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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필 무렵
66화 해치 사냥 3
by
Rooney Kim
Sep 15. 2023
"전신아.. 부적.. 부적을 꺼내.."
소백은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듯이 말했다.
'스으윽.'
전신은 조심스럽게 부적을 꺼냈다. 하지만 이렇게 귀여우면서도 두렵기도 한 영물을 가두는 게 맞을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아니 아니, 다 꺼내. 하나로 안돼. 몇 개나 있어?"
'스으으으윽.'
그러자 전신은 주머니에 있던 부적을 모조리 꺼냈다.
"열개가 다 예요."
"하나만 남겨두고 다 꺼내."
해치는 소백과 전신이 자신의 앞에서 소곤거리자 뭐가 궁금했는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지금이야..!"
소백이 소리치자 전신은 허공에 부적 아홉 개를 띄어 팔문진경을 외기 시작했다.
"불설 팔문진경 발원이요. 북방은.."
'후우우우우우우욱-'
"으아아.."
해치는 귀신을 가두는 전신의 팔문진경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허공에 뜬 부적들을 바라보며 입을 벌리더니 한 입에 흡입해 몽땅 먹어치워 버렸다.
"으으.. 아아아.."
전신은 온몸에 소름이 쫙하고 끼쳤다. 부적을 불태우거나 달아나는 악귀나 요괴들은 봤어도 이를 꿀꺽하고 삼키는 녀석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홉 장이나 말이다.
"갸르르르르. 귤바."
해치는 왜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어쩌면 사람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 도 있지만 왠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해치야. 어디 있니? 해치야."
별안간 허공에서, 정확히는 소백과 전신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나이 든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 이건 또 뭐죠..?"
"어! 대무당 할멈이다. 살았어! 전신아 대무당 할멈이 우리를 구해주려나 봐."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 혹시 전에 형이 차선 누이랑 결계에 걸렸을 때 구해줬다던 그 대무당님이요?"
"그래!"
"아구랴 구랴."
해치는 허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쩐 일인지 지난번처럼 곧바로 달려가지 않았다.
'휘리릭.'
이윽고 허공에서 기다란 동아줄이 내려왔다.
"전신아, 저 동아줄을 잡아. 저걸 잡아야 돼. 일단은 달아나서 다시 계획을 세우자."
전신은 소백의 말대로 동아줄을 잡았다. 어차피 부적도 하나밖에 없는 데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우선 도망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쑤우욱-'
'쑤우욱-'
둘은 곧 동아줄에 이끌려 허공으로 이끌려 올라갔다.
'철푸덕.'
"아앗."
"어이쿠."
소백과 전신은 곧 우물을 빠져나와 대무당 할멈의 집 마당에 널브러졌다.
"아, 이제야 좀 살겠네. 해치는.. 그래 아닌 거 같아.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급도 아니고 게다가 저렇게 선하게 웃는데 차마 잡을 수가 없어."
"저도 해치는 안 되겠어요. 뭔가 기운을 다 뺏긴 느낌이에요. 분명히 선한 영물인 것 같은데 나쁜 마음을 먹고 하려니.. 힘들어요."
"그나저나. 분명히 할멈이 불러서 이끌려온 건데 왜 아무도 없냐?"
선준은 마당과 안방 등을 기웃거렸다. 어차피 해치는 어찌할 수 없으니 대무당 할멈에게 인사라도 하고 갈 참이었다.
"갸르르르르. 바르뱌. 바르뱌. 아구르르랴 귤바 귤바."
"으아앗. 깜짝이야..!"
소백은 집을 둘러보던 중 뒷마당에 있는 해치를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형, 왜 그래요?"
마당에서 옷을 말리던 있던 전신이가 소백의 소리에 후다닥 달려왔다.
"쉿. 저기, 해치가 와 있어. 그런데 부엌 뒷문을 향해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부엌에 뭐가 있나 봐."
"어, 형, 되게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요. 어디서 고깃국이라도 끓이나 봐요."
"어라, 그러네. 혹시 부엌에 할멈이 있는 건가?"
둘은 가뜩이나 기운도 빠지고 허기도 지던 차라 그 냄새는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정신 차려야 해요."
"일단, 해치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하지만 해치는 부엌으로 바라보며 알아듣기 힘든 소리만 낼뿐 부엌에 들어가지 않았다.
"해치야, 해치야!"
부엌 안에서는 할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해치는 군침을 삼키면서도 부엌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무언가 경계하는 듯한 모습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냄새가 정말 기가 막힌데요.."
"그러게 말이다. 가뜩이나 허기져서 죽겠구먼. 해치만 아니면 당장 들어가서 먹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검붉은 들짐승처럼 생긴 덩치 큰 녀석이 해치 옆으로 후다닥 달려왔다.
"형, 저, 저건.."
"응. 맞아. 불가살이도 여기에 같이 있어. 둘이 함께 있으면 천하무적이야. 우린 그냥 조용히 내려가자.."
