌고 그만큼 어둠이 빠른 속도로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사사삭, 사사사삭.’


‘응..?’


소백은 차선의 행방을 찾으며 헤매는 동안 자신의 뒤에서 무언가 자신을 쫓는 움직임을 감지했다. 이는 몹시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겨 필시 잡귀나 잡령 또는 이에 빙의된 야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휙-‘


거침없고 계산 없는 소백은 더 이상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기다리기보다는 당장 확인하고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뭐냐, 누구야, 모습을 드러내라!”


‘사삭, 사사삭.’


소백은 육감적으로 하나가 아님을 알아챘다. 소백은 영감을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손아귀 힘과 날랜 몸동작과 유연함을 바탕으로 수박(手搏)과 권법(拳法)을 익혀 맨손 무예에 매우 능했다. 소백은 자신의 주먹과 발이 요괴나 악령에게도 통하는 걸 보면 영감은 떨어져도 숨겨진 영력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푸아악’


순식간이었다. 소백이 전방과 양옆을 번갈아 돌아보며 긴장하는 사이 갑작스럽게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눈꽃이 필 무렵은 네이버 웹소설 베스트 리그와 문피아에서 동시 연재됩니다!

• 네이버 웹소설 베스트 리그: https://novel.naver.com/my/myNovelList?novelId=1020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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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snow-moun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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