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도화선 - 차선의 위기 2

by Rooney Kim


‘타악-‘


소백은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왼발을 축으로 오른발을 뒤로 돌리며 날아오는 것을 후려찼다.


‘퍼억-‘


‘옳지. 제대로 맞는 거보니 악령은 아닌가 보군. 그렇다면..’


‘푸아악- 푸아악- 푸아악-‘


소백의 뒤에서 날아오던 것은 그의 발에 맞자마자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더 기이한 일은 그것이 사라지자마자 이젠 사방에서 그것들이 똑같은 소리를 내며 소백에게 날아오는 것이었다.


‘팍, 팍, 퍼억’


소백은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가며 자신의 눈앞으로 날아드는 것들에 주먹을 날리고 발차기를 하며 막아냈다. 하지만 소백은 그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없었다.


‘퍽, 퍽.’


‘이, 이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어. 그런데 이것들은 뭐야.. 으윽’


‘휘리릭, 휘리리리릭’


소백이 주먹질과 발차기를 번갈아 하며 사방에서 날아오는 것들을 하나하나 막던 차에 갑자기 바닥에서 나뭇가지들이 소백을 향해 길어 뻗어 나더니 소백의 팔과 다리를 감아 모두 꽁꽁 묶어버리는 게 아닌가.


“으윽, 으으, 으아악!”


소백은 순식간에 꼼짝없이 사방의 나무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소백은 나뭇가지들에 의해 공중으로 들어 올렸고 이윽고, 전방에서 큰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잉- 휘이이이잉-‘


‘으으윽, 뜨거운 바람이잖아. 바람이 너무 세..!’


‘휘이이이이잉- 후우우우우욱-‘


산길 한가운데 사지가 묶인 채 허공에 떠 있는 소백은 산등성이를 타고 온 날아온 뜨거운 바람 때문에 온몸이 순식간에 땀으로 흠뻑 젖고 말았다.


‘뜨.. 뜨거워. 바람이 점점 뜨거워지잖아.. 이씨, 이거 뭐야? 으윽, 나뭇가지들은 또 얼마나 세게 감긴 거야..!’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온 몹시 뜨거운 바람 때문에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던 소백은 바람이 조금 잦아들었을 때를 틈타 살며시 눈을 떴다.


“어.. 허억..”


소백은 곧 자신의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보곤 깜짝 놀라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생김새, 몸집.. 온몸이 녹을 듯 뜨거운 바람.. 이.. 이건..’


소백의 눈앞에는 악령 축사패들 사이에서도 전설로 내려오는, 그리고 설사 마주치더라도 잡을 생각은커녕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아날 것으로 전해지는 절망의 전령, 강철이였다.


‘크르르, 쿠르르르르.’


강철이는 용과 흡사한 얼굴을 하고 십 척이 넘는 큰 몸집에는 마치 용의 것과 같은 누런 금색의 비늘을 가지고 있는 괴물로 뜨거운 바람, 불, 가뭄 그리고 폭우, 번개, 우박 등 자연재해를 부리는 요괴다. 특히, 자신이 용이 되지 못함에 대한 분노를 풀기 위해 종종 악령들을 부려 한 마을을 초토화시키기도 했기에 특히, 농민들에게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큰 일이다. 차선이, 차선이한테 알려야 해. 차선이라도 도망가야 해..!’


‘크르르, 카르르르르.’


“워.. 원하는 게 무엇이냐..”


강철이 천천히 소백 쪽으로 다가오자 소백은 용기를 쥐어짜 내어 큰 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강철은 그의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온천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소백에게 다가왔다.


‘으윽.. 뜨거워.. 너무 뜨거워.. 크으흑.’


“멈춰라.”


‘응?’


“너희를 모두 불태워 죽이기 전에 멈춰라.”


강철에게 사람의 말을 기대하지 않았던 소백은 강철의 말에 깜짝 놀라 강철을 바라보았다.


“무.. 무엇을? 뭘 말하는 거냐..?”


