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코드를 받아들인다는 것의 의미 2

B2B마케터가 바라본 비개발자들의 고민과 한계 그리고 기대

by Rooney Kim


꿈, 언제나 중요한 단 하나의 것


오늘도 직장인은 꿈을 꾼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할 수 있는 꿈,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성공하는 꿈,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커리어 하이를 찍는 꿈,

그리고..

어쩌면 업무의 세상에서 해방되는 꿈.


나만의 일, 나의 꿈을 비즈니스로 치환하여 인생이라는 길지만 짧은 모험의 여정에서 방향성의 키를 쥘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숨통이 트이지는 않을까.


하는 허튼, 하지만 결코 헛되지 않은 달콤 쌉싸름한 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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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쩌면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장밋빛 미래다. 하지만 백일몽을 백일몽으로만 내버려 둔다면 그저 지난밤에 꾼, 유통기한이 지나 잊힌 하룻밤의 몽상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 그렇다면 뭘로? 어떻게? 당신의 상상을 만들고 사업화하여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의 비즈니스를 끌고 갈 수 있을까.


개발은 원래 어려운 거니까


십수 년 전,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기 전까지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창업은 ‘치킨집 사장’ 또는 ‘편의점 개업’으로 통용되는 자영업으로 통했다. 물론, 이 두 점포 사업은 여전히 창업 시장의 중요한 요소이고 시장의 핵심 먹거리다.


자영업이 스타트업 창업보다 못하다는 말이 아니다.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이 생긴 뒤부터 사람들, 즉,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창업’에 대한 개념과 방향성이 많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IT업계 위주의, 오직 아이디어만으로 시드 머니를 투자받고 비즈니스를 꾸려나가는 젊은 IT 기업, 이것이 바로 스타트업의 시초 모델이었다.


이후 스타트업을 지칭할 수 있는 업계의 범위는 넓어져 이제는 핀테크, 의료, 식품, 음식, 생활 케어, 협업, 펫 케어, 로봇, AI 등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기업이 없는 산업 분야는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아이디어를 바로 서비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개발자들의 창업이 러시처럼 이어졌다. 개발자를 주축으로 사업, 기획 전문가가 모이거나, 비개발자가 창업을 하려면 몸값이 비싼 개발자를 모셔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줄줄이 이어져 수십 년의 세월을 지나왔다.


스타트업이라는 판이 이렇게 성장하는 동안 수많은 개발자 출신 창업자를 통해 수백만 가지의 서비스가 탄생하고 날아가거나 사그라들었다. 결국, 문돌이(문과)는 이 판에서 남의 서비스가 창대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에 만족하거나 전통적인 창업군인 피자, 치킨, 김밥의 나라에서 자신의 비즈니스 역량을 펼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문돌이의 도전


벌써 7년 전이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직장에서 튕겨져 나온 나는 감히 문돌이 주제에 스타트업을 꿈꾸며 야심 차게 회사를 나왔다. 앱과 하드웨어를 동시에 사용하며 사용자로 하여금 우울증,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 역할을 하는 ‘레드 버튼’이라는 서비스를 설명한 달랑 PPT 하나로 유명한 VC도 만났다. 물론, 투자는 광탈이고 서비스 역할의 정의와 유저 모집의 불확실성 등에 대한 따끔한 조언을 받고 서비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업에 대한 열정이 이제 막 불타오르던 나는 전 세계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특정 지역을 보여주고 그 대가를 받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 정의 및 프라이스 리스트까지 똑같은 서비스가 미국에서 개발되어 정식 론칭을 해버린 걸 알게 되었다. 황당한 마음에 해당 서비스도 사용해 보고 본사에 전화해 담당자와 통화도 해봤다. 결국, 두 번째 서비스 또한 기획만 끄적이다가 사장되었다. 서비스 기획만 하다간 이도저도 안 되겠다 싶었고 개발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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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로 인프런 수업을 통해 맥북의 앱개발 언어인 엑스코드 독학을 시작했다. 한 달 동안 개발을 공부하며 십여 가지의 샘플 코딩으로 앱을 만들었다. 샘플 코딩은 당연히 그대로 보고 복사 붙여 넣기로 만든 거라 잘 작동했지만, 나만의 서비스를 위한 기능을 만드려고 하니 다시 눈앞이 캄캄해지고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문돌이의 한계를 직면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다시 개발은 접어두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앱스토어의 스티커 마켓, 카카오톡, 라인용 스티커를 개발해 올렸다. 결과적으로 앱스토어와 라인에서 승인되어 마켓에 정식으로 등록되었고 실제로 스티커가 팔렸는데, 그때 대사건이 발생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무려, 앱스토어 스티커 마켓에서 일간 순위 1위, 이후 몇 주간 상위권에 랭크된 것이다!


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애플에서 일간 1위를 기록했고 나의 스티커 밑으로 디즈니의 캐릭터들이 줄을 지었으니 그런 착각을 할만도 했다.


몇 시간이 지나도 1위를 유지하길래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알렸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직장 밖을 나온 지 반년 만에 드디어 빛을 보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또 나의 착각이었다.


