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도화선 - 포도부장 이정만

by Rooney Kim



“도희야, 언니야, 언니. 차선 언니. 자, 말해봐.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진짜.. 내가.. 나, 나도 있었어야 했는데..”


“야, 뭔데?! 빨리 말 좀..”


도희가 재빨리 대답을 않고 뭔가 겁에 질려 자꾸 다른 소리를 하자 소백이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 이 오빠가 또? 진짜 이러기야? 내가 애들한테 소리 지르지 말랬지?”


차선의 윽박에 소백은 다시 차분한 표정으로 도희를 바라보았다. 도희는 여전히 겁에 질린 얼굴이었지만 소백과 차선이 나타나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자, 천천히, 차분하게 네가 원할 때 설명해. 언니 여기 있어, 어디 안 가? 알겠지?”


따뜻하고 든든한 차선의 한 마디에 도희는 긴장이 풀렸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마음을 가다듬은 도희는 소백과 차선이 사라진 이후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오빠랑 언니랑 산에 부적 자리를 보러 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야..”


“응, 천천히 설명해도 돼.”


“갑자기 관아를 중심으로 무장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수십 명이 넘게 이동하는 게 보였어. 우리는 그게 뭔지 모르니까 뭔가 훈련을 하는가 보다 했지.”


“무장 갑옷..? 갑사를 말하는 건가?”


“모르겠어. 오라버니, 아무튼 처음 본 복장이었는데 나졸은 아니었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나랑 금정이, 전신이는 집으로 숨어들었지. 잘못 걸려서 잡혀가면 안 되니까..”


“응, 그건 잘했어.”


“그런데 우리가 아까 안방에 있는데, 우리 신발을 본 건지 갑사인가? 아무튼 무장 갑옷을 입은 병사 서너 명이 갑자기 바깥에서 우리를 부르는 거야.”


“뭐라고?”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썩 나오라고..”


“그래서?”


“일단 나랑 전신이 같이 나갔어. 그랬더니, 어른들은 없냐길래 없다고 하니까, 다짜고짜, 우리가 왜 여기서 머무는지 물었고, 이 빈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냐는 거야. 그래서 모른다고 하니까. 갑자기 수상쩍다는 얼굴을 하더니 우리에게 하나씩 질문을 하더라구..”


“어떤 질문?”


“너희 혹시 이 집이나 주변에서 뭐 본 것 없냐길래. 난 본 게 없으니 없다고 했는데.. 하아, 전신이라 금정이가 너무 솔직하게 얘기했어..”


소백은 점점 아리송해져 갔다. 지방 고을에 갑자기 나타난 갑사도 수상했지만 갑사들이 굳이 이런 빈집까지 찾아와 수색을 한다는 건, 필시 무슨 특별한 연유가 있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도희야, 자, 울지 말고, 차분하게 말해봐. 언니랑 오빠가 다 해결할 수 있어. 알잖아? 우린 신무패야. 무서울 게 없다구..!”


“전.. 전신이가 이 근방 산에 악령과 떠돌이 영가가 너무 많아서 지금 잡아들일 계획이라며 부적을 살짝 보여줬구. 금정이가.. 그..”


“금정이가 왜? 아직, 애긴데..?”


“꿈 얘기를 했어. 그.. 엄청나게 큰 눈을 가진 거대 요괴 꿈 말이야..”


“그 얘기를 굳이 했어? 아니, 왜..?”


“오빠, 무서운 갑사들이 물어보니까 솔직하게 말한 거겠지. 나중에 애들 만나도 뭐라고 하지 마..! 암튼, 도희야, 그래서?”


“그리고 전신이랑 금정이를 잡아갔어..”


“응?”


“뭐!!??”


“아니, 막 붙들어간 건 아닌데. 그냥 둘을 데리고 갔어. 내가 계속 말리면서 애들을 잡아끄니까 나까지 잡으려길래, 전신이 ‘누나, 도망가!’ 해서.. 나도 모르게 일단 달렸어. 적어도, 이 일을 언니랑 오빠한테는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오빠랑 언니도 너무 늦게 오구. 너무, 너무 무서웠어. 우린 항상 다섯이 함께였는데, 혼자 남으니까 너무 무섭고 전신이랑 금정이가 너무 걱정돼서.. 방금 전에도 관아에 가서 동태를 살피면서 얘들이 어디로 갔는지 살피고 왔어..”