“대벽산과 계록산의 악령들은 모두 내 것이니 다시 한번 더 부적으로 산을 도배하면, 내 너희들을 모조리 화기로 다스릴 것이다. 명심해라.”


하지만 이런 협박에 순순히 수긍할 소백이 아니었다. 제 아무리 전설 속의 괴물을 눈앞에 마주쳤다고 하더라도, 소백에게 악령이나 괴물은 잡아들여 몸값을 받을 대상이지 피하고 숨을 존재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잡령과 귀신을 잡은 부적이 소백과 신무패 일원들의 유일한 밥줄인데, 먹고사는 문제가 달려 있다 보니 제아무리 강철의 경고라고 하더라도 소백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 닥쳐! 내가 너를 잡으면 잡았지.. 얼른, 이거나 풀어줘,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한판 붙자.”


강철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소백을 한 번 쳐다보았다. 소백은 사지가 묶여있었음에도 강철의 어이없는 제안에 본래의 광인 기질이 튀어나왔다. 소백에게 더 이상 후퇴나 번복은 없어 보였다.


“매번 말로 해달라기에, 이제 말로 하는 건데, 도통 인간들은 말로 해도 듣지를 않아. 내가 수백 년을 수련해서 조선의 말도 익혔건만.. 쯧쯧.”


소백은 다시 한번 양손목과 팔 힘을 이용해 나뭇가지를 꺾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 자신의 팔을 더 세게 묶을 뿐이었다.


“대문패를 알고 있는가.”


소백이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동안 강철이가 소백에게 물었다.


“모.. 모른다.”


“어허, 어찌 모를까. 조선에서 가장 큰 축귀패 중 하나였는데, 여기 충청도 일대에서 하루아침에 새카맣게 타 죽은 서른 구의 시체들을 모른단 말이냐.”


‘…어? 그 일은.. 그 난리는 알지.’


“그게 나다. 하도 내 일을 방해하고 나까지 잡아들이려 하길래 본보기를 보여주었지.”


“호.. 혹시, 정해 고을의 두박산 산등성이 한 자락에서 하루아침에 일어난.. 그 일 말이냐..?”


“응.”


소백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두 해 전, 신무패를 이끌고 경상도와 전라도 일대를 돌다 마침 충청도의 일을 맡으러 갈 참에 들었던 참극이었다.


“어쩔까? 기회를 줄까? 아님 여기서 바로 타 죽어 명을 달리하고 내 수하로 들어오겠느냐? 어차피 네 명도, 네 혼백도 지금은 내 손안에 있다.”


소백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이대로 죽을 수 도 없지만 그렇다고 신무패가 제 일을 안 할 수 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꾀를 써서라도 이 순간을 모면하는 게 중요하긴 했다.


“아니, 못해! 그래, 대문패가 그리 된 게 너 때문이라면 대문패의 복수도 내가 해주마..! 으아아, 으아아아아!!”


하지만 소백은 소백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평소 신념대로 대답을 한 후, 괴성을 지르며 온몸을 흔들어댔다. 그러자 강철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불현듯 고개를 들더니 입 안에서 엄청난 양의 불바람을 쏟아내듯 불어제꼈다.


‘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래, 차라리 죽자..! 축귀패가 악령과 맞서 싸우다 죽으면 그보다 더 명예로운 게 있을까..!’


‘크아아아아아아압-‘


곧 엄청나게 뜨거운 화기가 소백을 몸을 감쌌고 소백은 자신의 짧은 생이 아쉽지만 신무패를 지키다 간다는 일념으로 두 눈을 꼭 감고 온몸의 기운을 단전에 집중했다.




눈꽃이 필 무렵은 네이버 웹소설 베스트 리그와 문피아에서 동시 연재됩니다!

• 네이버 웹소설 베스트 리그: https://novel.naver.com/my/myNovelList?novelId=1020387
• 문피아: https://novel.munpia.com/245153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snow-moun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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