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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필 무렵
67화 괴인 산비초 3
by
Rooney Kim
Sep 18. 2023
"네.. 그런데 저희도 진짜 잡을 계획이었다기보단.. 사실 털끝 하나 못 건드렸죠. 계속 찝찝한 마음이 들어 포기하려고도 했구요."
"너는? 보아하니. 부적을 좀 쓰는구나. 그런데 해치는 부적으로 어찌 못해. 걔가 부적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전신은 말로만 듣던 대무당을 눈앞에서 보자 긴장되고 몸이 떨려와서 제대로 답을 하지도 못했다.
"말해봐. 너네들에게 귀신을 잡아오라고 시키는 자가 누구여?"
소백은 잠시 할멈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자신도 중간책만 알 뿐 머리가 누구인지는 몰랐다.
"저희가 주로 저잣거리에서 거래하는 자가 있거든요.."
"대가리는 모른다는 거여?"
"네.."
“하아 참나.. 그래 그래, 귀신을 잡아먹고사는데 돈이 되면 뭐라도 해야지."
"그자는 항상 삿갓을 쓰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은 없습니다.."
'투다닥'
'응?'
할멈은 부엌에서 난 수상한 소리에 당장 달려갔다.
"뭐야, 이것들은?"
부엌은 아까 소백과 전신이 먹다 남은 온갖 똥물과 오물로 가득했다. 하지만 할멈에겐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겨우겨우 사십 년간 버텼는데 결국 뚫렸구만.'
"너희들, 여기로 좀 와봐라."
소백과 전신은 할멈이 부르는 소리에 득달같이 달려왔다.
"네, 아 여긴 아까 우리가.."
"저희가 귀신들에 홀려서 또.. 똥을.."
"아니, 그거 말고. 야, 꼬마, 넌 부적을 잘 다루잖아? 저기 서까래랑 사방 모서리에 붙은 부적들 보이지?"
"아.. 역행 부적이요."
"누군진 모르겠지만 엄청난 능력을 가진 어떤 악령 놈들이 사신을 부르고 역행 부적까지 사방이 붙여뒀단 말이지. 그래 뭐 그럴 수 있어."
'꿀꺽.'
소백과 전신은 혹시나 또 자신들을 혼내지나 않을지 몰라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감히 내 집에서? 내 부엌을 거대한 덫으로 만들어? 아니, 어떻게? 산중에 두세 개나 되는 결계는 어떻게 뚫었고 또 사신들을 어떻게 부렸으며 악령 주제에 역행 부적은 어떻게
썼냐는 거야. 하, 이거 골 때리는 놈이네."
"아 맞다.. 아까 저희가 산중에서 해치를 맞닥뜨렸을 때.. 저 우물, 할멈이 예전에 저 우물로 저를 한 번 구해주셨잖아요?"
할멈은 고개를 까딱하고 끄덕여 보였다.
"그런데 저기서 할멈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마치, 전에 절 구해줬을 때처럼요. 그리고 동아줄도 내려왔고. 그, 그래서 저희가 여기에 있는 거거든요. 할멈이 또 우릴 구해주는 줄 알고.."
"뭐라든?"
"네..?"
"내가 아니, 그 목소리가 뭐라고 했냐고."
"해치야~ 해치야~ 이러던데요?"
그러자 할멈은 다시 한번 피식하고 웃었다.
"흰둥이야."
"..네??"
"걔 이름은 흰둥이라고. 난 해치랑 불가살이를 흰둥이랑 불덩이라고 부르지. 해치라고 부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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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은 마음이 영 찜찜했다. 딱히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포도대장의 얘기를 들었을 때 김진립 대감이 정말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깨끗한 사람이야. 단 하나, 쉬는 날이면 새벽같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한낮에야 돌아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지.'
정만은 바로 다음 날부터 김대감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쫓기 시작했다. 물론, 절대 티가 나선 안 됐다. 그래서 이를 감시하는 인원은 구역별로 최소화했다.
'조정과 궁에 하나, 길가에 하나 그리고 집 주변에 하나.'
그렇게 열흘의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워낙 올곧고 똑 부러진 성격의 김대감은 삶 자체가 성인의 말씀과 같을 정도로 올바랐다.
"거기, 오늘도 뭐 별거 없느냐?"
"새벽같이 산을 쫓아갔는데 정말 봉우리 서너 개만 넘고는 돌아왔습니다. 매번 다른 봉우리였읍죠.”
"매번 새로운 봉우리를 간다고?"
"네.. 저희야 뒤를 밟은 지
보름도 안되었지만.. 그동안 세 번 정도 산을 쫓아갔는데 모두 다른 산이었지요."
"혹시나 눈치를 챘거나 그런 적은 없었지?"
"네네, 물론 입죠. 저희는 이 일을 한지 십수 년째입니다."