그런데 둘의 행동이 조금 특이했다. 불가살이가 해치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낑낑거리자 해치가 당장 고개를 돌리더니 둘은 순식간에 집을 돌아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어..?"
"전신아, 쟤들 갔어."
둘이 사라지고 사방이 다시 고요로 가득하자 드디어 긴장이 풀렸는지 둘 다 땅바닥에 털썩하고 앉았다.
부엌에서는 여전히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왔고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을 꼴깍하고 삼켰다.
"구경이라도 할까요?"
"할멈이 해치를 그리 불렀는데 안 들어간 이유는 저 음식들은 사람이 먹을 거라서 그런 게 아닐까?"
전신은 동의한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부엌의 뒷문을 향했다.
'끼이이-'
'우와앗..!'
부엌 뒷문을 살짝 열어 살핀 소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진수성찬이야. 소, 돼지는 물론 전과 각종 나물에 찌개까지..!”
"형, 그런데 정말 먹어도 될까요?"
"음.. 어쩌면 할멈이 제사라도 지내려고 만든 걸 지도 모르지만.. 아주 조금만 먹는 건 괜찮지 않을까?"
"꿀꺽."
둘은 또 약속이나 한 듯 소리가 날 정도로 군침을 삼켰다.
'끼이이이익-'
소백은 부엌으로 들어가기 위해 뒷문을 활짝 열었다. 다행히 부엌에는 이무도 없었고 밥상에는 이제 막 구운 고기에 김이 솔솔 올라오는 중이었으며 가마솥에는 찌개가 펄펄 끓고 있었다.
"이야아, 전신아 이게 얼마만이냐. 아니다. 이런 수라상은 본 적도 없네. 히히."
"몇 개만.. 몇 개는 괜찮겠죠? 이게 만약 제사상이라면 신들께 양해를 구하면..?"
"그래. 먹자. 으히히."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한두 개만 집어먹던 소백과 전신은 그 맛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미쳤어. 미친 맛이야. 이건 뭐랄까."
"극락의 맛. 그게 아닐까요?"
"맞아. 정답이야."
그렇기 허겁지겁 상 위의 음식을 절반 가까이나 먹어치운 둘은 어느새 슬슬 배가 불러왔다.
"얌냠 쩝쩝."
"어..?"
"쩝쩝. 야, 왜 그러냐?"
소백은 전신의 표정을 읽고는 먹고 있던 전을 접시에 내려놓았다. 전신은 부엌의 모서리마다 그리고 서까래에 붙은 부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 역행 부적이에요. 당장 나가요!"
소백과 전신을 먹던 것도 죄다 집어던지고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역행 부적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부적으로 보통 사신들이 함께 대동하며 산 자든 죽은 자든 끌고 갈 때 쓰는 부적이었다.
“와.. 씨.. 헉헉.. 봤냐..?"
“네.. 사신들 말이죠?"
"응. 먹던 게 다 튀어나올.. 우욱."
소백이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속이 메스꺼운 듯 손으로 입을 막았다.
"킁킁. 이게 무슨 냄새야..?"
"으아아.. 형, 형 얼굴에.. 소, 손에.."
"야.. 전신아, 너 뭐야? 입가에 왜..?
"으아아아아아아아!!!"
소백과 전신은 상대방의 얼굴과 손에 묻은 것을 보자마자 당장 우물가로 달려갔다.
얼른 물을 길어올려 얼굴과 손을 씻기 시작했다.
"우웨에에엑."
"꾸에에에엑."
둘은 방금 전까지 먹은 걸 다 토해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우물가에서 손을 씻고 입을 헹궜다.
"끄으으.. 형, 우리가 먹었던 게 정말 다 또.. 똥이었어요?"
"끄으. 말도 마라. 역행 부적에 사신들이면 말 다했지."
둘은 인상을 쓴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렇게 맛있게 손가락까지 빨며 먹던 게 다 인분, 즉, 똥이었다니 기가 막힐 만도 했다.
"누가 그런 걸까요..? 우리를 데려가려 했던 건 아닌 것 같고.."
"해치에게 덫을 놓은 건가? 그런데 분명히 할멈 목소리가 들렸는데."
둘은 그제야 겨우 숨을 돌리며 정신을 차렸다.
"네 이놈들!!!"
순간 할멈의 집 입구에서 천둥처럼 큰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아앗, 깜짝이야."
소백과 전신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를 바라보았다.
'콩. 콩.'
"아얏."
"아야앗."
곧 할멈이 성큼성큼 다가와 소백과 전신에게 꿀밤을 한방씩
먹였다.
"예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왔냐? 너 이 자식은 또 왔네? 그러고 보니 결계가 두세 개나 되는데. 다 뚫고 온 거야?"
소백과 전신은 꿀밤을 맞은 머리를 어루만지며 서로 바라보았다.
"실은.."
소백은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한 자초지종을 상세히 설명했다.
"뭐? 해치를 잡아오라고 시킨 자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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