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전설의 이무량 2

by Rooney Kim


‘쿵, 쿠웅, 쿵’


그때 또 마을의 중앙쯤에서 겸세의 잠을 깨운 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이 소리. 응? 저놈이 그런 거야?’


겸세는 위치를 확인하자마자 잠깐 눈을 감더니 곧 다시 눈을 떴다.


대벽 마을에는 조선팔도에서 강하다는 자들이 모여있었지만 감히 이무량을 막을 자는 없었다.


“다 죽여주마! 크아아-“


이무량은 포도부장이 부엌에 숨어있는 걸 확인하고는 마치 벌레라도 잡듯 거대한 손으로 부엌을 내리치려 팔을 휘둘렀다.


“잠깐.”


‘파아악’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긴 소백 일행과 포도부장 그리고 천검은 이무량의 손이 마치 무언가에 걸린 것처럼 허공에 멈춘 채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끄으으. 끄아아. 뭐냐, 누구야!”


외눈박이 거인귀 이무량이 허공에서 소리를 빼액하고 지르니 마치 천지가 진동하는 듯 사방에 울려 퍼졌다.


“거참, 시끄럽네. 이 녀석은 손이 아니라 입도 막아야겠네.”


‘뭐지..? 누구야.’


‘누구길래 감히 이무량의 손을 막아..?’


천하를 호령하며 당장이라도 대벽마을을 집어삼킬 것 같던 이무량이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에 의해 꼼짝도 못 하고 팔을 못쓰는 모습을 보이자, 소백 일행은 물론, 부엌 바깥으로 나온 포도부장 일행들까지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뭐야, 그냥 덩치가 좀 큰 사내인데..?’


거적때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허름하게 낡은 도포 자락을 걸친 육 척이 조금 넘는 몸집을 한 사내는 말 한마디로 이무량을 묶어버렸다.


“아하, 저 양반들이야? 널 화나게 한 게?”


“끄으으, 끄으으윽, 넌 도대체 누구냐. 갑자기.. 끄으으.”


“그건 알 거 없고.”


“에잇, 이거나 받아라, 끄아아!”


‘휘익, 퍼어억..!’


거적때기 도포의 사내가 뒤를 돌아 포도부장 일행을 보며 방심한 사이 이무량이 왼손으로 겸세를 내리쳤는데 마침 이 공격이 먹혀 집채만 한 이무량의 주먹에 맞은 겸세는 몇 리 밖으로 날아가기라도 했는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하. 으히히히히. 별것도 아닌 게 어디서 감히 이 이무량님을.”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무량의 공격에 날아가버렸다고 생각한 겸세는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서는 한 손으로 이무량을 번쩍하고 가볍게 들어 올리는 게 아닌가.


“거인귀 따위가 어디서 여귀, 역귀, 마귀, 악귀들을 한 움큼 몰고 와서 이 난을 만든 게야?”


“놔.. 놔라! 난 이무량이다. 네놈이 감히 함부로..”


‘휙-‘


하지만 겸세가 녀석을 마치 깃털을 던지듯 날려버리자 이무량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대벽 마을을 지나 저 멀리 있는 산을 몇 개나 넘어갈 정도로 멀리 날아가버렸다.


‘탁탁.’


가볍게 일을 끝낸 겸세는 두 손을 털며 다시 신무패와 포도부장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저 무시무시한 이무량을 단박에 해치운 겸세 앞에서 일동은 모두 또 다른 두려움으로 얼어붙어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이제 다 끝났으니 다들 집으로 돌아가쇼. 여기 마을의 불도 모두 곧 꺼질 테니.”


“자.. 잠깐만.. 보시오.”


자기 할 말만 하고 돌아가려던 겸세는 포도부장의 부름에 돌아가려다 말고 돌아보았다.


“대.. 댁은 뉘시오. 보아하니 힘과 축귀력이 너무나 엄청난데.. 도대체 뭐 하는 분이시오..?”


천하의 포도부장마저 긴장하며 물어볼 정도로 엄청난 괴력을 보여준 겸세는 포도부장의 질문에 씨익하고 웃어 보였다.


“왜요? 알려주면 돈이라도 주시게? 근데 인간들의 돈, 뭐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고, 고마워서 그러오. 우리 모두의 목숨을 구해줬으니 말이오..”