"포도부장님..! 포도부장님.. 헉헉"
'쾅-'
멀리서부터 정만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감시인 중 하나가 거칠게 문을 열고 숨을 헐떡이며
뛰어들어왔다.
"큰 일.. 큰 일 났습니다..!!"
'옳지. 드디어 뭔가 하나 걸렸구나..!'
"뭐냐. 얼른 말해보거라."
남대문 시장 옆에 있는 기방에서 큰 싸움이 났습니다. 아니, 싸움이 아니라.. 여, 여하튼 끔찍해 죽겠습니다요..”
"뭐?"
"포졸들은? 출동은 했고?"
"네, 지금은 포졸과 병사들까지 동원되어 수습 중인데 사람이 여럿 죽었습니다."
"무슨 변이지. 가봐야겠다."
"그런데.. 그게.. 미친 사람들 같았다고 합니다. 마치, 귀신에 씐 듯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다고 해요.."
'뭐야. 대벽마을에서 본 거랑 느낌이 비슷한데..?'
정만은 묘하게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진압은 된 거냐? 나도 당장.."
"이미 병사들까지 수백은 출동했습니다. 그런데 그 근처에서 수상한 사람과 또.."
"얼른 말해보거라."
"또.. 김대감님을 보았습니다. 그 근처 집에서 난리가 난 기방 쪽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쳐다봤다고?"
"네.."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고?"
"네.."
"그리고 수상한 사람은 누구냐?"
"아..!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튀는 색의 옷차림에 큰 삿갓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난리 통속에서 아주 태연하게 느릿느릿 기방의 대문을 걸어 나오더라고요."
"그래? 그자도 아직 거기 있느냐?"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아주 천천히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이 시장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자에게 사람은 붙였나?"
"아.. 아니요. 제가 쫓다가 보고를 드리러 왔습니다."
'수상해. 듣자 하니 대벽마을의 난과 비슷한 양상인데..'
"모두, 시장으로 가서 그 자를 쫓아라. 난 대감님의 동향을 살피고 시장으로 가겠다."
"네!"
정만은 당장 기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상황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쯧쯔, 셋이나 죽었네."
"게다가 열명도 넘게 실성했다던데?"
"아직 저녁도 아닌데 벌써 기방에나 들락거리는 것들이 그렇지 뭐."
기방 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수군대고 있었다.
"거, 혹시 이 주변에서 이상한 냄새는 못 맡았소?"
정만의 물음에 상인으로 보이는 둘이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겸연쩍은 얼굴이었다가 정만의 큰 키와 풍채에 보통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는지 자세를 고쳤다.
"어.. 우리도 방금 와서 잘은 모릅니다."
"아! 기방에서 뛰쳐나온 사람들의 얼굴에 감정이 없었다고 할까요..? 넋이 나간 표정에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그러다 셋이나 죽었지요."
"그런데.. 나리는 뉘신지..?"
상인 하나가 묻자 옆에 있던 다른 상인이 그의 허리춤을 잡아끌며 속삭였다.
"포도부장님이시잖아."
'넋이 나간 표정, 폭력적인 행동에 살인까지.. 틀림없이 아편이 있을 텐데..'
"자네도 일찍 출동했구먼."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던 정만은 뒤에서 들려온 굵고 낮은 목소리에 놀라 뒤돌아보았다.
"어..! 대, 대감님."
"허허, 왜 이렇게 놀라나."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동안 보름도 넘게 김진립 대감의 뒤를 밟은 탓인지 정만은 제 발이 저렸다.
"내가 틈만 나면 산을 타는데 그래서 이산 저산을 다 돌아다녔단 말이지."
"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요즘 한양에 수상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야. 오늘 같은 큰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싸움이 너무 잦았어. 아니 사람이 아무리 감정이 상한다고 해도 칼 들고 설치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인가."
"그, 그렇습죠."
김대감은 정만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서쪽과 동쪽의 산에서 희한한 곳을 발견했네."
김대감의 한마디에 정만은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두 곳은 김대감의 뒤를 밟은 사람들도 이상하다고 말한 곳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말입니까..?"
"껄껄껄. 그야 자네도 들어서 잘 알게 아닌가. 한 번 그곳들을 뒤져보고 파헤쳐보게나. 괜히 엉뚱한 곳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허허. 한양에 큰일이 생기기 전에 빨리 대비해야지."
"...아.. 네, 네! 알겠습니다."
김대감은 그렇게 너털웃음을 남기고 돌아갔다. 정만은 얼굴은 급기야 벌겋게 달아올랐다. 온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미.. 다 알고 계신 거였어.'
부끄러움과 죄송함에 얼굴이 달아올라 터질 것 같던 순간 정만은 시장으로 간 셋이 떠올랐다.
'이런, 당장
가봐야겠다.'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snow-moun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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