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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필 무렵
70화 폭풍의 전조(前兆) 3
by
Rooney Kim
Sep 29. 2023
"어라, 이거 벌써 세 봉우리의 정상에 거의 다 왔잖아? 결계는 어디로 간 거지?"
"그러게요. 아님, 이번에는 우리가 부적이 있어서 그냥 통과한 건지.."
소백과 은진의 말에 이미 세 봉우리의 결계를 겪어본 이들은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멈, 대무당 할멈!"
아무 일 없이 대무당 할멈의 집에 도착한 이들은 어리둥절하며 대무당 할멈을 찾았다. 하지만 은진이 아무리 불러도 방 안에서 나오는 이가 없었다.
"분명히 신발이 네 쌍이나 놓여있는데.."
"어, 저, 저.. 저 두 짝은 우리 소백 오라버니랑 전신이 꺼 같은데..?"
"오빠- 전신아!"
익숙한 신을 본 차선은 순식간에 대청으로 뛰어올라가 안방문으로 달려갔다.
'쿵-'
"아아악-"
하지만 차선은 곧네 무언가에 부딪히기라도 한 듯 허공에 턱 하고 걸리더니 뒤로 도로 튕겨 땅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방어 결계예요. 할멈이 최소의 방어책으로 쳐 놓은 거 같아요."
"결계인 건 나도 알아요.. 끄으으."
'덜컥. 쾅-'
"누가 또 이리 시끄럽냐?"
바깥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별안간 안방 문이 거세게 열리더니 대무당 할멈이 나왔다.
"하.. 할머니!"
"으유. 저 잡 것. 이번에도 여럿 데리고 왔구만. 어? 귀로 자네도 왔어?"
"누이.. 하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뭐? 귀로도 왔어?"
'네, 형님. 잘 돌아오셨네요."
익숙한 목소리에 방 안에서 듣고만 있던 정법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곧 소백과 전신이도 나왔다.
"오빠, 소백 오라버니!"
"아아.. 누나! 차선이 누나, 어떻게 왔어요??"
"차선아, 야아,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갑다! 역시 우린 이제 가족인 건가."
한 순간에 한데 모인 이들이 서로 인사하느라 사방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자자자, 다들 이제 인사는 그만하고. 내 얘길 들어봐."
하지만 하루에서 며칠 사이였지만 이들은 서로 오래도록 못 본 사람들 마냥 안부를 묻기 바빴다.
“야, 이 놈들아!”
참다못한 할멈이 불같이 소리를 치자 다들 순식간에 꿀 먹은 벙어리간 된 듯 입을 다물었다.
"해치와 불가살이가 잡혀갔어."
"네에..?!"
할멈의 한마디에 모두들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말도 안 돼.. 해치랑 불가살이가?? 부적도 안 통한하는 애들인데?"
"순수한 녀석들이잖아. 아무래도 꼬임에 넘어간 것 같아."
"그럼 당장 구하러 가야지라!"
해치가 잡혀갔다는 말에 한 번도 해치를 본 적도 없는 행장이가 발끈했다.
"그렇지. 그래서 우리가 좀 상의 중이었어.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해치와 불가살이가 잡혀간 것보다 더 큰 문제라니 이들은 그게 무엇인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할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세력이 왔어."
"세력이라뇨..?"
"아주 오랜만에 보는 건데. 음.. 한 40년 정도 되었나? 그러고 보니 그동안은 나름 태평성대였네."
할멈의 말에 자령을 포함한 몇몇은 무슨 말인지 퍼뜩 이해를 못 해 아리송해졌다.
"이무량 이후에 그렇게 큰 난을 벌인 녀석들이 없어서 비로소 세상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했건만. 젠장.."
"도대체 누굽니까? 궁금해죽겠으니 속 시원히 설명 좀 해주세요. 누님."
할멈의 이야기를 듣던 귀로가 재촉하며 말했다.
"나도 잘은 몰라. 집에 돌아왔더니 결계는 깨져있고 얘들은 안 보이고, 요 녀석들은 뭐에 홀렸는지 부엌에서 똥을 처먹고 있지 않나."
할멈의 말에 찔린 소백과 전신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데 녀석들이 부엌에 결계를 쳐 놓고 사신을 불러다가 거대한 귀문을 만들어놨더라. 기가 차서."
"사신이요?"
"응. 뭐 지금은 다 쫓아내고 걷어냈다만.."
"이런..!"
할멈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귀로가 바깥으로 뛰어 나가더니 부엌으로 달려갔다.