물론, 애플 스티커 마켓에서 일간 1위를 한 건 팩트였지만, 문제는 구매량이었다. 당시, 애플의 스티커 마켓은 이제 막 론칭한 따끈따끈한 서비스였는데, 다들, 카톡, 라인, 왓츠앱 등을 사용하느라 문자 메시지용 스티커 마켓의 스티커는 거의 아무도 구매를 안 하던 시기였고, 나의 서비스 역시 주변 사람들을 포함해 극소수의 사람들의 구매로 겨우 이삼십 개 남짓 판매가 되었음에도 일간 1위를 하고 몇 주간이나 상위권에 랭크되었던 것이다.


허탈했다. 일장춘몽이 현실이 되어 공중으로 날아가는가 싶었는데 꿈의 알을 깨고 나온 아프락사스가 그저 하룻밤의 치킨으로 변해버렸으니 그저 착잡했고 부끄러웠다.


이후에 눈을 조금 돌렸다.


스타트업을 하며 코워킹 스페이스를 자주 찾다 보니 스타트업들을 위한 공간 플랫폼, 스타트업을 위한 사업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공동대표를 만났고, 만난 지 4개월 만에 엔젤투자를 받아 IT와는 전혀 관계없는 공간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기에는 자금력이 너무 부족해 결국 테이블 웍스라는 스터디/워킹 카페 및 대관 1호점을 투자자의 전주 건물에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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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여곡절 끝에 투자자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고 다시 직장인이 되었지만, 당시, 블로그, 키워드 마케팅이 주효하면서, 전북, 전주의 150여 개 공공기관 홍보가 입소문을 탔고, 후에는 현대차, 숭실대 등 대기업과 대학교에서 알아서 찾아오면서 작게나마 매월 매출이 성장했다. 이후 스터디 카페 시장도 급성장하면서, 내가 빠진 이후에도 테이블 웍스 1호점은 여전히 운영 중이다.


노코드 개발, 그것도 쉽지 않던데


테이블 웍스를 운영하던 당시 영업, 마케팅, 대외협력, 광고, 구매, 재무 등을 모두 담당하던 나는 웹사이트 역시, 아임웹으로 직접 만들었다. 해당 사이트는 더 이상 관리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당시에는 그게 노코드인지도 몰랐고, 대한민국에서 노코드라는 키워드는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당시 내가 만들었던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는 이제 소위, 노코드 웹빌더라고 불린다. 세상에는 버블, 웹플로우, 플러터 플로우, 아달로 등등 글로벌 노코드 웹빌더도 많고, 싱크트리, 쟈노처럼 백엔드도 노코드로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스타트업을 한답시고 우당탕탕 사업을 시작했던 시점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산업, 기업, 일하는 방식, 개발하는 방식 등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해버렸다.


물론, 제아무리 노코드라고 해도 개발은 쉽지 않다. 비개발자 입장에서 버블의 숱하게 많은 커스텀 기능들과 싱크트리의 블록 코딩을 한 번에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개발에 대한 개념이 필요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코드도 어려우니 그냥 코딩을 배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확히 지금부터 최소 6개월의 공부(서버, DB, 개발언어)가 필요하고 적어도 3개월 이상의 프로젝트 개발 경력(체험)이 있어야 입사 지원을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비개발자가 버블로 프론트를 만들고, 회원 가입과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싱크트리로 백엔드(장기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를 구축한다고 가정해 보면 이 비개발자에게 필요한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2~3주면 충분하다. 아니, 어느 정도 기초적인 개발 개념이 있다면 독학으로 며칠만 파고들면 어설픈 서비스라도 하나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 아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핑계를 대려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하려는 이유를 찾으면 기회는 도처에 널려있다.


코딩이든 노코딩이든 중요한 건 시작하는 용기와 지쳐도 해내고 마는 끈기다. 그래도 9개월을 투자해 후에 입사의 기회를 엿보는 것보단 며칠에서 2~3주를 몰입해 보고 나의 적성에 대해 판단 후, 사이드 프로젝트나 창업을 고민하는 게 더 낫지 않나.


나 역시, 노코드 회사의 마케터로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서비스도 기획하고 조금씩 노코드 개발도 해보고 있다. 그 사이에 우리 회사의 디자이너는 웹플로우(디자이너들의 원픽툴)로 회사의 공식 웹사이트를 새로 만들어버렸고, 마케팅팀이 실시한 싱커톤이라는 노코드 개발 대회에서는 두 시즌 연속으로 백엔드 개발이 처음인 취준생들이 우승을 했으며, 특히, 이번 시즌에는 우승자를 포함한 수상자 세명 모두 여성 비개발자였다.(그중 2명이 버블로 프론트엔드 개발)


그럼에도 댈 핑계는 많다.

쉽다 쉽다 해도 여전히 어렵다, 시간이 없다, 이게 과연 될까.. 등등.


물론, 그 사이 그 성공의 과실은 또 다른 사람의 몫이 될 뿐이다.




[이미지 출처]

테이블웍스 이미지

https://unsplash.com/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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