이야기를 다 들은 소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자.”


“뭐? 어딜?”


“어디긴, 관아지.”


“또, 또 이런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관아에 가서 ‘나도 잡아가슈~’ 이럴 거야?”


“야, 나야 나, 소백. 맨손으로 악령과 요괴도 때려잡아. 제아무리 갑사라 해도 다섯 정도는 때려눕힐 수 있어.”


“어, 맞아. 그렇다 쳐. 그런데 거긴 관아야. 나졸만 해도 열은 넘게 있을 테고, 갑사가 있는 것 보니 포졸도 여럿 데리고 왔을 테고. 또, 아까, 도희 얘기 못 들었어? 갑사들이 지금 수십 명이 몰려있다고 하잖아. 거길 어떻게 뚫어?”


“내 주먹과 발차기로 다 해치운다니까.”


“오빠, 오라버니, 일단 앉아봐. 작전을 짜보자. 전략적으로 애들을 구출해야지. 그러니까 앉아.”


“에잇.. 그래 네 말이 맞다.”


소백은 곧 자리에 앉았고 셋은 관아와 옥의 위치와 크기 그리고 병력의 정도에 따라 언제, 어떻게 옥에 갇힌 둘을 구할 것인가에 대해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


“이 자들이옵니다.”


포졸의 안내에 따라 취조방으로 엄청난 덩치의 사내가 들어왔다. 짙은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은 누가 봐도 억센 힘과 매서운 성격을 가진 장수로 보였다.


“얘네들이라고?”


“포도부장(捕盜副將)님, 이래 봬도, 축귀를 할 때 부적을 쓰고, 예지몽도 꾸는 자들이옵니다.”


“크하하하하.”


포졸의 설명에 이정만은 큰 소리를 내며 아주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 내 아무리 수많은 일을 겪었다지만 뭐, 귀신이 어쩌고, 풍수가 어쩌고 이건 나랑은 좀 안 맞아. 우린 그저 우리 일을 방해하는 것들만 처리하면 된다고. 나머진 뭐, 포도대장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곧 포졸과 나졸들은 방을 나갔고 갑사 한 명과 포도부장이 의자에 앉아 전신과 금정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난 너희들이 무슨 일을 하고 귀신을 보고, 잡아들이고, 다 관심 없다. 난, 너희들이 부모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에도 관심이 없어. 그저, 너희들이 이 시기에 왜 하필 그 집에 숨어 들어가서 살고 있었는지가 궁금할 뿐이야.”


포도부장의 말에 전신은 그를 쳐다보며 무슨 대답을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솔직하게 말할까? 어차피.. 그게 진짜 이유잖아..?’


“응? 그러니까 어서 대답해 보거라. 너희가 빨리 대답해야 나도 빨리 퇴청을 할 게 아니냐. 그리고 대답하면 바로 집으로 보내주겠다. 별 문제가 없다면 말이다.”


“정말이옵니까..”


“쉿, 금정아, 가만히 있어. 오빠가 말할 테니.”


두려움에 떨던 금정이 집으로 보내준다는 말에 전신이 보다 먼저 입을 열자, 전신이 이를 제지했다.


“허허, 요것들 보게. 누구든 좋으니 얘기해 봐라.”


“보.. 보시다시피. 우린 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잠시 그곳에 머무는 중이었습니다.”


전신이 입을 열자 포도부장이 감고 있던 눈을 부릅뜨며 전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왜 하필 그 집이냐..?”


하지만 전신은 진실을 얘기할 순 없었다. 그 집은 악령들의 소행으로 미(未)월 (6월)쯤 있었던 서반아전 살육극 당시, 살육극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던 이방이 살던 집으로 악령들을 사냥하던 신무패에게는 악령과의 연관 관계를 찾는데 가장 좋은 장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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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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