‘죽일 놈들.. 부적도 똑같고 인분으로 만든 상차림도 똑같아. 같은 수법이야.'
귀로가 달려 나가자 곧 자령이 쫓아왔다.
"아빠, 왜 그래?"
귀로는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이들이 그가 쫓던 자들과 관련이 있거나 동일한 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데, 뭔데?"
"전에 네가 물었지? 아빠는 뭘 쫒고 있냐고."
귀로의 반문에 자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제 곧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
'사사삭.'
'스사사사삭.'
때는 이미 자시를 지나는 중이라 깊은 밤 중이었다.
계악산은 사대문 바깥 한강 이남에 자리한 험준한 산으로 바위가 많고 비탈이 심해 보통 사람들은 이를 돌아가기 일쑤였다.
"저기다. 허름하고 낡은 빈집이지만 저기에 그 자가 기거 중이다."
"포도부장님, 그럼 저희는 어찌할까요? 보통 호랑이를 잡을 때 사방에서 기세를 몰아가 잡거든요."
"좋다. 지금 얘들은 모두 배치되었나?"
"네, 저까지 총 쉰 명도 넘게 왔습니다. 그래도 호랑이는 아니니 충분할 겁니다."
"그래. 그래도 얕봐선 안된다. 보통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근중과 일행도 열명 정도 더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상대가 단 한 명이라고 하니 이번은 우리끼리 해결이 가능할 것 같기도.."
"그 산적 떼 두목말이냐? 잘했다. 만일에 대비한 후속 대책도 필요하니 말이다."
"네, 그래서 그 자들은 이놈이 달아날 것에 대비해 산 입구와 탈주로에 배치했습니다."
"자, 이제 움직여라. 저 집의 불이 꺼진 지 일다경(약 15분) 정도 되었으니 이제 잠에 들었을게다. 기습 후 생포가 목표이나 반항이 심해 우리 쪽 누구 하나라도 위험할 시에는 죽여도 좋다."
천검은 정만의 지시가 끝남과 동시에 부하들과 함께 녀석이 있는 거처를 향해 조용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천검이 입구, 병팔이 산위쪽에서 그리고 진둘이 천검의 입구 반대쪽을 향해 최대한 발걸음을 숨긴 채 다가갔다.
'부스럭.'
'바스락.'
하지만 겨울의 초입에 산바닥에 깔린 낙엽들과 나뭇가지들이 바스러지고 꺾이는 소리까지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사방은 고요했다. 달 밝은 밤이라 조금만 어둠에 익숙해지면 사방도 훤히 보일 정도였다.
'휙. 휙.'
초가집으로 향하던 천검과 근중의 부하들이 갑자기 하나 둘 어둠 속으로 끌려갔다.
'읍. 읍..'
'휙. 휘휘힉.'
'덜컥.'
"으아아아아-"
'휘이익'
"끄아아아아아악."
눈 깜짝할 사이였다. 그사이에 벌써 다섯은 다리가 묶여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고 둘은 바닥을 파내 나뭇가지와 잎으로 덮어둔 함정에 빠져 창에 박힌 채 죽어버리고 말았다.
"다들 멈춰. 더 이상 움직이지 마!"
정만의 말에 모두들 제자리에 멈춘 채 오직 초가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이미 녀석도 우리가 온
것을
알 겁니다."
"그렇지. 그럼 바로 쳐들어간다."
"네."
천검은 곧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내렸다. 그러자 수십의 착호갑사가 벌떼처럼 초가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호랑이도 잡는데 그깟 인간 하나.. 응?'
'펑-'
"크아아아악-"
'투닥탁탁. 퍽퍽.'
'우두둑. 으드득'
"으아아아악-"
무예도 뛰어나고 힘이 좋은 녀석들 여럿이 초가집으로 들어가는 족족 팔이 부러지거나 피칠갑이 되어 도로 밖으로 내던져졌다.
"뭐야.. 저, 저 안에 있는 자가 대체 누구길래.."
"모른다. 허나, 인간이 아니거나 괴력의 소유자임에는 틀림없어. 괴인이야, 괴인."
"어쩌면 저자가 모든 사건의 원흉일지도 몰라."
정만이 직접 방 안으로 들어가 결판을 내려하자. 천검이 팔을 붙잡으며 말렸다.
"아닙니다. 저 안에 있는 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니 불화살로 집을 태워서 나오게 한 뒤 화살로 끝내는 게 좋을 듯합니다. 호랑이를 잡을 때에도 많이 쓰는 방법이지요."
"좋다. 당장 시작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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