“마.. 맞습니다. 천하제일의 대악귀 이, 이무량을 해치웠는데.. 저희도 궁금합니다.”


전신이 마저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소리 내어 물어보았고 다들 겸세에 대한 경외의 표정과 함께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풉-‘


하지만 겸세는 그 말을 듣자마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포도부장과 천검, 진둘 그리고 신무패 일행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이 그러던가요? 자신이 이무량이라고?”


“네? 아, 네..”


“이무량은 이제 이 세상에 없을 텐데요. 언제 적 이야기를 하고 있나.. 참. 혹시라도 앞으로 자기가 이무량이라고 하는 자가 있으면 믿지 마세요. 이무량은 이승에 없습니다.”


“그.. 그걸 어떻게 알죠. 이무량이 오래전에 봉인되어 저승으로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아무도 그 이후를 모르니.. 그나저나 도대체 서, 선생은 뉘신대 그런 얘기를 하시는지..”


전신이 계속해서 용기를 내며 묻자 겸세는 그제야 그들에게 다가와서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최겸세라고 합니다. 성주산에서 산성을 쌓는 일꾼이지요.”


그러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특히, 천검과 포도부장이 놀랐다.


“아니 왜요? 네, 맞습니다. 저 백정입니다. 하하하. 거 봐요. 다들 모르는 게 낫다고 하지 않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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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눈을 감거라!"


선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행장이는 선준이 뭘 할지 알고 있었다. 행장이와 자령은 눈을 질끈 감았고 선준은 두억시니를 향해 달려갔다.


"일령, 광!"


'끼아아아아아-'


순간 일령을 중심으로 번쩍이는 섬광이 사방팔방 퍼지며 다른 골목에서 어슬렁거리던 여귀와 악귀들은 모두 불에 타올라 재가되어 사라졌다.


"일령, 기!"


이 정도로 끝날 두억시니가 아니란 건 선준도 잘 알고 있었다.


'휙. 휙휘휙.'


선준이 두억시니를 향해 수차례 일령을 휘둘렀다. 하지만 두억시니가 괜히 지역 도깨비들의 두목이 아닌 게, 어찌나 빠르고 날랜지 선준의 공격을 모두 피해버렸다.


'하필 이 녀석을 여기서 만나다니.'


선준은 과거, 행장이를 만나기 전 다른 마을에서 축귀를 하던 중 두억시니를 상대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선준의 축사 경험이 일천하여 곤욕을 치른 것도 있지만 두억시니는 선준이 만났던 악귀 중 가장 강력한 악귀였다.


수하에 도깨비들도 여럿 거느리며 대장질을 하던 녀석이었는데 보통 일령의 화려한 공격에 달아나기 일쑤인 평범한 악귀들과 달리 두억시니 놈은 그 공격을 모두 받아내고도 선준을 곤경에 빠뜨린 녀석이었다.


선준은 평소에 주로 쓰던 검술이 아닌 다른 공격이 필요했다. 어차피 두억시니는 지금 선준의 능력을 깔보고 있기에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어야 했다.


"에잇!"


보통 위에서 내려치던 공격을 하던 선준은 이전에는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엇..'


공격의 변주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두억시니는 처음으로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고 선준은 이를 놓치지 않고 왼발을 축으로 오른편으로 회전하며 오른발에 무게를 실어 뒤돌려차기로 두억시니의 가슴을 강타했다.


"어억."


몸의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있던 두억시니는 생각지 못한 선준의 타격에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지금이야..!'


"일령, 활!"


순식간에 수십 개의 화살이 두억시니를 향해 장전되었다. 아까 마을 쪽으로 내려올 때 수십의 여귀 떼를 한방에 날려버렸던 일령의 활이었다.


'슈슈숙. 슈와아아아.'


마치 일순간에 장대비가 쏟아지듯 호쾌한 소리가 사방에 퍼졌고 활은 모두 두억시니에게 쏟아지며 그를 한참이나 뒤로 날려버렸다.


"으으윽."


'쿠웅.'


‘헉헉. 더 해야 하나..?’


선준도 힘이 들었다. 가뜩이나 이미 몇 차례 일령의 주문을 썼던지라 점점 체력이 달리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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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snow-moun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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